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원반인 히라, 지금 원주에 발 딛기로 한 이유

원주에 이사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주하기 전 원주를 오가며 평일은 서울, 주말은 원주에서 살면서 ‘반 원주 사람’이라는 뜻의 원반인이라는 별명을 스스로 짓게 되었다. 아직은 원주에 산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단순히 전입신고를 했다고 해서 온전히 온 건 아니기에 여전히 원반인이다.

서울을 떠나 원주로 가게 되었다고 하면 묻는 질문 하나, “이직하기로 한거야?”

질문 둘, “가족이 거기 있어?”

위 질문의 답은 모두 “아니.”였다.

원주에는 일터도 없고, 가족은커녕 알고 지내던 사람도 없었다. 처음엔 농구가 좋아서 직관을 보러 다녔는데 교육 워크숍에서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처음으로 원주에 아는 사람이 생겼다. 그 후로 원주를 올 때마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계속 오는 걸 매번 신기하게 바라봤던 사람도 있고, 이곳에 찾아왔다는 이유로 환대의 마음을 나눠준 사람들 덕분에 원주에 조금씩 정이 들기 시작했다. 

20대가 되면서 학교를 이유로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가게 되었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계기로 서울로 이사했다. 그사이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고민해 본 적 없이 이리저리 떠밀려 상황에 따라 살던 곳을 영혼 없이 옮기기만 했다. 서울로 이사하며 처음 구했던 집에서 갑자기 쫓겨났던 일도, 9년 가까이 살며 동네 친구 하나 없이 붕 떠 있는 느낌도 서울에서의 삶이 임시적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원주에 오기로 결심하면서부터는 오로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집중했다. 여유롭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과 취향을 고려하고, 그러면서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직접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곳이 어딜까를 고민하며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여러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결정의 유일한 계기는 ‘내마음 속 질문’이었다.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니?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였으니까.

원주를 지나쳐 다른 지역을 갔다는 사람은 많아도, 원주를 목적지로 가본 사람은 주변에 많지 않았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만났던 원주의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와서 살아보니 그 말이 더 와닿는다. 어떤 곳을 지나든 치악산과 조금 가까워졌다, 살짝 멀어질 뿐 모든 풍경에 걸쳐있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눈이 올 때마다 능선을 따라 생긴 새치가 매력적이다. 충분히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음만 나는 구도심에 자리 잡아서 벽 너머의 소음이 그리 싫지 않다. 

원주에 반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 원주는 선주민만큼이나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라 이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는 다양한 목소리와 새롭게 만들어가는 문화 그 자체였다. 사람과 사람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다고 믿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관광지처럼 화려하고 확실한 볼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오래 보면 더 아름다운 곳. 보면 볼수록 구석구석 멋진 점을 발견하는 원주.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상은 이제 시작이다. 5서2원(5일은 서울, 2일은 원주) 생활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5원2서(5일은 원주, 2일은 서울)로 바꾸면서 매일 발견하고 있다. 생각보다 흐린 날씨와 안개 끼는 날이 많은 원주에서 맑은 하늘을 더 반가워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좋은’과 ‘안좋은’으로 구분하는게 아닌 그 사이의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재밌게 꾸려가고 싶다. 태어난 곳도 아닌, 학교와 일터도 아닌, 지금 나의 삶에서 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원주에서 당분간 발 딛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고, 일단 집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살아야지. 마음껏 마음 가는 대로!

매일 봐도 매일 좋은 행구동에서 본 치악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