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박견, 창가 너머 풍경에 반해 즐기게 된 봄꽃 구경

버스 창가 너머 알게 된 우리 동네 봄 풍경
2020년 3월.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절, 봄만 되면 열리던 축제도 열리지 않았다. 동생은 집에서 1시간 떨어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수업 교재를 받기 위해 같이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학교 초입에 다다를 무렵, 버스 창가로 아름다운 풍경을 목격했다. 안양천을 따라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었다. 은은하게 바람이 일면 벚꽃잎이 눈처럼 떨어졌고, 벚나무 아래에는 개나리가 심겨 있어 연한 분홍과 진한 노랑의 색이 잘 어우러졌다. 살짝 열어둔 버스 창문으로 봄바람을 맞으며 바라봤던 풍경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처음으로 벚꽃 구경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제대로 봄을 즐겨본 적 없다. 우스갯소리로 벚꽃의 꽃말을 중간고사라고 하지 않는가. 법정의무교육 12년, 대학교 4년 동안 학생으로 살면서 시험을 버리고 꽃구경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교실 창문 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거나 이동하면서 꽃이 피었음을 느끼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내향인으로서 사람이 과하게 몰리는 곳까지 가서 벚꽃을 구경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유명한 벚꽃 명소들은 갈 시간도, 자신도 없었다. 일상을 보내며 가끔 봄꽃을 본 기억만 있을 뿐, 꽃구경에 흠뻑 빠져 사색에 잠겨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작년 봄은 원 없이 꽃구경을 하러 다녔다. 그것도 동네에서만. 작년엔 길었던 학생 생활을 청산하고 처음 사회로 내디뎌 시간이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꽃구경을 갈 수 있기도 했고, 버스 창가 너머로 바라본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이 머릿속에 콕 박혀서 꽃구경을 꼭 가고 싶었다.

충훈부 벚꽃 축제
충훈부는 조선시대 국가에 헌신한 공신의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이라고 한다. 원래 명칭은 ‘충훈사’였다가 세조 때 ‘충훈부’라고 불리게 되었다. 당시 충훈부가 관할하던 지역이 현재 광명시 철산동, 광명동이라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세금을 받아 운영하다가 인근에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 마을 이름을 관청의 명칭을 따, 충훈부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 중에 몇 명은 동생과 같은 학교를 나와 충훈부에 벚꽃이 피면 예쁘다고 들었다. 그러나 집에서 너무 멀어서 갈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동네에 있는 벚나무가 다 고만고만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봤을 때 정말 예뻐서 깜짝 놀랐다. 축제가 열리면 꼭 가봐야지 하고 다짐했으나 코로나로 장점 중단. 그러다 작년, 4년 만에 벚꽃 거리를 개방한다고 해서 가족과 충훈부로 나들이를 나섰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 가서 노을 진 풍경 속에서 꽃구경했다. 벚꽃의 옅은 분홍색, 개나리꽃의 노란색, 노을의 주황색이 섞여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파스텔톤으로 가득 찬 게 참 예뻤다.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봄꽃 사진을 남겨놓고 싶어 몇 장 찍었다. 떨어진 벚꽃잎을 주워 머리에 얹어보기도 했다.
충훈부 벚꽃 거리에서는 강줄기를 따라서 걸으며 벚나무가 쭉 늘어진 풍경을 볼 수 있고, 바닥에는 봄꽃이 펴 있어 봄의 정취를 흠씬 느낄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며 꽃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한 번쯤 사색에 잠기러, 봄을 그대로 즐기러 올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효성 진달래 축제
작년에는 꽃구경에 진심이었다. 이 축제는 있는지도 몰랐는데, 엄마 손에 이끌려 가게 되었다. 공장 안 언덕에서 진달래 구경을 할 수 있는데, 굉장히 생소했던 이 축제는 꽤 역사가 깊었다. 작년 기준 41회째를 맞이했다고 한다. 효성은 안양에 있는 공장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운영하는 축제가 아닌, 회사에서 운영하는 축제다. 공장 지대 안에 진달래 군락이 있는데, 공장 안에서 진달래를 본다는 게 어색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리고 사람이 꽤 모이는 것도 의외였다.
