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벨벨, 개구리도 늦잠을 자는 동네

"경칩이다! 잘 지내지?"

10년이 넘도록 매년 경칩만 되면 연락을 주는 친구가 있어요. 경칩만 되면 제 생각이 난대요. (제가 개구리를 닮았거든요.) 어쩌다보니 봄을 알리는 메신저가 되었네요. 연락을 받고 '봄이 왔구나!'하며 주위를 둘러봐요. 그런데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에도 강원도는 아직 겨울 테를 못 벗었어요.

<사진> 좌) 2022년 3월 19일
우)2021년 3월 2일. 강원도 인제의 눈

겨울 그리고 봄

설악산 아랫동네 인제는 입춘이 지나고 경칩이 지나도 눈이 펑펑 쏟아져요. 올해 경칩에도 어김없이 강원 산지에 최대 15cm 폭설이 쏟아졌다네요. 과연 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요? 3월의 눈은 다행히 한바탕 쏟아지다가도 금세 녹아버려요. 겨울 같지만 봄이 왔다는 신호이지요. 소복이 쌓인 눈을 뚫고 여기저기서 봄기운이 올라와요.
오일장은 봄이 가장 활기차게 찾아오는 곳이에요. 장날이 되면, 시장 입구부터 안쪽까지 봄꽃 모종들이 주욱 늘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져요. 좌판을 가득 메운 싱그러운 상추 모종을 보면 얼른 사서 심어줘야 할 것 같아요. 눈밭을 뒹굴다가도 모종 심을 밭을 갈아야 하는 거죠!

<사진> 좌) 3월 모종 (직접 촬영)
우) 읍내 오일장에 냉이와 달래를 캐서 나오신 할머니 (출처: 하늘내린 인제 블로그 SNS 홍보단2023.03.23)

봄의 맛

시장 곳곳에 달래, 냉이 향이 진하게 퍼지면 무슨 요리를 할까? 기분 좋은 고민이 시작돼요. 얼마 안 있으면 곰취며 명이와 두릅, 아스파라거스가 나올 거예요. 봄에는 욕심을 부려서라도 파릇파릇한 잎채소들과 산나물들을 많이 먹어둬야 할 것 같아요. 때를 놓치면 이듬해 봄이 되기 전까지 다시 맛보기 어려우니까요. 아스파라거스가 땅을 박차고 쑥쑥 올라오면 더 부지런히 먹어야 할 것 같고, 장날 산처럼 쌓여 있는 산나물들을 보면 마음이 급해져요. 데쳐 먹고, 무쳐 먹고, 끓여먹고, 비벼 먹고. 마음속으로는 벌써부터 장아찌 담글 생각을 해요. 장아찌는 '봄의 맛'을 오래오래 두고 아껴 먹을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떠나는 겨울도 붙잡고, 다가오는 봄도 맛보고 싶다면 3월의 인제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