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서울) 지오니소스ㅣ10년 만에 친해진 청림, 너 나랑 꽤 잘맞잖아?

2025-08-25

로컬 에디터 6기

from 지오니소스ㅣ10년만에 친해진 청림, 너 나랑 꽤 잘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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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마음이 붙지 않던 동네.

2004년 중학생 시절, 부모님의 청약 당첨으로 이사 오게 된 봉천 3동. 어른들께 옛날 봉천동 달동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봉천 3동의 이야기이다. 앞으로는 봉천고개, 뒤로는 까치산과 맞닿아 있어 경사가 심하고, 이로 인해 정부의 관리가 어려워 무허가 불량주택이 즐비했던 동네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음에도 경사 때문에 마을버스도 도로를 오르며 힘겨워 하는 곳. 비 오는 날 경사지를 가로질러 길을 건너면 경사로 인해 물살이 세서 매 걸음마다 머리 끝까지 물이 튀었고, 겨울이면 길이 얼어 마을버스가 다니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 하기에 두 번 정도 엉덩방아를 찧으며 학교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단지 영역의 밖은 판잣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어둡고 지저분했다. 새로운 동네를 탐험하고 싶던 어린 마음은 좁고 어둡고 복잡한 골목길과 그 앞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이 무서워 탐험 욕구를 접고, 정비된 곳으로만 다니게 되었다. 게다가 그 때  봉천동에서는 귀신이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만 골라 죽인다는 괴담이 돌고 있던 시기였다!



다신 안 볼 줄 알았는데!

2006년, 실거주 기간도 채웠고 마침 어머니의 회사가 멀어져 이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동네를 떠나던 날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경사 없이 평탄한 동네로 이사가 그 동네를 탐험하며 봉천 3동은 다시 갈 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10년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퇴를 앞둔 부모님이 몸집을 줄여야 하니 소유하고 있는 집으로 다시 이사 가자고 하셨다. 나는 그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후 직장 위치에 따라 독립을 할 수 있기도 했고 마냥 싫다고 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이사를 채 가기 전부터 싫은 마음으로 괴로웠지만 선택권은 없었기에 매일 솟아오르는 그 마음을 꾹 누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시 만난 청림

2016년, 돌아와 보니 그 사이 봉천 3동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청림동'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름을 바꾼다고 동네가 바뀌나’하고 툴툴거리며 매일 오가는 동네를 미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지내던 어느 주말에 문득 못 가봤던 골목길이 궁금해졌다. 어릴 적 무서워 탐험하지 못한 골목길에는 이제 가로등도 생기고 길도 정비되어 용기가 났다. 

6d79057fc8180.jpegfe4d3928dfcc6.jpeg3014996a7cf47.jpeg28db19520c961.jpeg청림의 골목들 ⓒ 지오니소스 


오래된 목욕탕 굴뚝을 따라 들어간 골목엔 많은 집들이 있었고 정제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규칙이 있는 듯 했다. 시멘트를 발라 만든 계단을 나누어 쓰거나 집 사이를 통하면 다음 골목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되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 길로 들어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저 길로 나오던 그날,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고 재미있게 돌아다녔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80년대에 멈춘 것 같은 가게들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동네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까지. 그 날 동네 모든 골목이 어디로 통하는지 알게 됐고 조금은 재미있는 동네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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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동의 가게들  ⓒ지오니소스


10년의 세월 동안 나무들이 우거지고 옆에 다른 아파트 단지가 생기며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1년을 지내며 느낀 건 참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계절마다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는 것. 초봄에는 목련이 피다가 이어서 벚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파릇하고 풍성한 이파리가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면 멋지게 단풍이 졌다.  흠 계절을 느끼며 지내기는 참 좋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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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벚나무의 올 해 꽃 사진 ⓒ지오니소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의 산책일 뿐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부재했다. 아늑한 카페, 요기할 수 있는 분식집 같은 곳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도 동네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적었고 좋은 공간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꼭 멀찍이 연남동, 용산까지 나들이 가곤 했다. 좋은 공간이 꼭 예쁜 공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편안히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집을 벗어나 잠시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이 내겐 동네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였나 보다. 어쩌면 싫어하기로 했으니 싫어할 이유를 찾고, 다른 좋은 곳과 끊임없이 비교했는지도 모르지만.  

 


다시 보는 청림

견디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덧 다시 청림동 주민이 된 지 딱 10년. 그렇게 싫던 이 동네와 어느새 정들어버렸다. 때때로 아니 종종 산책을 하고 내키면 등산도 하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을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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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로와 등산로. 저기 우리 엄마가 있다ㅎㅎ ⓒ지오니소스 

평일 저녁에는 퇴근하고 동네 요가원에 들려 요가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 사진을 꼭  한 장을 찍고 귀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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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후 돌아오는 길에 볼 수 있는 동네 전경 ⓒ지오니소스 

월요일엔 순대트럭, 수요일엔 새우튀김 트럭, 목요일엔 순대볶음 트럭, 금요일엔 타코야끼 트럭이 오는 걸 기다리며 귀갓길이 신나기도 한다. 그리고 순대트럭이 오는 날 50대 아저씨들이 트럭 뒤로 줄을 길게 서있는 걸 보며 혼자 키득대며 집에 온다. 그들이 초등학교 앞에서 떡꼬치 사 먹던 그 마음으로 설레며 서있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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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퇴근길을 즐거이 해주는 새우튀김트럭과 순대트럭 ⓒ지오니소스 

어느 순간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적어졌다. 일정 없는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산책로를 한 바퀴 걷고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읽는 하루가 꽤 즐겁다. 슬렁슬렁 걸어 시장 구경도 하고, 새로 생긴 가게가 있으면 꼭 들려본다. 걸어갈 만한 거리에 좋은 곳이 참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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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처가 되어주는 동네 카페 ⓒ지오니소스

10년 만에 다시 살펴본 청림은 이제는 내게 맞는 편안한 곳이 됐다. 예전보다 기반시설이 잘 닦여 편의성의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내 마음 속에 동네로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갖추어진 덕분이 큰 듯 하다. 소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산책로와 공원, 도서관 그리고 소비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카페, 식당 등. 좋은 공간이 생겨나니 머물고 싶은 동네가 됐다.



남아있는 청림

이제 비로소 친구가 된 청림. 어언 10년간 살아온 주민인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하고싶다. 그렇지만 이 또한 유한하다. 청림동 일대는 다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조합의 현수막, 건설사의 현수막이 번갈아가며 걸리더니 이젠 동네 부동산들이 재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내년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겨우 정 붙인 곳이 유한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남은 시간의 청림을 잘 기억하고 기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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