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하라미, 제 두번째 고향, 초량을 소개합니다.

저는 경상남도 창원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대학에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며 현재까지 부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40대이니 생의 절반은 창원에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이곳 부산에서 생활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어느새 부산은 저의 2번째 삶의 터전이자 고향이 되었어요. 처음에 부산에서 지내게 되었을 떈 산꼭대기까지 집, 복잡한 고가차로, 수많은 사람으로 인해 매일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듬뿍 정이 들어 애향심이 가득한 사람이 되었죠. 이제부터 여러분께 천천히 부산을 소개해 드릴게요.

🎪 부산의 초량동을 아시나요?

 부산역에 도착했는데 호텔 체크인 시간이 좀 남았나요? 아님 부산 여행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가요?

  길만 건너면 여러분의 SNS를 가득 메워 줄 별스타 감성 공간이 즐비한 지역과 아는 사람만 가는 찐 맛집들이 잔뜩 있어요. 어디냐고요? 바로 ‘초량’이랍니다.

 부산역을 통해서 부산을 방문하면 처음 만나는 ‘초량’은 이전에 우리말로 '새뛰' 또는 '새터'라 불렀는데 새뛰는 억새, 갈대라는 뜻의 초(草)와 뛸 량(梁)으로 한자음을 따서 지은 것이에요. 처음에 초량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푸른 초원과 맑은 여름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갈대가 있는 가을의 운치가 있던 지역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어요.

구 백제병원

제가 소개 해드릴 초량은 부산역에서 길 건너편 지역이에요. 이곳은 차이나타운과 텍사스 거리 등의 이색 볼거리도 있지만 저의 추천 1번은 ‘구 백제병원’입니다. 부산역 정문 맞은 편, 건널목을 건너서 도보로 5분에 있는 이 건물은 1층은 백제 브라운 핸즈의 커피숍. 2층은 창비의 도서 전시관, 지하 1층은 전통주를 판매하는 곳이에요.

< 왼쪽에서 부터 구 백제병원 전경,  1층 브라운 핸즈 백제 , 2층 창비 >

‘뭐라카노? 병원이 커피숍?’

 ‘네 병원이 커피숍이 되었습니다.’ 백제병원은 1927년에 건립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이며,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건축 문화재예요. 현재 병원은 운영하지 않고, 주점, 커피숍, 창비 도서 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죠. 대략 100년 된 건물의 내부를 리모델링 하지 않고 건물이 가진 시간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니 멋지지 않나요?

☕초량1941 카페

초량 1941 카페는 부산역에서 보이는 맞은편 구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카페입니다. 특이한 것은 적산가옥이라는 것인데요. 적산가옥이란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적산가옥은 패망한 일인 소유의 재산 중 주택을 칭하는 말입니다. 초량에는 대표적 적산 가옥이 두 채가 있고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가 소개해 드리는 초량 1941 카페입니다. 1941이란 숫자의 뜻은 이 가옥이 지어진 연도를 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집의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옛 시간의 추억들과 현재가 공존하는 초량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곳이죠.

남쪽을 바라보는 곳이라 해가 뜨면서 질 때까지 풍광이 아름답고 건축물이 주는 고즈넉함도 멋지고, 음료와 디저트 역시 맛과 차림새를 다 갖추었으니, 이곳을 꼭 한번 즐겨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랜만에 신랑과 데이트하러 갔는데요. 아직은 부산 관광의 성수기인 여름이 아니어서 한적하게 오수를 보낼 수 있었답니다. 이곳에서 오랜만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초량 845

초량1941 카페 바로 아래에 자리 잡은 초량845는 맛있는 브런치를 판매하는 곳으로 2017년에 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곳입니다. 여기도 845라는 숫자가 있는데요. 이 숫자의 뜻은 이곳의 지번이에요.

여담으로 제가 이곳에 시집을 왔을 때(2010년) 이 건물 위치를 보고 카페를 하면 대박 나겠다고 신랑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브런치 카페가 되었고 대박도 나서 신랑에게 제 해안을 칭찬받았었죠.

 이곳의 매력은 구봉산 자락에서 시작되는 초량동과 자연스럽게 부산항 바다까지 연결되는 전체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통창과 맛있는 브런치가 있는 것입니다. 낮에 와도 멋있지만, 밤에 방문하면 보실 수 있는 야경은 도시가 빛으로 수놓아져 정말 황홀하게 보이실 거예요. 특히 부산항 부두와 멀리 보이는 부산항대교의 빛은 부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곳 방문의 팁을 하나 알려 드릴게요. 부산역에서 가까운 거리이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시라면 택시나 버스를 타고 '금수사 앞'까지 타고 오시길 바랍니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구봉산 꼭대기의 2/3쯤에 자리 잡고 있어서 걸어서 올라오기에 굉장히 힘들어요. 특히 여름에는 걸어오시는 것은 추천해 드리지 않아요.

💡기본이 30년. 초량을 지켜온 맛집들

“체인점? SNS 광고? 그런 거 말라하노? 아는 사람 다 안다.”

제가 소개해 드릴 몇 곳의 사장님께서 종종 가끔 하시는 말씀입니다.

  초량은 지금 변화기에 있어요. 한쪽에는 힙한 젊은 감성의 음식점과 각종 체인점이 생겨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오래전부터 초량을 지켜온 가게들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거든요. 1953년 8월 한국전쟁의 종전 후 문을 연 3대를 이어온 70년 된 죽집과 어묵집. 그리고 죽집의 2대 주인 할머니의 친구분이 하시는 50년 된 국밥집. 또 50년 넘은 불백 거리의 불백집 와 50년 넘은 갈비골목의 갈비집, 곰장어집. 학교 앞 분식집도 50년. 돈까스집도 약 40년 가까이.

이 가게들이 왜 오래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맛집이니까요?

이곳을 오시는 손님들은 공통적으로 손자, 손녀, 자식 내외를 데리고 오셔서 옛이야기를 해주세요. 자신이 10살 때 20살 때도 여기에 와서 먹었노라고. 어떻게 손님들의 이야기까지 아냐고요?

제가 올해로 초량에서 71년 된 죽집의 며느리이거든요. 50년이 넘은 앞선 가게들처럼 저희 신랑이 3대로 이어받고 있고 이 가게가 100년이 될 때도 초량에서 운영하며 이어가는 것이 저희 부부의 꿈이랍니다.

이것 이외에도 초량은 정말 보물 같은 이야기가 많은 동네예요. 조선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 만들어지는 피난수도 초량의 역사 이야기. 근대와 현대가 만나면서 변화하는 다양한 모습의 초량. 부산항이 있는 초량의 역동성까지. 부산에 오시면 지나치시지 마시고 한번 '와보라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