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이너조이, 아이 손 잡고 단양 고수동굴로 들어가 보세요

서울 가족이 단양에 간 이유

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 아이를 데리고 단양을 갔다. 부산의 태종대 바다 앞에서, 경주의 천마총 및 거대 왕릉 앞에서 환호성을 질렀던 일곱 살 딸아이가 단양에서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부산 같은 대도시도 아니었고 경주처럼 빼어난 관광지도 아닌 단양. 여행이라기보다 가벼운 나들이 수준으로 동선을 계획하고 예산을 잡았던 난 단양을 즐기는 딸아이가 신기했다. 

엄마에게 그림으로 말해주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서울로 돌아와서 고수동굴과 사인암(단양팔경 중 한 곳)을 그리며 우리 가족의 다음 여행지는 당연히 단양이라고 했다. 석 달 뒤 가을, 우리 가족은 그렇게 또 한 번 단양을 찾게 된다.

(사진출처 : 뉴스핌)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 대학 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다 나 같은 서울 남자랑 결혼해 서울에 신혼집을 두고 아이를 하나 낳아 키우고 있다. 서울 사람에게 시시콜콜하게 찾아오는 병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자연 앓이다. 대지로부터 올라오는 기운과 초록색 무엇들로부터 풍기는 냄새, 석양에 반짝거리는 물가, 내 마음처럼 넘실대는 물결들,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들풀과 꽃이 수시로 그리워지는 병이다. 도시가 더 도시다워지고, 도시인이 더 도시인 같아질수록 이 병의 발생 주기는 짧아지고 강도는 더 세진다. 숲세권 아파트의 집값 상승, 도시인의 귀농 정착, 아이 있는 가정의 시골 한달살이, 자연과의 애착 속에서 공부하는 농촌 유학 등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에 서울 생활자들의 이 고질적인 질병이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본격적인 직장생활이 시작되던 이십 대 중반 무렵부터 이 병을 처음 마주했다. 서울 세련미의 상징, 백화점과 카페, 미술관, 복합몰로만 아이를 데리고 다니던 삼십 대 초중반. 난 지금 매일 같이 자연이 그리워 서울의 작은 숲이나 식물원을 검색하며 돌아다닌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서 바라게 되는 천만 가지 소원 중 하나. 아이가 때때로, 아니 꽤 자주 자연을 들여다보고 감탄하다 저만의 창작을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아이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멀리서 창조주가 이 아이의 삶을 기뻐하시길. 그래서 난 아이를 데리고 자연 속으로 자주 걸어 들어간다.

단양의 거대 암석을 마주한 일곱 살 아이

딸아이가 단양에서 본 건 고수동굴과 사인암이었다. 민물고기 생태관도 봤고 구경시장에도 가봤지만, 일곱 살 아이를 사로잡은 건, 웅장하고 거대한 암석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고수동굴과 사인암.

단양은 우리나라의 열두 번째 국가지질공원이다. 지구과학적으로 아주 중요하고 희귀하며 고고학적으로나 생태, 문화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 지역경제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는 지역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해 준다. 지금, 단양은 세계지질공원(유네스코 지정)에도 도전 중이다.

(사진 : 아이가 아주 큰 책장 같다고 표현한 사인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암 지대, 카르스트 지형*인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이 유명한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내려다보는 단양 땅은 경이로움과 웅장함 그 자체다. 그 땅을 밟고 다니는 것 자체가 단양 여행의 매력이겠다. 거대한 돌들 사이로 작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고수동굴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경이가 뭐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그랬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을 경이라고 한다고. 사람이 애써 따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잠시 할 말을 잃는 그 상태를 경이라 한다고. 아이는 ‘경이’라는 단어를 단양 고수동굴 안에서 배웠다.

*카르스트 지형 : 석회암 등의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 등에 의해 녹아 생성된 지형

(사진 : 석회암 동굴인 고수동굴의 유석들)

지질시대**를 거치는 동안 변형 작용을 받아 지층역전***의 지질구조가 풍부한 단양에는 그런 까닭인지 동굴이 많다. 단양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단양팔경도 단양의 아름다움을 한몫 더한다. 지구의 역사를 성실하게 기록해 온 암석들. 암석이 있는 지역을 여행할 때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에 감탄하느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도담삼봉과 사인암 앞에서 무한 같이 흘러온 지구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지질시대 : 46억년 지구의 역사를 고생대, 신생대, 중생대 등 몇몇 시대로 나누는 시대 구분
***지층역전 : 대륙의 충돌 등의 이유로 대규모 지각 변동(습곡이나 단층)이 발생하면 지층의 위층과 아래층의 순서가 뒤집히는 현상

그림책에서 숱하게 본 산과 들, 바다와는 조금 다른 자연의 모습이 아이에겐 색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평소보다 그림을 훨씬 많이 그렸고, 우리 가족의 여행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 아이의 여행담에 키카나 호캉스 이야기가 아니라 고수동굴과 단양팔경 이야기가 담길 수 있어 감사했다. 단양에 다녀온 지 꽤 시간이 지났을 때 아이의 그림에는 유치원과 집, 고수동굴이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자주 갈 수 있게 고수동굴이 집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단양이 해준 이야기

(사진 : 남한강을 볼 수 있는 단양잔도길)

단양에 처음 갔을 땐 거대한 석회 암석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우리 가족을 내려다보는 것 같아 어쩐지 어색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단양에 방문한 날, 가만히 쳐다보니 분명 돌들이 우릴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몇 억 년에 걸쳐 조금씩 위치를 옮기고 약간씩 형태를 달리한 정도로 거의 변함 없는 모습의 암석이 고작 서른 몇 해 살고 있는 나에게 무어라 하는 것 같았다. 들리지 않았지만 들을 수 있었다.

더 따뜻해지고, 더 여유를 가지라고. 

그래서 더 사랑스러워지라고.

[첫째 날 코스] 

오전│고수동굴 (40분~1시간)

오후│다누리 아쿠아리움 (1~2시간) / 구경시장

저녁│팝스월드 다자구할미네 (2~3시간)

[둘째 날 코스]

오전│만천하스카이워크, 도담삼봉

오후│온달관광지 (1~2시간), 사인암, 단성벽화마을

저녁│단양잔도길(1시간, 야간조명)

※ 중간 중간 잘 쉬어주기 :)

숙박│소노문 단양, 단양관광호텔 (호텔도 좋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게스트하우스가 많으니 1박 정도 게스트하우스 묵기 추천)

카페│카페 산, 도깨비카페 (패러글라이딩 구경/체험)

식당│마늘석갈비막국수, 달동네마늘순대, 백향담, 성원마늘약선요리, 경남식당, 장미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