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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일삼빵ㅣ청량리, 9개의 시장이 모인 도시의 기억

도시의 기억을 품은 9개의 전통시장, 청량리 이야기

청량리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특유의 활기다. 역 앞의 발걸음, 상인의 호객, 버스가 서는 소리가 한데 어울려 하루의 박자를 만든다. 골목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약재 향과 과일 상자의 단내, 국밥 김이 차례로 코끝을 스친다. 그 순간, 여기는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사람과 시간이 쌓인 생활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일삼빵

9개의 시장이 모인 청량리의 힘

청량리에는 청량리시장, 경동시장, 청량리전통시장, 서울약령시 등 아홉 개의 시장이 걸음 거리로 이어져 있다. 채소, 생선, 약재, 반찬이 한 구역 안에서 해결되니 생활의 동선이 자연히 짧아진다. 주민은 장을 보고, 환자는 약재를 고르고, 방문객은 분식집과 국밥집에 줄을 선다. 서울 1호 종합시장에서 시작한 이곳은 서울의 뿌리가 지금도 현재형으로 뛰는 무대라 할 만하다.

세월과 변화가 공존하는 풍경

골목을 걷다 보면 세월의 무게가 묻어난다. 오래된 간판, 손때 묻은 저울, 단골손님과의 정겨운 대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동시에 청년 상인의 가게와 새 시설의 빠른 템포가 한 칸씩 섞이며 골목의 리듬을 조율한다. 마치 오래된 책에 새로운 페이지가 더해지고, 과거의 문장 위에 오늘의 문장이 자연스레 덧씌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과거 위에 오늘이 포개지는 풍경이 전통의 내일을 만들고 있다. 

변하지 않는 장터의 가치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청량리시장은 다르게 호흡한다. 직접 살피고 고르며, 상인과 미소를 나누는 순간이 여전히 살아 있다. 여기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곧 관계를 이어 붙이는 일이며, 그렇게 쌓인 목소리와 눈맞춤이 온라인 장바구니로는 대신할 수 없는 신뢰가 된다. 그 일상의 온기야말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공동체의 자산이며, 내게 이곳은 물건을 고르는 장소이자 관계를 배우는 작은 학교다.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기를

청량리시장은 사람과 시간이 쌓아 올린 생활의 기록이고, 그 속에 담긴 풍경과 소리는 이미 우리의 문화적 유산으로 세대를 넘어 이어질 문화라고 믿는다. 오늘의 발걸음을 차곡히 더해 내일의 기록을 만들 듯, 이곳도 그렇게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생활의 지도를 계속 업데이트하며, 이 시장이 오래도록 우리의 하루를 지켜 주길 바란다.

ⓒ일일삼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