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밍, 나의 고향, 나의 도피처 목포

🚝비내리는 호남선, 목포행 완행열차의 종착역.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의 도착지, 목포행 완행열차의 종착역. 저의 고향은 호남선 열차의 끝이자 시작인 목포입니다.

삶의 절반 이상을 머물렀고, 지내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목포에 대한 관심이 조금 무뎌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목포 벗어나기가 목표였던 고등학생의 저에게 목포는 그저 심심하고 새로움이 없는 곳, 이미 다 가본 곳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든 좋다는 생각으로 타지에서 학교를 다녔고, 학교생활과 불편한 환경에 지쳐 목포행 기차를 끊었던 때에도,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고 다시 목포행 기차를 탔을 때도, 취업을 위해 서울을 오가다 덜컥 목포에 취업하게 된 지금까지 몇 번을 도망쳐도 결국 다시 목포행 기차를 타고 숨으러 오게 되는, 그래도 어김없이 반겨주는 도피처가 되어주었습니다.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지만 떠난 뒤에 뒤돌아보니 언제든 다시 돌아올 저를 맞이해주고 있었던 호남선의 종착역 목포,

뒤늦게 알게 된 목포의 소소한 장소를 공유하고, 누군가에게 또 다른 안식처가 될 수 있으면 합니다.

🌄목포 아리랑 고개 버스정류장

처음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장소는 아리랑 고개라고 불리는 산 고개입니다.

특별한 관광 명소도 아니고, 그저 고개일 뿐이지만 유달산에서 바다 쪽으로 가는 고개를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 너머로 바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가슴이 뻥 뚫리는 최애 장소입니다.

버스정류장이 멀뚱하게 있는, 별거 아니지만 편안한 곳이라서 누군가는 실망할지도 모르는 장소이더라도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회사가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있어서 밖을 잠깐 돌아다녀도 마주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리랑 고개를 가는 길은 대개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는 길입니다. 이전에는 이런 길이 있는지도 잘 몰랐지만, 알게 된 뒤로는 사람을 피해 걷고 싶을 때 찾는 곳, 스트레스받을 때 멀리 보고 차분해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해우소 같은 곳이 되어주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여름의 산등성이와 언덕 끝에 보이는 바다가 주는 감동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여름에 정말 화창하고 날씨 좋은 날 자동차 앞 좌석에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까페치노 (전라남도 목포시 서산동 24-27 )

 아리랑 고개를 지나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뷰 맛집, 커피 맛집 카페로 목포에 있는 동안 제일 많이 방문했었고, 수십번을 넘게 아리랑 고개를 넘어다니며 사계절의 고개 너머 바다를 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카페기도 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매일 마셨는데 그날그날 다른 원두를 내려주셔서 커피를 잘 안 마시던 저도 좋아하는 커피 취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인스타 감성의 카페들이 있지만 정말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까페치노 꼭 들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보 사진관 (목포시 해안로 127번길 17)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장소는 목포 시화 골목에 위치한 사진관입니다.

목포에는 서산동 예술촌 '바보 마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서산동 골목길의 빈집들을 활용하여 예술인들이 만들어낸 예술공간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은 미술관들과 공방들이 즐비해 있는 이곳에서 레트로한 분위기를 잔뜩 느낄 수 있는 흑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바보사진관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마당'을 줄여 바보 마당이라 사진관 이름도 바보사진관인데 장난스러운 낙서를 배경으로 흑백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결과는 전혀 바보 같지 않은 매력적인 사진관입니다.

여행을 가면 꼭 하는 혹은 꼭 구매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 곳만의 특별한 사진 남기기입니다. 인생네컷도 좋지만 아날로그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정작 목포에 이런 사진관이 있다는 걸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안 맞아서 아직 사진을 남기지는 했지만 떠나기 전에 꼭 들려서 사진을 남겨봐야겠다고 지나갈 때마다 늘 스스로 약속을 하곤 합니다.

바보 마당을 지나 시화 골목을 올라가면 목포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는 언덕이 있으니 꼭 올라가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시야를 볼 수 있는 시화 골목은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답답하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가끔 올라가곤 했는데 아름다운 시내의 전경과 바다를 보고 있으면 속도 트이고 목포에 한 번 더 반하게 되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아직도 모르고 있을 매력적인 장소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들로 가득했던 과거의 나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멋진 목포를 저는 아직도 배우고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소개해 드릴 장소가 너무나 많지만 직접 오셔서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테니 여러분들에게 양보해 드리며, 저도 몰랐던 새로운 장소를 찾게 된다면 살짝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또 한 번 목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 계획입니다.

그러다 지치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이곳으로 돌아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괜찮을 거 같아서요.

목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목포로 도망쳐왔던 과거를 떠올리며 지금의 나에게 목포는 어떤 곳일지 생각해 보니 도피처보다 안식처가 맞는 표현인 것 같아 정정하려고 합니다. 

언제든 돌아와도 품어주는 나의 고향, 나의 안식처 목포. 여러분들의 안식처는 어떤 곳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