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6기

from 진원ㅣ무화과-여름의 끝자락 그리고 가을의 시작

제철 과일에서 느끼는 계절감

엊그제 8월 26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동네를 산책하는데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한낮의 열기는 여전했지만, 저녁 공기 속에  스며든  선선함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계절은 늘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어김없이 다가온다. 나는 계절의 변화를 시장에서 가장 먼저 느낀다. 4월 말, 비싸던 오이와 방울토마토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움큼씩 싸게 쏟아져 나올 때, “아, 여름이 오고 있구나” 싶다. 그런데 지난 주말, 동네 과일가게에서 햇 무화과를 발견했다. 낯설면서도 반가운 풍경이었다. 

무화과는 사실 마흔이 넘도록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던 과일이다. 몇 해 전부터 가을 디저트에 무화과가 많히 보여 호기심이 생겼고, 작년부터는 제법 즐겨 먹게 되었다.  원래 과일을 좋아해 마다 제철 과일을 찾아 먹는 편이다. 봄에는 뚜렷한 제철 과일이 없어 주로 수입 오렌지나 키위를 먹고, 여름에는 자두·수박·복숭아, 가을에는 포도·사과·감, 겨울에는 귤과 딸기를 먹는다. 그런데 무화과가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잠깐만 나는 과일이라는 사실은 올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올해 초, 해남 여행에서 무화과로 유명한 <하바구 카페>에 들렀을 때는 이미 철이 지나 맛보지 못했다. 게다가 예약만 3년 치가 밀려 있어서 올해 생산분은  작년 예약자들에게 판매 예정이라고 했다. '아 맛있는 무화과를 먹기가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싶다.  

매미 울음이 그치는 날, 가을이 시작된다

 바다, 수영, 얼음 같이 시원한 맥주, 팥빙수, 플러팅 등 여름은 가슴 설레는 일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청춘의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여름의 끝자락에는 늘 아쉬움이 밀려오곤 하는데,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더이상 매미 울음이 들리지 않는다면, 여름이 가버리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가을 또한 푸르고 높은 하늘, 청명한 날씨 속에 나들이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니,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싶다. 

아직 매미 소리는 그치지 않았지만, 시장에 나온 무화과는 이미 가을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다.  청 무화과는 작지만 보다 단단하고 새콤 달콤한 맛을, 홍 무화과는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진한 단맛을 선사하는데, 올 가을은 달콤한 무화과를 찾아 가을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여름과 가을이 스치듯 만나는 시간에만 맛볼 수 있는 과일. 그 무화과가 자라는 산지를 찾아 떠나는 길.  혀끝에 맴도는 달콤한 맛과 선홍빛 붉은 색감이 무척이나 예쁜 무화과와 함께 계절을 오롯이 느끼는 여행이라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여름의 끝자락, 아직은 복숭아의 계절 ⓒ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