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6기

from 우주ㅣ눈과 입으로 맛보는 제철 행복

입안에 가득 찬 제철과일의 맛으로 계절을 느낀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 자연의 변화를 담은 처서의 귀여운 소개문구이다. 여름이 지나며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날씨와 무관하게 곡식과 열매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익어가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빠르고 가까이 느끼는 방법은 제철 음식을 맛보는 일이다. 그 중 계절이 주는 선물을 빼 놓을 수 없다. 여름 내 수박과 복숭아가 자리잡고 있던 냉장고 한 구석이 비워졌다. 가을 제철 과일이 냉장고를 채우기 전에 동네 빵집에서 무화과로 먼저 가을을 맛보았다. 

제민천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작은 길 위에 있는 빵집’이라는 뜻을 가진 소로빵집은 배만 채워주는 곳이 아닌 마음도 채워주는 곳이다. 한 입 맛보면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침에 출근해 청소를 하고 오픈 준비를 마쳐놓고 나면 산책길에 나선다. 제민천을 따라 걷다가 소로빵집에 들러 빵을 사는 것이 어느새 루틴이 되었다. 빵을 사서 책방에 돌아와 커피 한잔을 내려 빵과 커피를 함께 먹으면 배와 마음이 동시에 풍성해진다. 소로빵집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빵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 먹으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빵 맛집이다.

에그파이, 소금빵, 크로와상, 뺑오쇼콜라 등 상시로 있는 메뉴 외에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도 있다. 바로 제철과일이 토핑 된 빵 라인이다.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에는 무화과 라인이 나온다. 지금 맛볼 수 있는 무화과 라인 빵은 바삭한 페스츄리에 마스카포네크림이 듬뿍 들어가 있고, 화룡점정으로 생무화과가 올라간 무화과섬이다. 한 입 베어 물면 겹겹이 부서지는 결 사이로 올라오는 버터향과 어우러진 무화과와 마스카포네크림이 입안을 꽉 채운다. 무화과 향이 짙게 스민 빵 한 입 속에서 제민천의 가을이 먼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