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4기

from 윰윰ㅣ우리동네에서 건축작품 찾아보기

안양에는 20년 넘게 꾸준하게 이어온 예술프로젝트가 있어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PublicArtProject 이하, APAP)>입니다. 2005년 낙후된 안양유원지의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1회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 3년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안양의 도로와 공원, 자연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공공예술 작품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7회 대회까지 진행했고, 약 80여 점의 작품을 안양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양에 살고 계신다면 분명히 본인도 모르는 사이 공공예술 작품을 봤을거예요.

저도 안양에 오래 살았지만 안양예술공원을 물놀이하고 백숙 먹고 등산하는 곳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3년 전 안양예술공원 주변에서 일을 하면서 매일 오가다보니 자연스레 공원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과 APAP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안양파빌리온이라는 보석 같은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죠.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안양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과 생각없이 스쳐간 공간이 작품이라니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르고 지나친다는게 안타까웠답니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 동네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말이죠.

안양파빌리온, 모더니즘 건축 거장의 한국 첫 작품.

그래서 APAP 작품 중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의 작품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작품은 안양예술공원의 비봉산자락과 삼성천사이에서 고요히 존재감을 담은 '안양파빌리온'입니다. 2005년에 설치된 작품이죠. 현재는 시민쉼터, 전시, 공공도서관 등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을 전공했거나 관심이 많다면 이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를 바로 아실거에요.  바로,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로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입니다. 모더니즘 건축의 특징은 '단순화'입니다. 알바로 시자는 단순함에 더하여 지역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였고, 기하학적 구성으로 미적 요소를 충족합니다. 안양파빌리온은 그의 한국 첫 설계작입니다. 

모더니즘 건축은 19세기 이전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비판하고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의 사회 현실에 맞도록 이성과 합리성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상으로 건축, 예술,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는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한국에서 '안양파빌리온'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기술 연구원' 등의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안양파빌리온'의 모습이 궁금하시죠?  저는 배경지식이 없이 처음 마주했을 때, '갑자기 웬 하얀색 건물이 있지? 공공화장실인가? '라는 생각을 했죠. 건축물이라면 자고로 직사각형으로 창문도 네모반듯한 것들만 보아왔는데. 창문 위치도 모양도 제각각이고, 천장도 둥글려져 있고, 한 바퀴 돌아보며 같은 모양의 측면이 없어서 '이 구조는 뭐지? 도대체 입구는 어디지? 뭐하는 건물이지?' 이러면서 멍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렇게 호기심을 자극해서인지 자꾸 생각나고 궁금해지는 건축물이자 작품이었습니다. 

출처: arquitecturaviva 홈페이지

유려한 곡선과 기하학적 구조로 이룬 주변환경과 조화로운 공간

안양파빌리온의 외관은 곡선과 직선이 혼재되어 있어요. 건축물의 모든면의 형태가 다릅니다.  그래서 입구도 헷갈리고 건물의 모양이 머리속에  잘 그려지지 않지만, 오히려 시선이 닿는 모든 부분이 같은 면이 없어 재밌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천과 도로를 향한 면은 물결모양처럼 생겼죠. 내부공간의 특징은 기둥이 없고 곡선으로 이루어진 뻥 뚫린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기둥을 없애기 위해 천장은 조개껍데기와 같은 모양의 쉘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변화를 담는 가능성이 충분한 공간이 되었고,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인 파빌리온의 의미와 들어맞습니다. 조명은 전시를 위해 추후 설치한 직접조명을 제외하고 모두 간접조명입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위치와 크기의 창문을 통해 자연광을 받아들여 자연의 변화에 따른 공간의 밝기를 조절하게 했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그의 대표적인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쉘(Shell)구조는 조개의 껍데기를 의미합니다. 판을 휘어서 곡면으로 만들어 하중을 효율적으로 지지하는 안정적인 구조체입니다. 

출처: arquitecturaviva 홈페이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간

안양파빌리온은 현재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아카이브 상설전시'를 진행 중이며 작품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물을 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하듯 천천히 관찰해보고, 작품에 대한 의미와 상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듣고 싶다면 작품해설사의 해설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안양예술공원을 찾을 이유가 물놀이, 등산, 먹거리 외에 하나 더 생겼죠. 이제 공공예술작품도 함께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