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초코, 사랑, 벚꽃 말고 서울의 '봄'

다시 찾아온 봄🌸
'봄'이란 겨울과 여름의 사이를 말하기도 하지만, '인생의 한창때', 또는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의미하기도 해요. 지난해 11월에는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하며 큰 인기를 끌었어요. 영화에서는 '봄'을 되찾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보여 줍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이렇게나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때면, 차가운 겨울을 견딘 그들이 바라던 '진정한 봄이 바로 오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시청의 이모저모
지난 3월 7일에는 서울시청에서 열린 넥스트로컬 5기 성과공유회를 다녀왔어요. 서울 청년 창업가들의 로컬 창업 프로젝트와 완제품을만나는 행사에요.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시청에는 통 와볼 일이 없었는데, 행사가 시청에서 열리며 서울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가장 먼저 서울도서관으로 향했어요. 서울도서관은 1926년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해방 이후 서울시청으로 쓰였어요. 이후 지금의 서울 시청 건물이 새롭게 건립되며, 구 청사를 도서관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되었대요.
이곳은 종이책 45만 권과 전자책 1만 5천 여 점이 있어, 1년에 백만 명이 다녀가요. 역사적 장소인 만큼, 축적된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동네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는 책은 서울 도서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거예요. 또한 책을 읽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랩 공연을 열고, 빈백과 옥상 텐트에 누워서 책을 향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대요. 이처럼 엄숙하게 느껴지던 시청과 도서관은 사실, 시민과 여행객들에게 활짝 개방된 여행의 공간입니다! |  |
서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울도서관의 계단을 따라 한 층 올라가면 옛 서울시장실과 서울기록문화관, 서울자료실을 만날 수 있어요. 가장 처음 만난 곳은 기획상황실. 시장과 공무원, 시민, 전문가 등이 모여 서울시정의 주요 정책에 대해 논하던 곳이에요. 기다란 테이블에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결정된 큰 안건들이 적혀 있습니다.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 전쟁으로 수많은 전쟁고아와 미망인이 생겼지만, 20년 뒤인 1970년에는 수출 목표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수출실적탑이 생겼대요! 1971년 4월에는 지하철 1호선의 착공식이 열렸고요.
서울하면 가장 잘 되어 있는 것이 바로 '교통'이라고 생각해요. 베이징은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해 서울교통시스템을 연구하고, 하노이와 홍콩도 벤치마킹할 정도로요. 서울의 인구는 천만 명이지만, 인근 도시에서 방문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2천 만 명 이상. 즉,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을 드나들어요. 분주한 서울 사람들을 위해 2002년 9월 '서울교통운영체계 개선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수도권 통합환승제가 도입되었다고 해요. 지금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를 쏠쏠히 이용하고 있는데, 곧 수상교통수단인 '한강 리버버스⛴️'까지 도입되면 서울의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거에요.

서울 기록 문화관에서는 다양한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QR코드를 인식하면 내 핸드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전시관 벽에 띄울 수 있고요. 손가락으로 벽을 터치하면 옛 서울 모습도 엿볼 수 있어요.

서울자료실은 서울시 행정과 정책에 대한 자료가 모두 소장된 곳이에요. 서울시정개요, 서울도시기본계획, 올림픽 백서 등 3만여 권의 자료를 직접 열람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카드목록함을 열어 자료를 찾았다는 것 아세요? 하지만 2000년 4월 '첫 전자결재'가 일어나며 서울시에서 종이 문서가 모두 사라졌어요. 덕분에 지금은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답니다.

서울의 과거를 만났다면 현재의 모습도 만나봐야죠! 전시관에서 나와 계단으로 두 층을 더 올라가면 '하늘 뜰'이 나와요. 이곳에서는 서울의 랜드마크들을 파노라마 뷰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왼쪽에는 남산과 숭례문, 정면에는 커다란 해치 캐릭터, 오른쪽에는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부터 청와대까지 훤히 보여요. 이슬비가 툭툭 떨어지는 날이었는데도 한적한 옥상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니 '아, 행복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서울의 미래를 만드는 곳
얼마 전 관광지 매표소에 갔다가 직원분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 아이 2명부터 다자녀 요금입니다.
