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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현ㅣ방랑과 안식 사이, 장안동에서 찾은 두 공간

방랑과 안식 사이, 장안동에서 찾은 두 공간 

사람들은 왜 떠나는 걸까?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란 책에서는 인간을 유목민과 정착민 사이에 놓인 존재라 설명한다. 고정된 제자리는 없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동하는 삶을 산다고 말한다. 나는 정착민이 되고 싶은 유목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방랑자들과 안식처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동대문구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채워줄 공간을 장안동에서 만났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방랑하는 즐거움, 무아레 서점

무아레 서점 내부이미지 Ⓒ무아레서점 인스타그램 / 무아레 서점 커뮤니티 활동 Ⓒ현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란 책도 '무아레 서점'이란 독립서점의 북클럽에 참여하기 위해 읽은 책이다. 무아레 서점은 장안생활이란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무아레는 프랑스어로 물결을 뜻한다고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커뮤니티와 강연, 워크샵 등에 참여해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 이곳에서 경험한 첫 독서모임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하지 않을 이야기들을 하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점에 들어서면 아늑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서점 주인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주제로 선택된 책들을 보다보면 그 중 마음에 드는 책표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지금 가장 공감되는 글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무아레 서점에서는 한정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방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취향도 발견할 수 있는 칵테일바, 사이에섬

사이에섬 내부 이미지 Ⓒ현 / 차를 타고 달리면 보이는 풍경 영상 Ⓒ현 / 사이에섬 테라스 Ⓒ현 

같은 건물의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사이에섬'이라는 칵테일 바가 나온다.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아늑한 칵테일바 내부는 음악 관련 포스터와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고, 한쪽 벽면에는 해외에서 차를 타고 달리면 보이는 풍경 영상이 나온다. 테라스로 나가면 식물과 조명으로 꾸며진 공간이 펼쳐지고 장안동의 동네와 건물들을 한눈에 보며 약간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장안동은 가까이서 보면 오래된 동네 같지만 멀리서 보면 나름 고즈넉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날마다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재즈가 나올 때도 있고 들어보지 못했던 오묘한 느낌의 팝송이 나올 때도 있다. 새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나의 새로운 취향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나만의 섬 같은 공간이다.

앞으로도 지켜야 할 도시의 작은 미래유산

동대문구 장안동의 시끌벅적한 먹자골목 속에는 예상치 못한 장소들이 숨어 있다. 바로 그 의외성이 두 공간의 매력이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이 두 공간은 단순한 취향의 장소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켜야 할 도시의 작은 미래유산이다. 앞으로도 계속 보존되어 누구나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