로컬 에디터 3기

from 박견, 학창시절 추억이 녹아있는 공간, 평촌도서관

한동네에 오래 산다는 건 익숙하고 편하지만, 새로움이 없어 가끔 지루하게 느껴진다. 안양에서 산 지 벌써 25년째. 솔직히 동네보다 대학생 때 서울로 통학하면서 새롭게 보고 즐겼던 것이 더 강렬하게 기억난다. 안양도 서울과 인접한 지역이라서 여유 있는 동네라기 보다는 다들 숨 가쁘게 살아가는 동네다. 그렇지만, 안양은 내가 성장해 온 지역이라는 점에서 애틋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안양의 많은 곳을 가봤지만, 아끼는 공간은 따로 있다. 바로 동네 도서관, 평촌도서관이다. 집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있는 이곳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기에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인생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이다.

평촌도서관과의 추억 

  평촌도서관과 나는 비슷한 나이대로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 왔다. 건립일이 1994년으로 나도 얼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이 공간을 사용해 왔다. 그래서 평촌도서관에 있던 작은 변화들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엄마와 어린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었던 것이 평촌도서관에서 나의 첫 기억이다. 너무 어릴 때라 흐릿하지만, 종종 엄마와 언니와 함께 와서 동화책을 읽거나 만화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는 어린이 도서관이 현재 사무실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현재는 다른 곳에 있다. 

  고등학생 때는 평촌도서관을 집처럼 드나들었다. 나는 이곳이 꼭 필요했다. 여기가 공부하는 게 유난히 잘됐기 때문이다. 주변에 스터디카페나 독서실도 많았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비싸기도 하고 오히려 너무 조용한 공간은 집중하기에 어려웠다. 나는 2층의 청소년 열람실 단골이었다. 여기서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종종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펼쳤다. 집안 분위기가 영 이상할 때 도서관에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어느 순간 도서관은 도피처가 되었다. 시끄럽고 심란한 공간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를 듣는 게 위로가 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공부에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치유의 공간이었다. 

  사람이 계속 공부에만 집중할 수는 없지 않은가! 틈틈이 입시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대학교 이름, 관심 있는 과를 검색하면서 목표를 조금씩 잡아갔다. 공부하다가 지하 1층으로 내려와 식당에서 밥을 사 먹으면서(코로나 전에는 식당을 운영했다. 최애 메뉴는 치킨마요 덮밥이었다.) 공부와 입시,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지 언니와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기도 했었다. 

  수능 전날에도 어김없이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갑자기 몇몇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정말 매너가 없다고 생각했다. 애써 알림을 무시하고 연필을 잡은 지 얼마 안 가 도서관이 흔들렸다. 그 뒤로 수많은 핸드폰에서 알람이 심하게 울렸다. 지진이었다! 바로 집으로 돌아오니, 수능이 일주일 미뤄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도서관과 함께였다. 고등학교 시절 추억의 대부분 지분은 평촌 도서관이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대학입시는 어떻게 되었냐고? 도서관에서 그간 했던 노력이 빛을 발해 대학 입시는 성공적이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 통지를 받았으니! 

보고 싶은 우리 도서관

  성인이 되어도 내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다만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느라 자주 가지 못했다. 이젠 나이가 차서 청소년 열람실을 가지 못한다. 갈 수 있는 곳은 1층 위의 성인열람실이다. 처음 이곳에 입성했을 때 묘하게 설레기도, 국시 같은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이 공부하고 있어 긴장되기도 했는데 금세 적응했다. 틈틈이 시험 기간에 열람실 가서 공부하고, 여가 시간에 종합자료실에서 책 구경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서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작년 6월부터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5년도쯤에 재개관을 한다는데, 지금 도서관을 가지 못해서 아주 답답하다. 그러나 도서관의 새로운 모습도 기대된다. 아마 전보다 더 넓은 공간에, 훨씬 깨끗한 공간으로 바뀌겠지? 설레면서도 과거의 모습은 서서히 잊힐 거란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한 번도 외관은 바뀐 적이 없는데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빨리 새롭게 개관할 평촌도서관을 맞이하고 싶다.  

이미지출처: https://memory.library.kr/features/libraryandi/space-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