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5기

from 윤ㅣ광주송정역 직장인 N년차가 추천하는 찐 맛집

광주에는 역이 두 곳이 있습니다.  광주역, 그리고 광주송정역입니다. 이름이 아주 비슷하죠?  그래서 타 지역에서 광주에  온 사람들은 종종 두 역을 혼동해 잘 못 내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어떡해! 여기가 아닌가봐!!"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은 기차표를 광주에서 광주송정역으로 바꾸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말하죠.

"우리 뭐 좀 먹고 갈까?"

광주 송정역 풍경ⓒ 윤

광주역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기차가 다니지만, 그보다 더 빠른 KTX나 SRT 기차는 모두 광주 송정역에서 내립니다. 따라서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광주 송정역에서 처음으로 광주를 마주하게 됩니다. 광주 송정역은 KTX나 SRT가 다니는 역이지만,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일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내리자마자 스쳐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많이 남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정보 없이 광주 송정역에서 몇 시간을 보내려면 막막해질 수 있습니다.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서울역이지만, 끼니 때가 애매해지는 시간이라면 뭐라도 먹고 가고 싶어집니다. 급하게 지도앱을 켜서 주변을 훑어보지만, 역 앞에 큰 도로 하나와 그 너머에 자그마한 상가 몇 개 뿐인 광주 송정역 풍경은 외지 사람들에게는 더욱 막막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를 가야 광주에서 밥 한끼를 든든하게 먹고 갈 수 있을까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로컬 맛집 두 곳

지금부터 광주 송정역 인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하면서 현지 맛집을 알게 된 N년차 직장인이 추천하는 식당 두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으로서, 특별한 메뉴는 아니지만 분명히 만족할 수 있는 맛집들을 선별했습니다. 광주를 방문하거나 광주 송정역 근처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이 두 곳을 꼭 기억해두세요.  

📍깨비분식

송정재래시장 초입에 위치한 깨비분식은 송정역 근처 동네 어르신들의 '최애' 분식집입니다. 메뉴는 떡볶이, 김밥, 라면, 수제비, 칼국수, 팥칼국수 등 평범하지만, 가격과 양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요즘 식당답지 않게 좌식으로 앉아야 하는 자리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옹기종기 둘러앉아 먹는 그 옛날 밥상 풍경처럼 정겨움을 느끼게 합니다.

가게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듯, 메뉴 가격도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매우 저렴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김밥이지만 하나를 먹어보면 입안에서 터지는 고소한 참기름 향과 감칠맛이 느껴져 '아, 이래서!'라고 납득하게 됩니다.

추천 메뉴는 김밥과 팥칼국수입니다. 전라도에서는 콩국수에도 설탕을 넣어 먹는 것처럼, 팥칼국수에도 설탕을 듬뿍 넣어 먹습니다. 어느덧 귀해진 팥으로 걸쭉한 국물을 내고, 쫄깃한 칼국수면과 함께 말아내는 팥칼국수의 맛은 달콤하고 구수하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 위치 : 광주 광산구 광산로30번길 11 

✔ 영업시간: 매일 11:00 ~ 19:00

📍역전대패삼겹살

송정역 근처에서 일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식당이 있습니다. 이 식당의 이름은 '대패 삼겹살'이지만, 실제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패 삼겹살보다도 된장찌개와 부대찌개를 더 많이 주문합니다.

서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와 부대찌개지만, 굳이 광주까지 찾아올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맛' 때문입니다. 특히 봄철에는 된장찌개에 바지락과 냉이를 듬뿍 넣어 끓여주는데, 시원하고 향긋한 국물 맛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듭니다. 식당에서 직접 만드는 나물과 반찬도 하나같이 맛있어,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는 듯한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남도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 밥처럼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싶다면, 꼭 이 식당에 들려보세요.

✔위치 : 광주 광산구 송정로2번길 5

✔영업시간: 월~토  11:30~20:00

광주는 5.18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맛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약간 목포에 밀리는 거 같아 아쉽긴 하지만요..) 광주에 들렸다가 광주 송정역에서 다시 돌아가시게 된다면 푸근함과 정이 찐하게 넘치는 남도의 맛으로 광주 여행의 마무리를 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