비록 도심 뷰이긴 하지만 진달래와 어우러지는 경치가 꽤 좋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대포 카메라를 가져와서 꽃을 카메라에 담고 계시는 분도 있었다. 동산이 진달래로 보랏빛으로 물들어 예뻤고 덩어리져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핸드폰 카메라로 꽃 사진을 잔뜩 찍으면서 우리 동네에 꽃놀이 명소가 이렇게 많다는 걸 약 20년 만에 알게 되었다.

마치며
봄 하면 가장 먼저 봄꽃(진달래, 개나리, 벚꽃, 매화 등)이 떠오른다. 작년에는 동네에서 꽃구경하러 다니며 봄을 제대로 즐겼다. 봄꽃은 길 가다 보는 것에 불과했는데, 직접 가서 꽃을 보고 꽃 내음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봄이 왔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꽃구경에 항상 누군가와 함께했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예쁜 봄꽃 명소를 발견한 것도 좋았지만, 아끼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봄을 느낀 것이 최고로 행복했다.
간만에 아주 어릴 때 언니와 길을 가다가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에 꽂혀 꽃잎을 잡으려 애썼던 추억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잡는 게 쉽지 않아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언니가 떨어진 꽃잎을 주워 내가 잡기 편하도록 꽃잎을 떨어뜨렸다. 그래서 내가 그 꽃잎을 잡으면 이제 소원이 이뤄질 거라고 해줬다. 비록 그 말에 떨어진 거 주운 거로는 소원이 일어나지지 않는다고 쏘아붙였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봄은 꽃구경도 꽃구경이지만 누군가 함께한 추억이 얹어져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봄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에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올해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며 봄을 온전히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로컬 에디터 3기
from 박견, 창가 너머 풍경에 반해 즐기게 된 봄꽃 구경
버스 창가 너머 알게 된 우리 동네 봄 풍경
2020년 3월.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절, 봄만 되면 열리던 축제도 열리지 않았다. 동생은 집에서 1시간 떨어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수업 교재를 받기 위해 같이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학교 초입에 다다를 무렵, 버스 창가로 아름다운 풍경을 목격했다. 안양천을 따라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었다. 은은하게 바람이 일면 벚꽃잎이 눈처럼 떨어졌고, 벚나무 아래에는 개나리가 심겨 있어 연한 분홍과 진한 노랑의 색이 잘 어우러졌다. 살짝 열어둔 버스 창문으로 봄바람을 맞으며 바라봤던 풍경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처음으로 벚꽃 구경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제대로 봄을 즐겨본 적 없다. 우스갯소리로 벚꽃의 꽃말을 중간고사라고 하지 않는가. 법정의무교육 12년, 대학교 4년 동안 학생으로 살면서 시험을 버리고 꽃구경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교실 창문 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거나 이동하면서 꽃이 피었음을 느끼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내향인으로서 사람이 과하게 몰리는 곳까지 가서 벚꽃을 구경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유명한 벚꽃 명소들은 갈 시간도, 자신도 없었다. 일상을 보내며 가끔 봄꽃을 본 기억만 있을 뿐, 꽃구경에 흠뻑 빠져 사색에 잠겨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작년 봄은 원 없이 꽃구경을 하러 다녔다. 그것도 동네에서만. 작년엔 길었던 학생 생활을 청산하고 처음 사회로 내디뎌 시간이 많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꽃구경을 갈 수 있기도 했고, 버스 창가 너머로 바라본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이 머릿속에 콕 박혀서 꽃구경을 꼭 가고 싶었다.
왼쪽부터 2장은 충훈부 벚꽃축제 사진, 마지막 사진 1장은 효성 진달래꽃 축제 사진.