고등학생인 제 동생이 "우리 반 애들 18명밖에 안 돼"라고 했을 때도, 뉴스에서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도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마주하니 새삼 그 심각성이 체감됐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요? 미래의 도시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바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의 내일을 만들다> 전시에서는 14개 대학의 미래 건축가 4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미래의 학교, 영화관, 일터의 모습을 상상한 미니어처들이 이곳에 가득해요. 학교에 대한 작품이 서너 개 정도 되었는데, '미래의 학교'는 지금의 폐쇄적인 형태가 아닌, 땅의 감각을 느끼기 위한 단층으로 고안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어제 책에서 본 '광야를 달리는 말이 마구간을 돌아볼 수 있겠느냐?' 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서울. 앞으로는 마구간을 돌아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을 위해 활짝 열린 공간👂
시청역과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서울건축전시관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아세요? 서울도서관에서 계단을 내려가도, 건축전시관 아카이빙 공간에서 출구로 나가도 모두 시청역으로 통해요. 서울시청 지하 1~2층(시청역 1호선)으로 내려가 파란색 귀👂를 찾아보세요. 이곳은 바로 서울시청 '시민청(Seoul Citizens Hall)'입니다.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간 답게, 다양한 편의시설과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시민청 스탬프 투어가 있을 정도로 알찬 문화공간이에요.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면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한 경험 있으시죠? 시청 여행을 할 땐 배터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시민청 인포메이션에서 보조배터리를 무료로 2시간씩 대여해주거든요.

시청 역사에서 만난 서울의 역사
시민청의 다양한 공간 중 '군기시유적전시실'과 '소리갤러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아까 만났던 서울도서관은 1926년 경성부청사였고, 광복 이후에는 서울시청으로 쓰이며 6번 증축되었어요. 2008년 3월에 착공한 서울시청 신청사의 부지를 공사하던 중에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는 유구와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되어 발굴 조사를 실시했더니, 이 자리는 조선시대 병기제조를 담당하던 관청인 '군기시'가 있던 곳으로 추정된대요. 군기시유적전시실에는 바닥의 유적들을 관람할 수 있는 유리바닥이 있어 생생한 유물유적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와 화장실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 '소리갤러리'가 보여요. 소리갤러리에서는 밤섬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밤섬은 1968년 2월에 파괴되어 트럭 4만 대 분량의 잡석을 재취당한 뒤 한강 아래로 사라졌죠. 그 돌들은 개발 중인 여의도의 홍수를 막기 위한 제방이 되었고요. 여의도의 물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파괴된 밤섬. 이곳에 살던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은 부군님을 모신 탱화와 현판을 뜯어 한강을 건너왔고, 폭파 장치에 연결된 단추를 누르자 모두 기슭에 나와 눈물을 흘렸대요. 그런데 1985년부터 이 밤섬이 숨을 참고 다시 떠올라 이후 해마다 부피가 커졌고, 다시 거대한 섬이 되었어요. 인간의 욕심으로 갈라지고 해체되었지만,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재생되며 몸집을 키우는 밤섬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 같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서울
시청 여행의 계기가 된 넥스트로컬 행사에서 만난 청년들은, 서울 밖의 로컬에서 창업활동을 펼쳤지만 강남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서울의 공유주방에서 제품을 만들 계획이래요. "사람들은 왜 서울로 모일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던 중 오늘의 서울시청 여행에서 해답을 찾았어요.
바로 '아카이빙'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홍대,하면 버스킹이 떠오르고 성수,하면 팝업스토어가 떠오르는 것처럼 서울은 도시만의 특색을 '잘' 이용하고, 도시를 '박물관화'해요. 구 서울청사를 보존하여 아카이브 공간으로 활용하고, 구 조선총독부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으로 만든 것처럼 말이에요. 친절하게 도시의 역사를 소개해 주는 큐레이터들이 서울 곳곳에 도서관과 전시관의 형태로 숨어있기에 사람들은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 뿌리를 잘 보존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도시 전체에서 끊임없이 외치고 있으니까요.
(좌)서울도서관 내 '옛 청사 흔적' 기록관 / (우)청계천 가는 길
서울특별시는 1971년에 서울을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 나무는 은행나무로 선정했대요. 이른 봄 일제히 피어나는 개나리는 서울 시민의 협동정신을 뜻하고, 거목으로 성장하는 은행나무는 수도 서울의 무한한 발전을 의미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트는 걸 보았어요. 내년의 봄, 10년 후의 봄, 그리고 20년 뒤의 봄을 기대하며 시청역으로 향해보세요.
