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강티카, 머리털 나고 처음 대구를 떠나다

1. 나의 로컬은

저는 대구에서만 사십여 년을 산 토박이입니다. 아침마다 약수물 뜨러 다니던 앞산(대덕산) 자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인지, 가슴 한 켠에 늘 자연, 시골에 대한 로망을 품고 산 도시인입니다. 나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은 '대프리카' 하면 아하! 싶은 그곳, 뭘 해도 어디를 가도 무언가가 넘 '찌인'한 곳, 바로 대구입니다. 날씨 한 번 '후텁지근'의 진수인 데다 음식 맛은 뭐든 화끈화끈! 마늘, 후추 옴팡지게 들어간 #신천떡볶이, 마늘과 양푼이의 콜라보? 바닥 박박 긁어 양념 싹싹 긁어야 제맛인 #동인동찜갈비, 우동을 매콤하게 볶은 #야끼우동 등 비주얼만 봐도 말 다했죠. 분지 지형인 대구는 날씨 때문에 쳐져도 입맛까지는 잃지 말라고 맵고 칼칼한 조리법으로 막힌 기혈이 순식간에 뚫릴 법한(!) 음식이 발달했어요. 덕분에 대구 사람 하면 진득하게 뚝심 있게 뭐든 견디며 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연상 되지요. 갱상도 아이가!

2. 사십여 년 만에 바뀐 로컬, 이곳

여기는 경남입니다. 거창군이고요,  1읍 11개의 면 중 한 곳으로 주민 천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작년 11월에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반했고 제2의 로컬로 찜! 했습니다. 그리고 방문하자마자 고즈넉하고 조용한 정경에 홀딱 빠져서 여기서 살겠노라 선언했지요. 대구 토박이가 이렇게 휙 고향을 떠날 수 있다니 지금도 신기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에요. 학교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없을 법한 곳에서 실컷 유년 시절 보내기, 누구에나 동등한 기회가 돌아가는 곳, 어떤 작은 의견도 귀담아 들어주는 환경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두 번째이자 제일 중요한 이유는 나 자신에게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여유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는 생활, 새로움과 참신함을 찾고 만들어야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마을 들어가는 어귀의 소나무 숲이 내게 손짓하네. 여기서 살라고.

3. 머리털 나고 처음 고향을 떠나보니

도시에 살 때는 그리 트랜디한 시민은 아니었는데 이곳에 오니 왠지 트랜디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대부분 '용감하다', '좋겠다', '부럽다'였거든요. 근자감 듬뿍 담아 트랜디해진 듯한 마음으로 작은 마을,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며 찐 마을 살이를 경험해 보려 합니다. 현실과 이상은 얼마큼의 간격으로 존재할까요? 또 주변의 시선은 어떻게 바뀔까, 무엇보다 앞으로의 마을 살이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 가득 낯섦 가득한 시간을 기록합니다.

예쁜 마당에서 지는 해를 보며 예쁜 잔에 향긋한 차 한 잔......

현실은 추워서 덜덜 떠는 중!  찐 로컬 살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