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3기
from 시카, 백빈건널목 지킴이의 이야기

땡-땡-땡-땡-
건널목에서 땡땡 소리와 함께 많은 이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역무원분들을 보면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어요. 경고음이 들리면 진입 통제를 하고, 차단기가 올라가면 안전하게 사람과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잖아요. 그런데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그 사이에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요즘 건널목은 보기가 참 어렵지요. 드문 곳이지만 서울에 유명한 건널목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용산역 1번 출구를 나와 위용을 자랑하던 드래곤힐스파를 지나니 젊은이들이 가득한 거리가 나옵니다. 간판이 없는 멋진 식당도 있고요. 이곳은 위험하니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음 때문에 일명 '땡땡거리' 라고 불리는 백빈건널목 근처였어요. 조금 더 가보니 옛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백빈건널목에 도착했습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건널목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역무원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직원들의 근무 공간. 경고등 기둥에는 기차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어요. ⓒ 시카
선생님께서는 여기에 계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5년 공무직으로 들어왔어요. 서소문 건널목에 3년 있었고 작년에 여기로 왔으니,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서소문은 열차가 많이 다니고 복잡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철길하고 가까우니까 더 정감 있어요. 이런 데가 정말 없어요. 이곳이 왜 백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줄 아세요? 임금이 죽으면 궁에서 왕비와 후궁들은 다 나가잖아요. 그중에서 백씨 성을 가진 빈이 이 길로 종종 다녔대요. 그래서 이 길이 백빈으로 지어졌다고 알려졌어요.
신호수는 2명이 건널목을 마주 보고 일합니다. 1시간마다 위치를 교대*해요. 식사할 때도 1명이 식사하면 나머지 1명은 본인 위치랑 건너편까지 안전 관리를 하고 있어요.
백빈건널목에 계속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요?
원래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찾지는 않았어요. 드라마와 SNS에서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여기(건널목)를 찍은 게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젊은 사진작가들이 여기를 배경으로 스냅 사진을 찍기도 하지요. 그걸 SNS에 올리니까 건널목이 더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는 것 같아요. 웨딩 사진 찍으러도 와요. 웨딩드레스 입고 여기 와서 찍고 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해외 관광객도 많아요. 그중 일본 관광객은 여기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이다 보니까 나이를 가릴 것 없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 지역에서 찾아오는 여행객이 늘었어요. 동남아에서 온 10대 친구들은 한국어가 아주 유창해요. 우리나라 말을 어디에서 배웠냐고 물어보니까 드라마 보고 배웠다고 하니, 한류가 엄청난 거라고 느꼈어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백빈건널목을 배경으로 한 장면. 저녁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군요. ⓒ tvN
아, 저기 이음 열차*가 지나가는군요! 여기는 용산역 부근인데, 강릉과 안동으로 가는 기차도 지나가나요?
그럼요. 여기가 서울역에서 출발해 용산역을 거쳐 청량리역 쪽으로 가는 길이거든요. 그러니 서울역부터 청량리까지 가는 기차는 여기를 지나지요. 그런데 이 동네에는 또 다른 건널목이 하나 있어요. 백빈건널목 위에는 삼각선이라고 임시 열차가 지나가는 철도 노선이 있답니다. 한강 이남에서 용산역을 안 거치고 바로 전방이나 지역으로 가는 기차들이 지나가요. 주로 군수품을 나르는 화물열차나 군인들을 수송하는 열차가 삼각선을 이용해요. 그렇지만 빈도는 높지 않아 하루에 한 대도 안 다닐 때도 있어요.

주의 장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 꼭 필요한 건널목이었습니다. ⓒ 시카
선생님께서는 올해가 마지막 근무라고 하셨는데, 이후에 여기 가이드를 하셔도 될 만큼 너무 잘 알고 계세요! (웃음)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 건널목에 있는 상점을 배경으로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해요. 상가 간판도 바꾸면서 드라마 찍을 준비를 하는 걸 보았어요. 여기 바로 옆에 있는 술집은 평범한 메뉴인데도 국내외 할 것 없이 손님들이 찾아와요. 철길을 배경으로 앉아서 사진을 찍은 장면이 SNS에 유행하니까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계속 미디어 나오니 앞으로 더 유명해지겠죠?
이 일이 끝나면 뭐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공부 중인 외국어를 쓰려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말을 걸고 했었던 것처럼, 건널목에서 여행객들과 이야기했던 걸 배경 삼아서 서울을 알리는 문화해설사를 할까 해요. 실제로 3개월간 서울 유적지를 다니며 문화해설사 교육도 들었답니다.