로컬 에디터 3기
from 초코, 사랑, 벚꽃 말고 서울의 '봄'
다시 찾아온 봄🌸
'봄'이란 겨울과 여름의 사이를 말하기도 하지만, '인생의 한창때', 또는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의미하기도 해요. 지난해 11월에는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하며 큰 인기를 끌었어요. 영화에서는 '봄'을 되찾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보여 줍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이렇게나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때면, 차가운 겨울을 견딘 그들이 바라던 '진정한 봄이 바로 오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시청의 이모저모
지난 3월 7일에는 서울시청에서 열린 넥스트로컬 5기 성과공유회를 다녀왔어요. 서울 청년 창업가들의 로컬 창업 프로젝트와 완제품을만나는 행사에요.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시청에는 통 와볼 일이 없었는데, 행사가 시청에서 열리며 서울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가장 먼저 서울도서관으로 향했어요. 서울도서관은 1926년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해방 이후 서울시청으로 쓰였어요. 이후 지금의 서울 시청 건물이 새롭게 건립되며, 구 청사를 도서관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되었대요.
서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울도서관의 계단을 따라 한 층 올라가면 옛 서울시장실과 서울기록문화관, 서울자료실을 만날 수 있어요. 가장 처음 만난 곳은 기획상황실. 시장과 공무원, 시민, 전문가 등이 모여 서울시정의 주요 정책에 대해 논하던 곳이에요. 기다란 테이블에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결정된 큰 안건들이 적혀 있습니다.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 전쟁으로 수많은 전쟁고아와 미망인이 생겼지만, 20년 뒤인 1970년에는 수출 목표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수출실적탑이 생겼대요! 1971년 4월에는 지하철 1호선의 착공식이 열렸고요.
서울하면 가장 잘 되어 있는 것이 바로 '교통'이라고 생각해요. 베이징은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해 서울교통시스템을 연구하고, 하노이와 홍콩도 벤치마킹할 정도로요. 서울의 인구는 천만 명이지만, 인근 도시에서 방문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2천 만 명 이상. 즉,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을 드나들어요. 분주한 서울 사람들을 위해 2002년 9월 '서울교통운영체계 개선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수도권 통합환승제가 도입되었다고 해요. 지금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를 쏠쏠히 이용하고 있는데, 곧 수상교통수단인 '한강 리버버스⛴️'까지 도입되면 서울의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거에요.
서울 기록 문화관에서는 다양한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QR코드를 인식하면 내 핸드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전시관 벽에 띄울 수 있고요. 손가락으로 벽을 터치하면 옛 서울 모습도 엿볼 수 있어요.
서울자료실은 서울시 행정과 정책에 대한 자료가 모두 소장된 곳이에요. 서울시정개요, 서울도시기본계획, 올림픽 백서 등 3만여 권의 자료를 직접 열람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카드목록함을 열어 자료를 찾았다는 것 아세요? 하지만 2000년 4월 '첫 전자결재'가 일어나며 서울시에서 종이 문서가 모두 사라졌어요. 덕분에 지금은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답니다.
서울의 과거를 만났다면 현재의 모습도 만나봐야죠! 전시관에서 나와 계단으로 두 층을 더 올라가면 '하늘 뜰'이 나와요. 이곳에서는 서울의 랜드마크들을 파노라마 뷰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왼쪽에는 남산과 숭례문, 정면에는 커다란 해치 캐릭터, 오른쪽에는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부터 청와대까지 훤히 보여요. 이슬비가 툭툭 떨어지는 날이었는데도 한적한 옥상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니 '아, 행복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서울의 미래를 만드는 곳
얼마 전 관광지 매표소에 갔다가 직원분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 아이 2명부터 다자녀 요금입니다.
