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1기

from 보나, 태어난 지역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우리 어떤 선택을 해도 그리 큰 문제 아니지 않냐.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던 차에 <서울아가씨, 화이팅>에는 공감과 위로가 된 문장이 참 많아요. 서울에서 상주로 거처를 옮겨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노니, 킷키 님이 만든 책인데요.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힘이 되었죠. 저는 영도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일하는 곳에서 사는 게 아니라 '원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해요.

잘 먹고 잘 산다는 건 뭘까?

수많은 고민과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기준은 모두 다를 테고 각자만의 방식이 있겠지만 저에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걸 말해요. 일이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서 즐겁기를 바라죠.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하고 그 경험으로 조금씩 성장한다면 꽤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질문은 이렇게 이어져요. 좋아하는 게 뭘까?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답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취향이나 호불호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적이 없다 보니 답을 내리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했죠. 좋다는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을 적어보고 꾸준히 질문을 던졌어요. 사람이 많이 안 오는 시간 햇빛이 드는 카페에서 책 읽기, 우리 집 강아지 꼬순내 맡기, 가족 다 같이 모인 저녁 식사,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언니와 수다, 목적지가 있는 걷기, 어딘가에 적고 싶은 문장이 많은 대화, 나를 찾아가고 상대를 알아가는 대화까지 차곡차곡 쌓아갔어요. 그러다 보니 대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죠. 책 읽기는 작가와의 대화,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였어요.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사람, 대화, 책과 글'이라는 키워드로 상상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작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정도였죠. 우선, 제일 궁금했던 글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다리너머영도*>에서 시민기자단으로 기사를 쓰며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문화공간의 운영자를 인터뷰하는 '주민조사단'과 축제 호스트를 인터뷰하는 '취향큐레이터'로 일하며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돈을 벌 수 있었어요. 적은 돈이었지만 글이 돈으로 교환되는구나를 확인하여 뜻깊었죠. 공간은 독립서점이나 북카페, 게스트하우스나 북스테이처럼 제가 겪었던 곳을 바탕으로 꿈꾸게 되었어요. 형태가 그려지니 일을 벌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원룸을 임대하여 아주 작은 북스테이를 만들어 봤어요. <서울아가씨, 화이팅>을 포함하여 애정하는 책을 두고 누군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격려, 지구에 조금은 무해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그동안 찾았던 취향을 듬뿍 녹여냈죠. 이 과정에서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좋아하는 걸 일로 했을 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글쓰기는 좋지만 관심 없는 주제에 관해 쓰는 건 어려웠고, 만남이 없는 스테이는 맞지 않았죠. 지금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고, 공간보다는 사람과의 만남에 집중하고 있어요. 좋았던 건 더 해보고, 아쉬운 건 다른 부분으로 채우면서요.
(*다리너머영도: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발행하는 웹진)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확인할 수 있었어요. 원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구나, 작게라도 하면 되는구나. 조그만 가능성이 사람들과 만나고 경험을 쌓으며 싹도 틔웠어요. 물론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역량은 어떻게 키우는 건지, 마음이 변하지 않을지, 잘하고 있는 건지. 뿌리를 내리고 꽃도 피려면 계속 질문해야 할 거예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겠지만 원하는 모습일 테니 두렵진 않아요. 여러분의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무엇인가요?

 <서울아가씨, 화이팅> 속 문장과 취향을 온전히 담아낸 저의 첫 북스테이

#사람과책 #잘먹고 #잘살기 #원하는모습 #지역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