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6기

from 하임ㅣ여름의 끝자락, 오도재를 넘으며

여름의 끝자락, 오도재를 넘으며

- 가장 힘들었던 여름의 끝자락, 아버지를 떠올리며

··· 지나간 계절의 무게
한여름의 뜨거움과 꼬꼬무처럼 역경들이 온몸을 짓누르듯 힘들게만 다가왔다. 무더위 속에서 쏟아낸 땀방울은 끝내 내 마음까지 지치게 했고, 삶의 무게는 고스란히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계절이 저물어갈수록, 그 무거움도 조금씩 바람에 실려 흩어져 갔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비로소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그리움이 머무는 자리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오도재에 넘어 계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함께 걸었던 산길, 함께 나누던 소박한 웃음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선명하다. 그리움은 사무침이 되어 가슴에 맴돌고, 애틋한 잔향처럼 하루를 적셔 온다. 계절은 바뀌어도 아버지를 향한 내 마음 그리움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 가을이 건네는 위로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황금빛 햇살이 들기 시작하면, 그리움 속에서도 작은 위로가 피어난다. 마치 아버지가 바람결에 손을 얹어“괜찮다, 잘하고 있다”라는말과 함께 찐한 포옹을 해주시는 것 같다. 여름이 남긴 고단함은 이제 가을의 품속에서 부드럽게 풀려나고, 그 빈자리는 잔잔한 평온으로 채워진다.

··· 하늘에 띄우는 마음
가장 힘들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이제 가을의 시작 앞에 서 있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늘 제게 건네주시던“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위로와 따뜻한 포옹의 기억이 오늘도 제 삶을 버티게 합니다. 두 딸 지율이와 하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 지금, 저는 그 기억을 힘 삼아 하루를 지탱합니다. 아버지께서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 앞에서는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듯, 저 또한 아버지이기에 그렇게 살아가려 합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 안에서 살아 계신다는 그 사실이 제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오도재 하늘을 향해 조용히 속삭입니다.

“아버지, 여름의 무게를 넘어 이제 가을을 맞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제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보고싶습니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