고등학생인 제 동생이 "우리 반 애들 18명밖에 안 돼"라고 했을 때도, 뉴스에서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도 실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마주하니 새삼 그 심각성이 체감됐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요? 미래의 도시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바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의 내일을 만들다> 전시에서는 14개 대학의 미래 건축가 4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미래의 학교, 영화관, 일터의 모습을 상상한 미니어처들이 이곳에 가득해요. 학교에 대한 작품이 서너 개 정도 되었는데, '미래의 학교'는 지금의 폐쇄적인 형태가 아닌, 땅의 감각을 느끼기 위한 단층으로 고안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어제 책에서 본 '광야를 달리는 말이 마구간을 돌아볼 수 있겠느냐?' 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서울. 앞으로는 마구간을 돌아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어머니인 순귀비의 사당이 있던 곳으로, 1937년 조선총독부 청사로 쓰였다가 광복 이후 국세청 별관이 되었어요. 광복 70주년인 2015년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시민을 위해 활짝 열린 공간👂
시청역과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서울건축전시관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아세요? 서울도서관에서 계단을 내려가도, 건축전시관 아카이빙 공간에서 출구로 나가도 모두 시청역으로 통해요. 서울시청 지하 1~2층(시청역 1호선)으로 내려가 파란색 귀👂를 찾아보세요. 이곳은 바로 서울시청 '시민청(Seoul Citizens Hall)'입니다.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간 답게, 다양한 편의시설과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시민청 스탬프 투어가 있을 정도로 알찬 문화공간이에요.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면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한 경험 있으시죠? 시청 여행을 할 땐 배터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시민청 인포메이션에서 보조배터리를 무료로 2시간씩 대여해주거든요.
시청 역사에서 만난 서울의 역사
시민청의 다양한 공간 중 '군기시유적전시실'과 '소리갤러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아까 만났던 서울도서관은 1926년 경성부청사였고, 광복 이후에는 서울시청으로 쓰이며 6번 증축되었어요. 2008년 3월에 착공한 서울시청 신청사의 부지를 공사하던 중에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는 유구와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되어 발굴 조사를 실시했더니, 이 자리는 조선시대 병기제조를 담당하던 관청인 '군기시'가 있던 곳으로 추정된대요. 군기시유적전시실에는 바닥의 유적들을 관람할 수 있는 유리바닥이 있어 생생한 유물유적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와 화장실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 '소리갤러리'가 보여요. 소리갤러리에서는 밤섬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밤섬은 1968년 2월에 파괴되어 트럭 4만 대 분량의 잡석을 재취당한 뒤 한강 아래로 사라졌죠. 그 돌들은 개발 중인 여의도의 홍수를 막기 위한 제방이 되었고요. 여의도의 물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파괴된 밤섬. 이곳에 살던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은 부군님을 모신 탱화와 현판을 뜯어 한강을 건너왔고, 폭파 장치에 연결된 단추를 누르자 모두 기슭에 나와 눈물을 흘렸대요. 그런데 1985년부터 이 밤섬이 숨을 참고 다시 떠올라 이후 해마다 부피가 커졌고, 다시 거대한 섬이 되었어요. 인간의 욕심으로 갈라지고 해체되었지만,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재생되며 몸집을 키우는 밤섬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 같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서울
시청 여행의 계기가 된 넥스트로컬 행사에서 만난 청년들은, 서울 밖의 로컬에서 창업활동을 펼쳤지만 강남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서울의 공유주방에서 제품을 만들 계획이래요. "사람들은 왜 서울로 모일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던 중 오늘의 서울시청 여행에서 해답을 찾았어요.
바로 '아카이빙'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홍대,하면 버스킹이 떠오르고 성수,하면 팝업스토어가 떠오르는 것처럼 서울은 도시만의 특색을 '잘' 이용하고, 도시를 '박물관화'해요. 구 서울청사를 보존하여 아카이브 공간으로 활용하고, 구 조선총독부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으로 만든 것처럼 말이에요. 친절하게 도시의 역사를 소개해 주는 큐레이터들이 서울 곳곳에 도서관과 전시관의 형태로 숨어있기에 사람들은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 뿌리를 잘 보존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도시 전체에서 끊임없이 외치고 있으니까요.
(좌)서울도서관 내 '옛 청사 흔적' 기록관 / (우)청계천 가는 길
서울특별시는 1971년에 서울을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 나무는 은행나무로 선정했대요. 이른 봄 일제히 피어나는 개나리는 서울 시민의 협동정신을 뜻하고, 거목으로 성장하는 은행나무는 수도 서울의 무한한 발전을 의미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트는 걸 보았어요. 내년의 봄, 10년 후의 봄, 그리고 20년 뒤의 봄을 기대하며 시청역으로 향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