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5기

from 파미ㅣ함께 가꾸는 공간, 함께 나누는 시티파머스

시티파머스의 웰컴 포스터 ⓒ파미

알고리즘 파도에 휩쓸려 스크롤을 내리던 중 나의 뇌세포를 파바박-! 깨우는 게시글 하나에 손이 멈췄다. '먼데이 모닝 클럽'이라는 이름의 대전 소모임이었다. 오전 9시 반,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위치한 카페 '시티파머스'에서 열리는 모임. 시간상 참여는 어려웠지만 이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카페도 하고, 커뮤니티 모임도 하며 텃밭까지 가꾸는 곳. 부지런히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대표님이 궁금해 직접 시티파머스를 찾았다. 

작은 텃밭에서 피어난 시티파머스

텃밭을 가꾸는 시티파머스 ⓒ시티파머스

시티파머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시티파머스는 대전 어은동에서 커뮤니티형 옥상 텃밭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일어나는 카페입니다.

시티파머스가 텃밭으로 운영을 시작하신 건가요?

 '어떻게 사람들과 재미있게 동네에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자연스러움에 대한 가치를 얘기할 수 있을까?' 등 사람과 자연을 잇는 커뮤니티 공간을 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우리가 먹는 작물을 직접 키워보고, 흙으로 꾸며보는 활동들을 해보자며 기획이 잡혔죠.

식물을 키우는 데는 날씨, 온도, 습도처럼 수많은 자연의 요소들이 필요하잖아요. 작물을 심고 먹는 것까지 같이 이루어지니까 제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에 좋은 활동이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전은 도시다 보니 따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도시엔 건물이 많고, 건물의 옥상이 비어 있으니까 옥상 텃밭을 만들게 되었어요.

텃밭 활동을 하며 어떤 가능성과 의미를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이 채소들로 뭘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요리해서 함께 나눠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옥상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과 지역 채소로 샐러드와 디저트를 만들어 팝업을 열었고, 많은 분들이 즐겨주셔서 정말 뿌듯했죠.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작물을 심고 키워서 음식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연결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걸 깨닫고 나니, 이런 공간을 지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이름은 '카페'지만, 점점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다양한 작물로 만든 음료를 함께 마시며, 공동체의 가치를 나누고 스며들 수 있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가는 중이에요. 

제철 과일이 듬뿍 들어간 두유 요거트 볼, 향긋한 쑥 녹차 라떼 ⓒ파미

카페에 '두유 요거트 볼'과 '쑥 녹차 라떼'처럼 제철 재료나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메뉴들이 있더라고요.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대학생 때 비건에 관심이 생겨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비건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죠. 금기되는 음식이 많을 것 같고, '채식주의자'라는 말도 어딘가 거리감 있게 느껴졌고요. 그래서 일상에서도 가볍게 실천할 수 있다는 걸 알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일주일에 한 끼만 비건이어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나누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유튜브 활동을 잠시 쉬고 있지만, 여전히 지속 가능한 식문화의 관심은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 카페에서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당근 밀크티'나 '카카오 우엉 라떼'처럼 시즌 메뉴에 하나씩은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넣고 있어요.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계절마다 준비하는 비건 음료들이고요. 앞으로 디저트에도 건강하고 가벼운 선택지를 더해갈 예정이에요.

함께 가꾸는 공간, 함께 나누는 이야기

수요일 모닝 클럽 ⓒ파미

시티파머스에서 가장 대표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무엇인가요?

요일마다 아침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닝 클럽' 활동을 하고 있어요. "텃밭 하는 팀이 왜 아침 모임을 하지?"라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일 자연스럽고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밭만 가꾸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잘 지내고 연결되는 게 커뮤니티의 본질이라고 느껴요.

아침에 모이면 한 주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죠. 이런 시간이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느껴서 모닝 클럽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모닝 클럽 외에도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모닝 클럽에 오시던 분 중에 옷과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분이 계셨어요. 어느 날 "우리가 안 입는 옷은 버려지니, 이걸 순환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분이 중심이 되어 바자회를 열었어요. 또 다른 분은 생물학과 전공자였는데, 비건과 요리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그래서 '다이닝 클럽'을 운영하며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죠.

그리고 마을 학회 활동도 있어요. 학회라고 하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만 모이는 자리를 떠올리지만, 저희는 동네 주민들과 서로의 연구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그 외에도 회고 클럽, 옥상 텃밭 클럽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그린다이닝 작당 파티 ⓒ시티파머스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포인트를 잘 짚어서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시티파머스에 있다 보면 흥미로운 일들이 자주 생겨요. 그 순간들이 워낙 즐겁다 보니 '이건 꼭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게 망설임 없이 실행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웃음) 여러 번 찾아주신 분들과는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쌓이고, 처음 오신 분들도 금세 분위기에 녹아들면서 이후에도 계속 발걸음을 이어가세요. 그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 같아요.

어은동에서 천천히 쌓아가는 하루들 

환하게 열린 시티파머스의 입구와 내부 ⓒ파미

대전의 많은 동네 중, 어은동에서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요.

어은동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사무실이 현 옥상 텃밭 건물 2층에 입주해 있었답니다. 그러다 옥상 공간 사용에 대한 양해를 받고, 텃밭을 운영하게 된 것이죠.

어은동에서 활동을 이어오시면서 직접 지내보신 느낌은 어떠신가요? 

어은동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네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정겨운 분위기가 있어요. 동네에서 마주치는 분들과 안부를 묻는 소소한 순간들이 쌓이면서, 이곳에 대한 애정도 점점 깊어졌어요. 어은동에는 유독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들도 많겠다는 기대가 생겼어요.

시티파머스를 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변화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예전부터 매거진을 만들면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또는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공간을 운영해 보니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머물고, 오가는 분들을 계속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저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된 거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생동감 있다는 걸 느껴요. 왜냐하면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까요. 예전엔 '한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큰 변화나 울림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어요.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마치 책을 읽거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혼자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많은 일들을 커뮤니티와 함께하며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사회에서 무언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조금 오만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커뮤니티를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정말 많다는 걸 배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동네에 대한 애착도 훨씬 깊어진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의 흐름 속에서 하는 일이 즐거워졌고, 사람들을 만나 배우며 무언가를 함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시티파머스 대표 지하얀님 ⓒ파미

마지막으로 시티파머스는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지 궁금해요.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곳. 또 동네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해요. 그 안에서 자연을 가까이 두고 함께 고민할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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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시티파머스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사람과 자연을 잇는 '작은 씨앗'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텃밭에서 싹이 트듯, 그 씨앗은 다정함이 깃드는 대화와 활력이 넘치는 활동들을 거름 삼아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자라난 시간과 마음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고, 어은동 한가운데에서 누구나 기대고 쉬어갈 수 있는 큰 나무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시티파머스는 오늘도 그렇게 어은동에서 뿌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