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6기
from 지오니소스ㅣ가을로 향하러 가는 곳, 충남 아산

가을로 향하려면,
바람이 선선해지고 나뭇잎에 초록기가 빠져 비로소 가을이구나 싶은 때. 그런 때에 어김없이 충남 아산의 온양민속박물관이 생각납니다. 나무와 석조 상이 어우러져 서 있고 땅엔 낙엽이 나무엔 단풍이 져 있는 박물관의 뜰이 가장 가을스러운 풍경이라서요.
어느 주말 불쑥 박물관이 있는 충남 아산으로 향합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는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가을은 고독함이 필수라 관람객이 적은 시간을 공략해야 하기에 가장 빠른 수단인 차를 타고 일찌감치 출발해 10시에 여는 박물관의 오픈런을 해봅니다.
낙엽 같은 주황색 티켓을 받고 들어가 한적한 뜰을 걸으면 흙 내음과 함께 가을 특유의 공기 내음도 맡을 수 있어요. 그럼 비로소 가을에 온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거든요.

온양민속박물관의 뜰 ⓒ 지오니소스
나의 가을을 소개합니다
온양민속박물관은 좋아하는 건축가인 이타미 준의 설계작을 찾다가 알게 되었어요. 가보니 이타미 준의 설계작 이외의 건물도 멋지고 전시도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박물관의 드넓은 뜰이었어요. 이제는 건물이나 전시 구경보다도 뜰을 산책하며 가을을 만끽하러 가고 있답니다.
박물관 본관, 구정아트센터, 별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본관에는 한국의 삶, 일터, 문화와 제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상설전시가, 구정아트센터에서는 시기마다 다양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뜰에서 야외 기획 전시도 열린답니다.) 그리고 별관은 카페와 공예 교육/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본관 내외부. 건축가 김석철의 설계작 ⓒ 지오니소스
본관은 외관과 내부 로비의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나요? 밖에서는 차분하고 무거워 보이는데 안에 들어서니 붉은 벽돌과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따스하고 정감있게 느껴집니다.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외관에서 생각했던 규모보다 내부 공간이 크고 넓어 마치 작은 상자 속에 큰 세상이 있는 것만 같기도 해요. 여러모로 반전이 있는 공간입니다.


구정아트센터 내외부. 건축가 이타미 준의 설계작 ⓒ 지오니소스
구정아트센터의 지붕은 거북선을 모티프로 디자인 되었다고 해요. 이순신 장군의 고향이 충남 아산이기에 그 의미를 더했다고 합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본관에 이어 또 한 번 예상하지 못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높은 층고와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에 먼저 놀라고, 배의 갑판 아래인 듯 한옥의 지붕인 듯 오묘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어요. 곳곳에 한옥의 요소가 숨겨져 있어서 그것을 찾고 의도와 의미를 유추해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별관동의 카페온양 내외부 ⓒ 지오니소스
별관은 몇 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카페는 건물 일부에 자그맣게 자리잡고 있었어요. 나머지 공간은 야외 결혼식의 하객들을 위한 식당이었는데, 어느 순간 카페가 넓어지고 식당은 공예 교육,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예창작센터로 변모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다양한 공예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스타로 어떤 수업이 열리는지 늘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답니다.
온양민속박물관의 뜰 ⓒ 지오니소스
박물관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뜰이에요. 드넓은 뜰을 산책하다 보면 커다란 정자와 연못 그리고 너와집도 볼 수 있어요. 카페 앞에는 자그마한 야외무대도 있습니다. 때때로 작은 공연을 하기도 하고 볕 좋은 날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이런 곳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앞뜰을 한 바퀴 돌고 전시를 보고 또 한 번 뜰을 크게 돌고 나면 카페에 앉아 음료를 한 잔 마셔요. 메뉴는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갔던 해에는 특별한 허브차가 있었습니다. 화병인 듯 꽃다발인 듯 여러 생 허브들이 컵에 가득 담겨 나왔어요. 향도 좋고 색감이 좋아 집에 허브를 챙겨 와 책 사이에 끼워 고이 말려 액자에 보관해 두었더니 그 해 가을을 추억하기 참 좋았습니다.

허브차와 고이 간직중인 말린 허브 ⓒ 지오니소스
관람객이 많아지기 전의 시간을 잘 즐기고 나면 배가 고파집니다. 이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진주 황포 냉면으로 향해요. 처음 아산에 갔던 2020년, 박물관 근처 맛집을 찾느라 지도를 요리조리 확대해 보다가 발견한 곳인데요, 추천 메뉴인 섞어 냉면은 무언가 독특합니다. 처음엔 뭐지? 하고 먹다가 자꾸 은은하게 생각이 난달까요? 그동안 먹어본 냉면과 달리 해산물로 육수를 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메밀 꿩만두도 특이한 메뉴인데요, 평소에 먹는 만두의 맛을 기대하고 먹으면 놀랄 수 있습니다!

