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마구모, 막걸리가 나를 불렀다, 산으로

번쩍번쩍한 등산 장비, 에너자이저 같은 체력, 다부진 허벅지. ‘등산’을 하려면 꼭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하나도 해당하는 게 없네~ 라며 점점 등산과 벽을 쌓아갔죠. 굼벵이 같던 저를 산으로 부른 건 다름 아닌 막걸리였어요. 땀 흘리며 등산한 후 꿀꺽 넘기는 막걸리의 맛이 궁금해졌거든요. 하지만 체력은 없고 즐길 마음만 가득하니 최대한 쉬운 코스로 찾아냈어요.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삼성산입니다. 관악산 옆에 찰싹 붙어있는 동생 같은 산이에요. 관악산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지만 암벽을 타야 할 정도로 거친 바위산이에요. 하지만 어떤 코스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느긋하게 다닐 수도 있어요. 게다가 하산하는 장소도 매력적이에요. 체력 없는 술꾼이 찾은 기분 내기 등산 코스를 소개할게요.

🏁 관악역 2번 출구, 김밥 한 줄 어때요?

삼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다양해요. 저는 그중에서도 관악역에서 출발하는 루트를 좋아해요. *들머리가 가깝고, 역 앞 김밥천국에서 김밥도 살 수 있거든요. 큰 도로로 나와 삼성초등학교 오른쪽으로 쭉 걸으면 금방 입구가 나와요. 10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제1쉼터에서 김밥을 먹고 출발해요. 가방은 가볍고, 속은 든든하니 일석이조. 😎

*들머리는 산행의 출발지를 뜻하는 등산 용어예요.

(왼)삼성산 입구, (오)김밥천국에서 산 참치김밥, 땡초김밥

🌱 나만의 속도로 걷다 보면

삼성산의 해발 고도는 481m입니다. 632m인 관악산보다 높이가 낮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요. 하지만 관악산보다 삼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친구 따라 멋모르고 관악산에 갔을 때는 정말 오르기만 했어요. 앞뒤로 사람이 많아서 속도를 맞추지 않으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거든요. 결국 지쳐서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말았어요. 삼성산은 인파가 적어 나만의 속도로 걸으며 주위 풍경을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점점 흙길에서 바윗길로 바뀌고, 숨이 가빠지면 갈림길이 보여요. 왼쪽은 정상으로 가는 제2 전망대, 오른쪽은 하산 방향인 제1 전망대예요. 저는 오른쪽으로 가볼게요.

삼성산 오르는 길과 이정표

🚥 제1 전망대, 여기서 멈춰도 괜찮아요

사실 정상까지 가본 적은 없어요. 항상 전망대에서 만족하고 내려갔거든요. 누군가는 그게 등산이냐, 하겠지만 뭐 어때요. 몇 시간 전보다 하늘에 더 가까워졌잖아요! 정자에 앉아서 숨도 돌리고 기념사진도 찍어보세요. 만족스럽다면 안양예술공원 방향으로 하산하면 됩니다. 그래도 제2 전망대까지는 오르고 싶다면 다시 돌아가면 돼요.

Tip. 길을 잃었다면 당황하지 말고 지도 앱을 켜보세요. 등산 코스가 나와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위)제1 전망대의 정자, (아래)제1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과 지도 앱 실행화면

🕊️ 안양예술공원, 뭘 해도 좋아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31번길 7

관악역에서 출발한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안양예술공원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거든요. 자연 속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은 밝은 에너지가 넘쳐서 언제 가도 기분이 좋아져요. 오래된 로컬 식당, 분위기 좋은 카페, 김중업건축박물관 등 원하는 선택지로 등산 뒤풀이를 즐겨보세요.

안양예술공원의 풍경

🍲 맛있는 찌개, 산을 오르게 한 막걸리의 맛   경기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62 1층 맛있는찌개

등산 후 로컬 식당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 제일 기다렸던 시간이에요. 김치찌개에 계란말이를 시키고 앉아있으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상까지 다녀온 건 아니지만 오늘의 목표는 성공! 혹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해보세요. 중간에 멈춰도 괜찮아요. 완주보다 중요한 건 시작이니까.

맛있는 찌개에서 김치찌개와 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