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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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에디터 6기
from 선주ㅣ가을 바다에서 소리 채집하기
To.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계절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선선한 바람이 불고 저마다의 색으로 잎이 물들겠죠? 산책을 즐겨하는 편이라 유독 가을이 반가운데요. 서랍에 넣어둔 헤드셋을 목에 걸고 현관문을 나서게 될 날을 상상하면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아직 날이 더우니 미뤄둔 물놀이를 하는 게 좋겠지만요!
여름에는 바다, 가을에는 사운드 워킹
1월 1일이 되면 울산은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지역으로 불립니다. 바다를 맞대고 있는 면적이 넓어 관광지가 발달해 있어요. 여름이면 동구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몇십 년째 같은 풍경과 같은 길을 걷다 보니 지루해져 예전만큼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발걸음이 뜸해진 지 몇 년, 아주 오랜만에 동구에 가게 됩니다. 그것도 가을에요. ‘울산 동구 해파랑길 사운드워킹’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했거든요. 사운드 워킹을 처음 듣는 사람은 생소한 단어일 수 있겠습니다. 뜻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소리’와 ‘걷는다’라는 의미입니다. 지향성 마이크를 들고 헤드셋으로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해파랑길은 우리나라 외곽을 연결하는 걷기 여행길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슬도와 대왕암공원을 잇는 해파랑길을 걷게 되었어요. 해설사 선생님을 따라 등대를 바라보고, 몽돌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 숲속에서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마이크를 이곳저곳에 가져다 대며 세상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슬도(瑟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에 열심히 바람과 파도 소리를 더듬다, 과거 신라 시대 왕이 일산(日傘)을 펼쳐놓고 즐겼다는 일화에서 지명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여태 지루하다며 무심코 넘겨버린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색이 바랜 추억에 새로운 기억을 얹어주기로 했어요.
사운드 워킹 신청하기
일상에서 벗어나 욕심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지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진부하지만 절대적인 사실을 피부로 느꼈어요. ‘모든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익숙한 곳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순간입니다. 훗날 로컬을 아끼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가끔 너무 많이 알아버린 나머지 감흥을 잃어버리는 날이 오지는 않으신가요? 그럴 때 서둘러 가느라 보지 못한 것을 다정하게 살펴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