충훈부 벚꽃 축제
충훈부는 조선시대 국가에 헌신한 공신의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이라고 한다. 원래 명칭은 ‘충훈사’였다가 세조 때 ‘충훈부’라고 불리게 되었다. 당시 충훈부가 관할하던 지역이 현재 광명시 철산동, 광명동이라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세금을 받아 운영하다가 인근에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 마을 이름을 관청의 명칭을 따, 충훈부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 중에 몇 명은 동생과 같은 학교를 나와 충훈부에 벚꽃이 피면 예쁘다고 들었다. 그러나 집에서 너무 멀어서 갈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동네에 있는 벚나무가 다 고만고만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봤을 때 정말 예뻐서 깜짝 놀랐다. 축제가 열리면 꼭 가봐야지 하고 다짐했으나 코로나로 장점 중단. 그러다 작년, 4년 만에 벚꽃 거리를 개방한다고 해서 가족과 충훈부로 나들이를 나섰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 가서 노을 진 풍경 속에서 꽃구경했다. 벚꽃의 옅은 분홍색, 개나리꽃의 노란색, 노을의 주황색이 섞여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파스텔톤으로 가득 찬 게 참 예뻤다.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봄꽃 사진을 남겨놓고 싶어 몇 장 찍었다. 떨어진 벚꽃잎을 주워 머리에 얹어보기도 했다.
충훈부 벚꽃 거리에서는 강줄기를 따라서 걸으며 벚나무가 쭉 늘어진 풍경을 볼 수 있고, 바닥에는 봄꽃이 펴 있어 봄의 정취를 흠씬 느낄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며 꽃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한 번쯤 사색에 잠기러, 봄을 그대로 즐기러 올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동네에도 충분히 봄꽃 구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도심이지만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효성 진달래 축제
작년에는 꽃구경에 진심이었다. 이 축제는 있는지도 몰랐는데, 엄마 손에 이끌려 가게 되었다. 공장 안 언덕에서 진달래 구경을 할 수 있는데, 굉장히 생소했던 이 축제는 꽤 역사가 깊었다. 작년 기준 41회째를 맞이했다고 한다. 효성은 안양에 있는 공장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운영하는 축제가 아닌, 회사에서 운영하는 축제다. 공장 지대 안에 진달래 군락이 있는데, 공장 안에서 진달래를 본다는 게 어색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리고 사람이 꽤 모이는 것도 의외였다.
비록 도심 뷰이긴 하지만 진달래와 어우러지는 경치가 꽤 좋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대포 카메라를 가져와서 꽃을 카메라에 담고 계시는 분도 있었다. 동산이 진달래로 보랏빛으로 물들어 예뻤고 덩어리져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핸드폰 카메라로 꽃 사진을 잔뜩 찍으면서 우리 동네에 꽃놀이 명소가 이렇게 많다는 걸 약 20년 만에 알게 되었다.
효성 진달래꽃 축제 때 찍은 사진. 도심 풍경에 진달래 꽃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왼쪽 사진은 졸업한 학교 마스코트 인형. 같이 찍으면 예쁠 것 같아 한 컷 찍었다.
마치며
봄 하면 가장 먼저 봄꽃(진달래, 개나리, 벚꽃, 매화 등)이 떠오른다. 작년에는 동네에서 꽃구경하러 다니며 봄을 제대로 즐겼다. 봄꽃은 길 가다 보는 것에 불과했는데, 직접 가서 꽃을 보고 꽃 내음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봄이 왔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꽃구경에 항상 누군가와 함께했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예쁜 봄꽃 명소를 발견한 것도 좋았지만, 아끼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봄을 느낀 것이 최고로 행복했다.
간만에 아주 어릴 때 언니와 길을 가다가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에 꽂혀 꽃잎을 잡으려 애썼던 추억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잡는 게 쉽지 않아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언니가 떨어진 꽃잎을 주워 내가 잡기 편하도록 꽃잎을 떨어뜨렸다. 그래서 내가 그 꽃잎을 잡으면 이제 소원이 이뤄질 거라고 해줬다. 비록 그 말에 떨어진 거 주운 거로는 소원이 일어나지지 않는다고 쏘아붙였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봄은 꽃구경도 꽃구경이지만 누군가 함께한 추억이 얹어져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봄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에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올해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며 봄을 온전히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충훈부 유래 출처: https://www.anyang.go.kr/manan/contents.do?key=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