유쾌하게 백빈건널목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익명의 선생님과 인터뷰 시간 내내 열정 촬영을 하던 여행자 ⓒ 시카
인터뷰 중 정말 많은 분이 사진을 찍더군요.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면 진입하는 차량에 치일 일도, 기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는 무인으로 운영되면 절대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많은 이들의 안전을 관리하느라 신경이 곤두설 수도 있는데도 선생님께서는 영어 공부를 틈틈이 하신다고 해요. 자꾸 잊어버리니까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에게 영어로 말을 건다고 하십니다. 제게도 친절하게 건널목 이야기를 알려주시는 모습을 보니 안전을 지키는 신호수를 넘어서, 건널목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추억 지킴이 같았습니다. 앞날을 응원하며, 이따금 건널목을 지나게 되면 무료해 보이는 역무원 선생님들께 한마디씩 말을 걸어보아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 •̀ .̫ •́ )✧
로컬 에디터 3기
from 시카, 백빈건널목 지킴이의 이야기
땡-땡-땡-땡-
건널목에서 땡땡 소리와 함께 많은 이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역무원분들을 보면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어요. 경고음이 들리면 진입 통제를 하고, 차단기가 올라가면 안전하게 사람과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잖아요. 그런데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그 사이에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요즘 건널목은 보기가 참 어렵지요. 드문 곳이지만 서울에 유명한 건널목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용산역 1번 출구를 나와 위용을 자랑하던 드래곤힐스파를 지나니 젊은이들이 가득한 거리가 나옵니다. 간판이 없는 멋진 식당도 있고요. 이곳은 위험하니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음 때문에 일명 '땡땡거리' 라고 불리는 백빈건널목 근처였어요. 조금 더 가보니 옛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백빈건널목에 도착했습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건널목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역무원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직원들의 근무 공간. 경고등 기둥에는 기차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어요. ⓒ 시카
선생님께서는 여기에 계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5년 공무직으로 들어왔어요. 서소문 건널목에 3년 있었고 작년에 여기로 왔으니,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서소문은 열차가 많이 다니고 복잡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철길하고 가까우니까 더 정감 있어요. 이런 데가 정말 없어요. 이곳이 왜 백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줄 아세요? 임금이 죽으면 궁에서 왕비와 후궁들은 다 나가잖아요. 그중에서 백씨 성을 가진 빈이 이 길로 종종 다녔대요. 그래서 이 길이 백빈으로 지어졌다고 알려졌어요.
신호수는 2명이 건널목을 마주 보고 일합니다. 1시간마다 위치를 교대*해요. 식사할 때도 1명이 식사하면 나머지 1명은 본인 위치랑 건너편까지 안전 관리를 하고 있어요.
* 인터뷰할 때도 시간이 지나니 건너편 역무원이 제가 있는 쪽으로 건너오더라고요.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고 안전하게 건널목을 잘 지켜주시는 것 같아 든든했답니다!
백빈건널목에 계속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요?
원래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찾지는 않았어요. 드라마와 SNS에서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여기(건널목)를 찍은 게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젊은 사진작가들이 여기를 배경으로 스냅 사진을 찍기도 하지요. 그걸 SNS에 올리니까 건널목이 더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는 것 같아요. 웨딩 사진 찍으러도 와요. 웨딩드레스 입고 여기 와서 찍고 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해외 관광객도 많아요. 그중 일본 관광객은 여기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이다 보니까 나이를 가릴 것 없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 지역에서 찾아오는 여행객이 늘었어요. 동남아에서 온 10대 친구들은 한국어가 아주 유창해요. 우리나라 말을 어디에서 배웠냐고 물어보니까 드라마 보고 배웠다고 하니, 한류가 엄청난 거라고 느꼈어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백빈건널목을 배경으로 한 장면. 저녁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군요. ⓒ tvN
아, 저기 이음 열차*가 지나가는군요! 여기는 용산역 부근인데, 강릉과 안동으로 가는 기차도 지나가나요?
그럼요. 여기가 서울역에서 출발해 용산역을 거쳐 청량리역 쪽으로 가는 길이거든요. 그러니 서울역부터 청량리까지 가는 기차는 여기를 지나지요. 그런데 이 동네에는 또 다른 건널목이 하나 있어요. 백빈건널목 위에는 삼각선이라고 임시 열차가 지나가는 철도 노선이 있답니다. 한강 이남에서 용산역을 안 거치고 바로 전방이나 지역으로 가는 기차들이 지나가요. 주로 군수품을 나르는 화물열차나 군인들을 수송하는 열차가 삼각선을 이용해요. 그렇지만 빈도는 높지 않아 하루에 한 대도 안 다닐 때도 있어요.
* KTX-이음 열차는 2021년에 개통했어요. 주요 행선지는 강릉과 안동입니다. 당시에는 청량리를 출발지로 했기 때문에 왜 이곳에 이음 열차가 지나다니는지 궁금했어요. 2023년 12월부터 서울역에서도 강릉과 안동에 갈 수 있게 노선이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주의 장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 꼭 필요한 건널목이었습니다. ⓒ 시카
선생님께서는 올해가 마지막 근무라고 하셨는데, 이후에 여기 가이드를 하셔도 될 만큼 너무 잘 알고 계세요! (웃음)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 건널목에 있는 상점을 배경으로 드라마 촬영을 한다고 해요. 상가 간판도 바꾸면서 드라마 찍을 준비를 하는 걸 보았어요. 여기 바로 옆에 있는 술집은 평범한 메뉴인데도 국내외 할 것 없이 손님들이 찾아와요. 철길을 배경으로 앉아서 사진을 찍은 장면이 SNS에 유행하니까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계속 미디어 나오니 앞으로 더 유명해지겠죠?
이 일이 끝나면 뭐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공부 중인 외국어를 쓰려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말을 걸고 했었던 것처럼, 건널목에서 여행객들과 이야기했던 걸 배경 삼아서 서울을 알리는 문화해설사를 할까 해요. 실제로 3개월간 서울 유적지를 다니며 문화해설사 교육도 들었답니다.
유쾌하게 백빈건널목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익명의 선생님과 인터뷰 시간 내내 열정 촬영을 하던 여행자 ⓒ 시카
인터뷰 중 정말 많은 분이 사진을 찍더군요.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면 진입하는 차량에 치일 일도, 기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는 무인으로 운영되면 절대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많은 이들의 안전을 관리하느라 신경이 곤두설 수도 있는데도 선생님께서는 영어 공부를 틈틈이 하신다고 해요. 자꾸 잊어버리니까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에게 영어로 말을 건다고 하십니다. 제게도 친절하게 건널목 이야기를 알려주시는 모습을 보니 안전을 지키는 신호수를 넘어서, 건널목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추억 지킴이 같았습니다. 앞날을 응원하며, 이따금 건널목을 지나게 되면 무료해 보이는 역무원 선생님들께 한마디씩 말을 걸어보아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