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5기

from Judyㅣ책 그리고 커피와 함께 여행을 떠나요.

지난 겨울, 학창 시절을 보낸 동네를 찾았어요. 마치 어릴 적 나에게로 떠나온 여행같았죠. 방과 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들던 책방 ‘책벌레’. 가장 좋아하던 곳을 찾아갔어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오래전 책벌레가 없어진 자리에 '무인 북 카페, 카페여행소설'이 있더라고요. 따뜻한 커피에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어떻게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앉아서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궁금했어요. 무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이렇게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은 누구일까? 그리고 드디어 만났죠. 동네 길목에서 동화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 북 카페의 요정 지수님을.

여행을 테마로 한 작은 책방 겸 카페 '카페여행소설'

 무인 북 카페 '카페여행소설'을 운영하는 지수님 ⓒJudy

무인 북 카페를 운영하기 전에는 여행업계에서 일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행운이었죠. 일을 그만두 고나서, 또다시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을 그리다 보니 '여행을 테마로 한 북 카페'를 떠올리게 됐죠.
추리소설, 연애소설이란 장르는 있어도 '여행소설'은 있을 것 같지만 없는 장르이자 단어예요. 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처럼요. 유일무이한 '여행소설'이라는 장르로 불리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이름이에요.

여행, 여가를 주제로 한 '낭만이 가득한 서가'

 '카페여행소설'의 서가 ⓒJudy

여행이나 취미를 주제로 한 소설과 에세이로 선정하고 있어요. 카페의 테마와 어울리는 책들로 대부분을 채우죠. 서가만 보더라도 잠시나마 여행 온 기분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제가 읽어보고 좋았던 책들도 들여놓고 있어요. 여행에 관련된 책만 있으면 손님들이 지루해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이란 책을 들였어요. 방문하셨던 손님이 추천해 주신 일본 소설이에요. '마블 카페'에서 시작해 일본의 도쿄와 호주의 시드니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요. 따뜻한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가 꼭 이곳과 닮은 소설집이에요. 혹시라도 저희 카페에 오시거든 꼭 읽어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역곡남부시장 길목에 위치한 '동화같은 곳'

경기 부천시 소사구 부광로22번길 26  ‘카페여행소설’ ⓒJudy

마트보다 사람 냄새나는 시장을, 빌딩 상가보다 동네 가게를 좋아해요. 이 공간은 역곡남부시장의 시장 골목에 있는 다가구주택 1층 한편을 상업시설로 개조해 만든 곳이에요. 어릴 적 동네에서 많이 보던 빨간지붕 건물에 있는 가게인 거죠. 요즘은 무인카페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이 있지만 상권 선정부터 인테리어, 원두까지 제약이 많더라고요. 이 곳은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직접 운영해 보고 싶었어요. 특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가장 편안함 느낄 수 있는 소재인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소품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손님들이 카페에서 아늑함을 느끼면서 편히 계시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동네 사랑방’이 되길

 손님들과 소통 창구인 방명록 ⓒJudy

‘우리 동네 작은 문화센터’같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프로그램을 이 공간에서 운영해 보고 싶어요. '일상에서의 여행'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예요. 잘 알려지지 않은 골목상권 투어나, 부천의 좋은 공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요.
이 곳을 운영한지 이제 1년이 채 안 됐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주세요. 혼자 오셔서 작업을 하시거나 책을 읽거나, 스터디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손님들이 써주신 방명록을 매일 읽고 있는데, 자주 오시는 단골손님도 계시고요. 무인이라는 특성상 손님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지는 않더라도 이 곳을 좋아해 주시는 손님들과 함께 공유하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방명록을 찬찬히 읽어 보았어요. 방명록에는 지수님 만큼이나 이 곳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손님들의 따뜻한 메시지가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카페여행소설'이 되기 전 이곳에 있던 책방 ‘책벌레’가 저에게 소중한 추억 가득한 공간이었던 것처럼, '카페여행소설'도 오랜시간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기자기한 추억과 함께 꾸려져 가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