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1기

from 박숑, 혈중 꽃 농도

저는 계절이 바뀔 때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데 특히 봄을 가장 많이 타는 거 같아요. 봄 되면 괜히 설레고 어디선가 깜짝 이벤트가 열릴 거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아요. 저도 모르게 들뜬 기분이 들 때는 집 앞이라도 산책하러 가서 풍경 사진도 여러 장 찍고, 평소 잘 안 찾던 달콤한 디저트도 사 먹고, 훌쩍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 항공권과 숙소도 검색해 보곤 해요. 

봄이 되면 퇴근할 때 늘 어둡던 하늘이 점점 해가 밝아지는데 이럴 땐 바로 집으로 가는 게 싫더라고요. 특히나 이번 봄은 너무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일정을 못 맞춰 꽃놀이도 즐기지 못할 뻔했답니다. 그래서 퇴근하고도 바로 꽃놀이를 갈 수 있는 포항 영일대 호수를 다녀오고 저의 혈중 꽃 농도를 충전하고 왔어요.

위 사진의 오리는 실제 영일대호수에 사는 오리이고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그런지 사람이 지나가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과자를 달라고 가까이 온답니다.공원에는 벚꽃뿐만 아니라 여러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요. 제 성격이 각이 잘 잡히고, 물건이 제자리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편인데, 영일대 호수공원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와 저한테 편안함을 주기도 했어요. 

포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면 다들 한번쯤은 와봤을거에요. 저는 무려 네번이나 소풍 왔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길 오면 어릴 때 와서 보낸 추억들이 드문드문 생각이 나요. 소풍 와서 숨은 보물찾기한 기억,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호수에 사는 오리한테 과자도 준 기억 등등. 이런 어릴 적 얘기를 현재 함께 온 사람과 나누며 한 바퀴 돌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더 애틋해지는 거 있죠. 실제 남자친구와 알아가던 시절 여기 와서 서로 어릴 때 얘기하며 호수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몰라요.

여러분도 포항에 오신다면 영일대 호수공원에 들려보시길 바라요. 영일대 호수공원뿐만 아니라 포스텍 대학교를 둘러보셔도 좋고, 테라로사 포스텍점에서 커피 한잔하며 책을 봐도 좋고, 또 근처 효리단길에 들러 맛집이나 가게를 구경하셔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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