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녕킴, 우린 내일도 수원에 있을까

오늘의 날씨는 구름 많음
행궁동은 조용했다. 비가 내리고 흐린 날. 찻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앞에 새로 생긴 카페엔 3명의 손님이 전부였다. 어두운 날 덕분에 "여기가 원래 문구점이었는데"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나눴다. 만난 지 한 달 된 친구 '나'와 함께


@흐린 날씨 덕에 카페 조명이 선명하게 찍힌다
'나'는 일곱 살 때 수원에 이사 와서 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20년, 수원 토박이다. '나'와는 수원미디어센터의 촬영 수업에서 만났다. '나'는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지도, 제2의 직업을 꿈꾸지도 않지만 매달 미디어 수업을 듣는 친구였다.
2004년 5월 토요일 일어난 시각 아침 7시
학교 가는 토요일이 있던 그 시절 우린 화성 행궁 광장에 모여 성곽길을 걸었다. 수원천에 모여 내 팔보다 긴 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봉사 시간을 채웠다.
팔달산에 4층짜리 비둘기집 있었던 거 기억나? 사실 그 정도면 집이 아니라 아파트였지. 거기가 항상 그늘져서 친구들이랑 피크닉 많이 했는데 아직도 있으려나?
산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어른이 되는 동안, 수원의 시간도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나'는 수원에서 근무하는 어른이 되었다
정조의 역사박물관이었던 수원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펼치는 중이다. 행궁동이 핫해질 수록 '나'의 동네는 차가워지고 있었다.

행궁동이 되면서 골목길도 깨끗해졌고 화성 풍경도 한결같이 예뻐. 그런데 나만 알던 성곽길이 붐비기 시작하더라고. 아지트를 뺏기는 느낌이 들긴 해.
그 길은 제일 친한 친구 집에 놀러 가던 길이었고 부모님의 슈퍼로 가던 길이었어. 지금은 성곽길 주변이 정리되면서 전부 이사 갔지만.
그래도 난 아직 그 길을 자주 가. 올해 벚꽃 질 때도 다녀왔어. 아지트에 한참 누워있어야 해서 베개도 챙겨. 돗자리 피고 누우면 소나무랑 하늘만 보여. 이제는 누구를 보러 가기보단 길 자체를 보려고 가는 거 같아.

@길의 끝인 막다른 길, 아지트에서 피크닉 중 한 컷
2024년 5월 목요일 잠드는 시각 밤 12시
아지트가 '길'인 사람답게 '나'와 만나면 자연스럽게 걷게 된다. 10년 넘게 걸어 길과 정이 쌓였다는 '나'의 눈에는 핫플이 되어버린 행궁동은 어떻게 보일까?

@수원시 미디어센터에서 영상 촬영 실습을 하고 있는 '나'
솔직히 바뀐 모습이 훨씬 좋아. 예뻐진 골목길도 좋지만 '수원미디어센터'처럼 새로운 공간이 생겼잖아!
코로나19 때 보건증 만들려고 관련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어. 영화 <조조래빗> 보러 갔다가 게재된 강좌에 이끌려 매달 수업을 듣고 있지. 회사 - 집 반복이었던 일상에 숙제가 들어오니까 점점 활기를 띠더라고. 그래서 미디어센터를 끊을 수가 없어.
내 친구 중에 저녁 7시에 퇴근만 해도 감사한 애들이 수두룩해. 친구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혼자 수업을 들었던 건데, 새 친구도 생기고 이런 변화가 꽤 재밌어
우린 내일도 수원에 있을까
'나'는 비둘기 아파트 4층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질 줄 몰랐다. 정확히는 사라진 줄도 몰랐다. 매일 똑같은 하루였지만 뒤돌아보니 수많은 게 바뀌었다. 우린 왜 변하지 않고 수원에 남아 있는 걸까?

@'나'가 찍은 수원의 밤
수원에서 보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하루?
벚꽃이 지기 시작하는 봄에서 하루를 시작할래. 따뜻해진 날씨에 팔달산 서장대에 올라가야지. 일출 보고 고기를 먹을 거야. 배부르게 먹고 수원 바이크로 화성 행궁 광장 한 바퀴 돌아주고! 아지트에 가서 돗자리 피고 음악 들어야지. 도시락도 싸 와서 해가 질 때까지 누워있으려고.


@오늘의 일기를 쓰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인터뷰 장소를 찾다가 발견한 오래된 서점. "여긴 항상 닫혀있더라"라는 '나'의 말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문 열 때까지 여기 와볼래?" 한 마디를 던졌다. 소소하지만 지금이라 기대할 수 있는 하루 덕에 우린 내일도 수원에서 만난다.
로컬 에디터 3기
from 녕킴, 우린 내일도 수원에 있을까
오늘의 날씨는 구름 많음
행궁동은 조용했다. 비가 내리고 흐린 날. 찻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앞에 새로 생긴 카페엔 3명의 손님이 전부였다. 어두운 날 덕분에 "여기가 원래 문구점이었는데"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나눴다. 만난 지 한 달 된 친구 '나'와 함께
@흐린 날씨 덕에 카페 조명이 선명하게 찍힌다
'나'는 일곱 살 때 수원에 이사 와서 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20년, 수원 토박이다. '나'와는 수원미디어센터의 촬영 수업에서 만났다. '나'는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지도, 제2의 직업을 꿈꾸지도 않지만 매달 미디어 수업을 듣는 친구였다.
2004년 5월 토요일 일어난 시각 아침 7시
학교 가는 토요일이 있던 그 시절 우린 화성 행궁 광장에 모여 성곽길을 걸었다. 수원천에 모여 내 팔보다 긴 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봉사 시간을 채웠다.
산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어른이 되는 동안, 수원의 시간도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나'는 수원에서 근무하는 어른이 되었다
정조의 역사박물관이었던 수원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펼치는 중이다. 행궁동이 핫해질 수록 '나'의 동네는 차가워지고 있었다.
@길의 끝인 막다른 길, 아지트에서 피크닉 중 한 컷
2024년 5월 목요일 잠드는 시각 밤 12시
아지트가 '길'인 사람답게 '나'와 만나면 자연스럽게 걷게 된다. 10년 넘게 걸어 길과 정이 쌓였다는 '나'의 눈에는 핫플이 되어버린 행궁동은 어떻게 보일까?
@수원시 미디어센터에서 영상 촬영 실습을 하고 있는 '나'
우린 내일도 수원에 있을까
'나'는 비둘기 아파트 4층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질 줄 몰랐다. 정확히는 사라진 줄도 몰랐다. 매일 똑같은 하루였지만 뒤돌아보니 수많은 게 바뀌었다. 우린 왜 변하지 않고 수원에 남아 있는 걸까?
@'나'가 찍은 수원의 밤
@오늘의 일기를 쓰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인터뷰 장소를 찾다가 발견한 오래된 서점. "여긴 항상 닫혀있더라"라는 '나'의 말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문 열 때까지 여기 와볼래?" 한 마디를 던졌다. 소소하지만 지금이라 기대할 수 있는 하루 덕에 우린 내일도 수원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