가게 전경과 섞어냉면 그리고 메밀 꿩만두 ⓒ 지오니소스
그 후에도 아산에 가면 늘 온양민속박물관 - 진주 황포 냉면 코스를 유지하고 있어요. 매번 다른 식당에 가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갔던 곳에 가게 됩니다.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동네의 그 코스가 만족스러워서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달까요?
마침 처서가 지나자마자 비가 한참 내리더니 오늘 저녁부터는 날씨가 맑게 갰습니다. 저녁 바람도 선선해 에어컨을 끄고 창을 열어두었는데 풀벌레 소리가 들리네요. 드디어 가을이 다가온 것 같아요. 또 어느 날의 주말에 훌쩍 아산으로 가야겠습니다.
로컬 에디터 6기
from 지오니소스ㅣ가을로 향하러 가는 곳, 충남 아산
가을로 향하려면,
바람이 선선해지고 나뭇잎에 초록기가 빠져 비로소 가을이구나 싶은 때. 그런 때에 어김없이 충남 아산의 온양민속박물관이 생각납니다. 나무와 석조 상이 어우러져 서 있고 땅엔 낙엽이 나무엔 단풍이 져 있는 박물관의 뜰이 가장 가을스러운 풍경이라서요.
어느 주말 불쑥 박물관이 있는 충남 아산으로 향합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는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가을은 고독함이 필수라 관람객이 적은 시간을 공략해야 하기에 가장 빠른 수단인 차를 타고 일찌감치 출발해 10시에 여는 박물관의 오픈런을 해봅니다.
낙엽 같은 주황색 티켓을 받고 들어가 한적한 뜰을 걸으면 흙 내음과 함께 가을 특유의 공기 내음도 맡을 수 있어요. 그럼 비로소 가을에 온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거든요.
온양민속박물관의 뜰 ⓒ 지오니소스
나의 가을을 소개합니다
온양민속박물관은 좋아하는 건축가인 이타미 준의 설계작을 찾다가 알게 되었어요. 가보니 이타미 준의 설계작 이외의 건물도 멋지고 전시도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박물관의 드넓은 뜰이었어요. 이제는 건물이나 전시 구경보다도 뜰을 산책하며 가을을 만끽하러 가고 있답니다.
박물관 본관, 구정아트센터, 별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본관에는 한국의 삶, 일터, 문화와 제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상설전시가, 구정아트센터에서는 시기마다 다양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뜰에서 야외 기획 전시도 열린답니다.) 그리고 별관은 카페와 공예 교육/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본관 내외부. 건축가 김석철의 설계작 ⓒ 지오니소스
본관은 외관과 내부 로비의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나요? 밖에서는 차분하고 무거워 보이는데 안에 들어서니 붉은 벽돌과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따스하고 정감있게 느껴집니다.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외관에서 생각했던 규모보다 내부 공간이 크고 넓어 마치 작은 상자 속에 큰 세상이 있는 것만 같기도 해요. 여러모로 반전이 있는 공간입니다.
구정아트센터 내외부. 건축가 이타미 준의 설계작 ⓒ 지오니소스
구정아트센터의 지붕은 거북선을 모티프로 디자인 되었다고 해요. 이순신 장군의 고향이 충남 아산이기에 그 의미를 더했다고 합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본관에 이어 또 한 번 예상하지 못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높은 층고와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에 먼저 놀라고, 배의 갑판 아래인 듯 한옥의 지붕인 듯 오묘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어요. 곳곳에 한옥의 요소가 숨겨져 있어서 그것을 찾고 의도와 의미를 유추해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별관동의 카페온양 내외부 ⓒ 지오니소스
별관은 몇 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카페는 건물 일부에 자그맣게 자리잡고 있었어요. 나머지 공간은 야외 결혼식의 하객들을 위한 식당이었는데, 어느 순간 카페가 넓어지고 식당은 공예 교육,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예창작센터로 변모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다양한 공예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스타로 어떤 수업이 열리는지 늘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답니다.
온양민속박물관의 뜰 ⓒ 지오니소스
박물관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뜰이에요. 드넓은 뜰을 산책하다 보면 커다란 정자와 연못 그리고 너와집도 볼 수 있어요. 카페 앞에는 자그마한 야외무대도 있습니다. 때때로 작은 공연을 하기도 하고 볕 좋은 날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이런 곳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앞뜰을 한 바퀴 돌고 전시를 보고 또 한 번 뜰을 크게 돌고 나면 카페에 앉아 음료를 한 잔 마셔요. 메뉴는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갔던 해에는 특별한 허브차가 있었습니다. 화병인 듯 꽃다발인 듯 여러 생 허브들이 컵에 가득 담겨 나왔어요. 향도 좋고 색감이 좋아 집에 허브를 챙겨 와 책 사이에 끼워 고이 말려 액자에 보관해 두었더니 그 해 가을을 추억하기 참 좋았습니다.
허브차와 고이 간직중인 말린 허브 ⓒ 지오니소스
관람객이 많아지기 전의 시간을 잘 즐기고 나면 배가 고파집니다. 이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진주 황포 냉면으로 향해요. 처음 아산에 갔던 2020년, 박물관 근처 맛집을 찾느라 지도를 요리조리 확대해 보다가 발견한 곳인데요, 추천 메뉴인 섞어 냉면은 무언가 독특합니다. 처음엔 뭐지? 하고 먹다가 자꾸 은은하게 생각이 난달까요? 그동안 먹어본 냉면과 달리 해산물로 육수를 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메밀 꿩만두도 특이한 메뉴인데요, 평소에 먹는 만두의 맛을 기대하고 먹으면 놀랄 수 있습니다!
가게 전경과 섞어냉면 그리고 메밀 꿩만두 ⓒ 지오니소스
그 후에도 아산에 가면 늘 온양민속박물관 - 진주 황포 냉면 코스를 유지하고 있어요. 매번 다른 식당에 가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갔던 곳에 가게 됩니다.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떤 때에는 그 동네의 그 코스가 만족스러워서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달까요?
마침 처서가 지나자마자 비가 한참 내리더니 오늘 저녁부터는 날씨가 맑게 갰습니다. 저녁 바람도 선선해 에어컨을 끄고 창을 열어두었는데 풀벌레 소리가 들리네요. 드디어 가을이 다가온 것 같아요. 또 어느 날의 주말에 훌쩍 아산으로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