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5기

from 까만콩ㅣ일상의 티끌을 좋아해.기록해.연결해.

일상의 티끌을 

좋아해.기록해.연결해

: 의정부 청년 콘텐츠 그룹 <81.54>

'일상 속에서 티끌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티끌은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이를 찾는다는 건 사소한 것조차 놓치지 않고 살핀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 만난 청년 콘텐츠 그룹 <81.54>(이하 팔일오사)가 딱 그랬다. 의정부를 거점으로 '좋아하는', '멈칫하게 만드는' 티끌을 발견하고 기록하며 연결한다. 크루로 활동하는 @규, @백구, @밍키를 마주하고 팔일오사를 들여다봤다.

팔일오사 크루들 @규 @밍키 @백구 (왼쪽부터) ⓒ까만콩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의정부 면적을 의미하는 '81.54㎢'는 크루들이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그룹명이에요. 지역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활동이 팔일오사의 시작이에요. 주민 커뮤니티 거점이었던 '마을북카페 나무'와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모임 '유자청(유유자적청소년청년)'이 초기 활동의 주축이 되었죠. 어떤 거창한 의미보다 뭐든 재미가 있다면 좋겠다? 내가 살아왔고 또 살아갈 도시니까요.

팔일오사는 '크루'가 활동의 중심이에요. 여기에 프로젝트 단위로 참여자를 모집하여 그룹을 확장하기도 한답니다. 저희 셋 역시 잡지 에디터로 합류해서, 지금은 팀의 주축인 '크루'가 되었어요. 각자가 좋아하고 주목하는 것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것들을 잘 모으고 펼쳐 보이고 싶은 마음들이 만나 지금의 팔일오사에 이르게 된 것이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 

크루들과 활동가들의 시선에서 발견하고 만난 이야기들은 의정부 로컬 매거진 'UP'에 담겨져요. 활동의 결과물이자 이웃들과 만나는 매개가 바로 매거진인 셈이죠. 이를테면 백구는 의정부 곳곳에서 자신의 최애 색상인 '파우더블루'(사진참고) 아이템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매거진에 실었답니다. 밍키는 연두색 장바구니를 든 '장소 수집가'라는 허구의 인물을 설정하고, 그의 걸음이 멈추는 동네 곳곳을 화보 형식으로 기록했고요. 규는 '여성친화도시'로서의 의정부를 '빨간펜'으로 첨삭하는 콘텐츠를 발행했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특히 취재 과정을 통해 활동가들이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하고 지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이 과정이 저희는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거진의 속살도 하나같이 달라요.

크루들은 매거진이 '잘 팔리는 책',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 되기를 희망해요. 재미를 가치로 두지만 콘텐츠로써 '소비'되고 싶기에 유료 버전으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어찌보면 용감한 도전인데요. 'Vol.7'은 유일하게 온라인 뉴스레터로 발행했고, 'Vol.8'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인쇄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랍니다.

왼쪽부터 여성친화도시 첨삭 콘텐츠(@규), 장소수집가(@밍키), 파우더블루 컬러 스토리(@백구)  ⓒ까만콩

의정부 로컬매거진 UP  ⓒ까만콩

연결하는 것을 좋아해

매거진 프로젝트 외에도 저희 팔일오사는 지역에서 다양한 그룹과 사람들을 만나고 협력해요. 올해는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인 ‘아트볼 프로젝트’와 의정부 금오동 일대인 꽃동네를 거점으로 활동합니다. 조만간 이곳에서 열리는  '볼잔치 플리마켓'에 팔십일오사는 셀러로 참여해요.

이 외에도 크루 밍키는 '불복종먼지들'로 #기후위기, #비거니즘에 관한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팔일오사와 협업하기도 하고요. 백구를 비롯한 의정부 지역 예술가들의 모임인 '프로젝트 산장'은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며 동네를 색다르게 감각하는 워크숍을 진행했고요. 백구는 꽃동네를 산책하던 중, 뜻하지 않게 발견한 낡은 공장 앞 가지런히 놓인 청소 도구들을 발견했어요. 사진을 찍어 동료에게 보여주니, ‘마치 도깨비처럼 보인다’는 증언을 얻게 됐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백구는 <도깨비들>이라는 그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아가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며 ‘도깨비’를 찾아보는 워크숍을 이끌기도 했답니다. 동네에서 재미있게 놀기가 워크숍의 목표예요. 그러니 참여하는 아이들도 즐거울 수 밖에 없어요. 이러한 지역 소모임이나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통해 팔일오사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교류로 또 다른 확장을 꿈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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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는 팔일오사. 이들이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단 '돈'은 아니에요(웃음).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크루 워크숍을 여는데 '올해는 무엇을 하며 재미있게 지내볼까.'가 핵심 질문이에요. 그러니까 일단 즐거워야 해요.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하고 '같이' 만들어 내는 것, 결국 사람이 아닐까요?

크루 명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정부 이미지와 그룹명의 의미  ⓒ까만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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