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이너조이, 로컬 스토리가 쌓인 컨텐츠만큼 좋은 창업 아이템은 없죠

결혼 전 서울시 마을기업에 선정된 협동조합 이사회로 일하던 난 로컬을 주제로 하는 청년활동에 관심이 많다.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활동이 대부분인 그들의 일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찍이 동네활동의 매력을 이해하고, 실험적이며 동시에 지속가능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동네청년들. 서울에서 만난 청년들과 또 다른 이슈를 품고 있을 지방 소도시 청년들의 로컬 활동이 궁금했다. 여러 날 단양명소를 검색하다 자꾸 눈에 들어오는 사람, 단양의 로컬크리에이터 이승준 대표와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 

마케팅회사에서 3~4년 일하던 그는 자신의 10년 뒤를 상상하며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단양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산속 헌책방 '새한서점'을 떠올렸다고 한다.  책방을 지키고 헌책을 판매하는 책방지기 본연의 임무만을 수행하시던 아버지와 다른 눈으로 새한서점을 봤다고. 헌책이 무더기처럼 쌓여있는 산속의 한 서점이 주는 공간감, 요즘 세대가 만나볼 수 없는 헌책들,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단양에 왔다. (2016)

(미디어에 보도되며 유명해진 단양 헌책방, 새한서점)

새한서점 운영을 시작으로 독립책방 겸 굿즈샵인 '단양노트'를 창업했다. '단양노트'를 통해 기록한 단양 이야기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그를 로컬 브랜드 기획자, 충북의 대표 로컬크리에이터로 인정했다. (2019) 단양에 정착한지 9년.  창업이나 브랜드 설계, 로컬 비즈니스 등의 이슈가 늘 그를 따라다닌다. 청년창업가 커뮤니티를 꾸리고, 예비창업자 강의를 나가는 동시에 단양 알리기에도 게으름이 없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단양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사람

: 기록해 놓은 로컬 스토리가 자산

Q. '새한서점'을 시작으로 '단양노트', '예쁘면 단양' 등 현재 하고 계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 대표님의 일을 정리해 주시겠어요?

저는 현재 3곳(새한서점, 단양노트, 예쁘면단양)의 장소를 이동해가면서 사업과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새한서점에서의 일은 일을 많이 줄여 주 3회 오전에 잠깐 방문합니다. 청소, 온라인으로 주문된 책 포장/발송하는 일을 맡습니다. ‘단양노트’는 주 4일만 샵을 오픈합니다. 판매되는 단양굿즈와 독립출판도서의 재고를 파악하여 주문하는 일 이외에는 주로 문서작업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쁘면 단양 제과점’ 이라는 협동조합 공동매장을 맡아 관리합니다. 2년 전쯤 단양에 청년문화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고요 이사장으로서 조합활동을 계획하고 운영합니다. ‘예쁘면 단양’ 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예비 청년창업 컨설팅교육, 지역행사 기획운영, 단양여권 판매사업 등의 다방면의 청년사업에 관한 일들을 주관합니다. 

(이승준 대표가 운영하는 세 곳 : 예쁘면단양, 새한서점, #단양노트)

Q. '단양노트'를 통해 창작물을 많이 만들고 계신데요. 단양을 기록한다는 건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단양노트 는 단양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로컬샵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양을 기록하는 모든 과정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단양노트 사업의 정체성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하나씩 스토리가 쌓여서 찐한 로컬 컨텐츠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컬 스토리가 녹아들어 있는 컨텐츠만큼 매력있는 사업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주력 중인 사업(프로젝트)는 무엇이며 핵심 타겟은 누구인가요?

[단양여권 : 로컬스탬프투어] 사업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단양명소와 로컬 가게들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해줌과 동시에 재미있는 여행 프로모션을 접목했습니다. 핵심 타깃은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 해당됩니다. 지역민과 방문객을 잇는 역할이기도 하죠. 소도시인 단양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단양여권 : 로컬스탬프투어)

Q. <슬기로운 단양생활>, <단양아티스트콜라보> 등의 프로젝트에서 협업해 온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슬기로운 단양생활] 프로젝트는 타지에서 단양으로 정착해서 본인의 일과 업을 가지고, 최소 3년 이상의 살아오고 계신 분들의 로컬의 ‘삶’과 ‘일’에 대해서 조명을 하고 싶었고요. [단양 아티스트 콜라보] 프로젝트는 전국의 아티스트를 단양으로 초청하여, 단양을 직접 경험하고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단양 지역의 아티스트 위주로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소도시에는 예술가분들이 많이 없어서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하게 되었습니다.

* 위 프로젝트의 작업물들은 별도 계정을 만들어 아카이빙하고 있다. @danyang_localcreator 단양아티스트 작업, @danyangnote_project  #단양노트 프로젝트

Q. 로컬크리에이터의 관점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지역민의 관점으로서 내가 이 도시에서 잘 모르는 부분들을 계속 찾아내고 알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지역민들의 삶과 문화, 장소 또는 공간에 대한 스토리를 모아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관점으로서 도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합니다. ‘만약에 내가 여행자라면 여기서 이런 부분이 불편할 것 같은데...’ 일부러 약간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개선할 점들을 찾습니다.

Q. 기획자, 예술가, 메신저, 공간 운영자, 책방지기, 사업가, 리더 등의 일들을 소화하고 계신데 스스로 어떤 역할에 비중을 많이 두고 계신가요? 어떤 역할을 할 때 가장 대표님답다고 느끼시나요?

현재는 기획자로서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한서점 매니저, #단양노트 대표, 단양청년문화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기획자의 삶으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제가 단양에 내려온 목적이 스스로 기획하고 직접 운영까지 맡아서 해보는 것이었는데요. 저다운 삶인 듯합니다.

청년들이 만들어낼 로컬 문화 기대

: 단양 청년을 위한 컨텐츠 발굴

Q. 다른 지역도 여행하시면서 영감을 얻으시는 걸로 보이는데 추천하고 싶은 타지역의 #단양노트 같은 로컬 상점, 로컬 크리에이터 있으실까요?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 또는 로컬 활성화를 통해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모습과 결과를 보여주는 곳은 ‘충주’ 관아골이 떠오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이 왕성한 지역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의 계획은 단양 지역의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 또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많이 창출해내는 것입니다. 단양의 굵직한 지역기업들(고수동굴, 단양관광공사, 한일시멘트, 수양개빛터널, 소노문, 관광호텔 등)과 함께 단양 청년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역 기업과 단양군의 관심은 저조하다고 느낍니다.

(단양청년협동조합 활동 및 컨설팅 활동 중인 모습)

Q. 단양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예비 로컬크리에이터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로컬과 창업은 2개의 영업입니다. 자신의 사업을 공부하는 건 당연하고 동시에 사업의 환경적 기반이 될 로컬도 공부해야 합니다. 지방 소도시라면 해당 지역의 관광에 대해서도 들여다 봐야 하겠지요. 시너지를 일으켜줄 동반자와의 연대도 중요하니 부지런히 커뮤니티와 같은 네트워크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