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강티카, 3월의 햇살 모아 모아 일 년 먹어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경칩이 어저께였죠. 경칩은 개구리뿐 아니라 만물이 깨어나는 시기래요. 그 만물에 귀촌 생활자도 포함! 낮 기온이 올라가니 몸이 알아서 꼼지락꼼지락 움직입니다.

 3월 둘째 주, 텃밭을 뒤집어 흙을 갈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퍼머컬쳐 농법에서는 경운하지 않는 밭이 탄소 배출 양도 줄이고 미생물의 증식도 높여 땅심을 키운다고 하는데요, 아직 초보인지라 차차 배워가기로 합니다.  농자재 센터에서 사 온 모둠 상추씨, 루꼴라 씨를 준비했어요. 나뭇가지, 지푸라기들을 모아 퇴비함에 넣고 삽으로 흙을 떠서 골고루 폈습니다. 아직 심지도 않았는데 다양한 상추에 루꼴라 샐러드까지 먹을 생각에 벌써 신이 나요. 성급하면 농사 못 짓는다고 텃밭 선배님들이 그러시는데요, 다시 돌아와서 흙을 살살 높여 고랑을 만들어갑니다. 

 흙을 뒤집다 보니 아직 흙이 되지 못한 계란 껍데기, 파 뿌리가 나오네요. 까맣게 반들거리는 뭔가도 보이는데 단추인가 싶어 주우려고 보니 아뿔싸! 사슴벌레 머리였네요. 몸통은 어디 갔니... 조용한 비명을 지르며 흙으로 덮어줍니다. 곧 흙으로 돌아가겠죠? 모종을 키워 심으면 병해충을 예방하고 씨앗의 발아율을 높여 안전하게 심을 수 있지만 바로 씨를 뿌렸습니다. 발아까지 한참 걸리겠지만 귀촌 생활자는 가진 게 시간이요, 남는 것도 시간인지라 서두를 것이 없어요. 성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게으르기도 하네요. 

 텃밭에 잎채소, 토마토, 오이 등을 심어 놓으면 여름 한 철 든든한 먹거리가 되어 줄 거예요. 읍내에 장 보러 갈 필요도 없을 테고요. 줄기 끝이 무르지 않고 새하얀, 금방 딴 상추 먹어보셨어요? 금방 딴 고추가 달다는 사실은요? 내 손으로 키워 만드는 밥상!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텃밭에 뿌릴 쌀뜨물 이엠확대발효액. 양분 공급과 유익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 뿌려요)

 다음 주에는 된장도 담을 예정이에요.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와 같아지는 춘분 전에는 담아야 해요. 살짝 추울 때 담아야 잡균을 방지하고 유익균이 자라거든요. 장을 담그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인 분들과 만가장도 준비하고 축문도 선물 받았지요. 먼저 묵은 장을 장독에서 퍼내고 장독을 씻어 일광소독하고 3년 전에 아파트에서 담근 장을 촌집에서 새로 숙성하는 기분으로 장 가르기를 했어요. 잡균 방지를 위해 넣은 연잎과 하얀 골마지를 걷어내고 햇볕 샤워시켰어요. 메주와 물과 소금은 따로 두면 상하지만 셋이 만나면 세상 훌륭한 약선음식이 됩니다. 더위에 입맛 잃은 여름날 쌈 채소와 함께, 으슬으슬 추운 가을 겨울에 뜨끈한 된장찌개로 일 년 내내 먹을 생각이에요. 

병아리 텃밭 생활자는 일교차가 아직 큰 시기에 흙을 엎었기에 아직 씨앗을 깨우진 못했어요. 대신 로컬푸드 매장에서 산 대파 밑동을 잘라 심어놓았어요. 대파에서 새싹이 벌써 이만큼 올라왔어요.

텃밭 앞 장독 하나, 호미, 삽 한 자루와 함께 마당에 음식을 키우는 귀촌 생활자의 자급자족 라이프, 

벚꽃, 개나리보다 상추 새싹이 더 기다려지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