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에디터 5기

from 오이토박이ㅣ힘들 때마다 꺼내먹는 비타민

"배고파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내려온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혜원이 한 답이다. 혜원은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이 버거웠고, 제대로 된 한 끼도 챙겨 먹지 못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시험에 떨어지고, 도망치듯 떠나 끝끝내 도착한 곳은 바로 혜원의 '고향'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는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그 마음을, 몇 년이 지나 외롭게 서울살이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돌아갈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어딜까?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태어난 순간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나는 '함안'에서 나고 자랐다. 종종 고향을 물어보는 질문에 나는 자신있게 '함안토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함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내 고향 함안은 '천혜의 자연'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자연과 맞닿아있어 평화롭고 고요하다. 집 뒷산에는 아라가야의 역사를 가득 담은 '말이산 고분군'이 있고, 산책 삼아 살살 걸어나가면 '이수정'이라는 연못이 나온다. 초등학생 때 소풍으로 많이 갔던 연못 이수정은 요즘은 정자의 이름인 '무진정'으로 더욱 많이 불린다.
낮의 이수정은 모든 근심이 사라질 정도로 고요하다. 이수정은 함안과 닮아있다. 그 어떤 걱정도, 불안함도 다 가라앉히는 신비한 공간이다. 언제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낮의 이수정  ⓒ오이토박이

함안에서만 볼 수 있는 불꽃놀이

어느 사극 드라마에서 나온 장면이 화제가 되며 함안 낙화놀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낙화놀이는 함안면 괴항마을에 전승되어 온 함안 고유의 민속놀이로 매년 4월 초파일 마을 입구인 이수정에서 이루어진다. 마을 자체에서 제작한 숯가루를 한지에 돌돌 말아 낙화를 만들고, 연등과 연등 사이의 줄에 낙화를 매달아준다. 밤이 다가올 때쯤, 배를 타며 하나하나 불을 붙여주면 서서히 타오른 낙화가 한순간 화르륵 바람에 날리는 장관이 펼쳐진다.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밤의 이수정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마냥 심심한 연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전경은 함안에서만 볼 수 있는 불꽃놀이다.

밤의 이수정 ⓒ오이토박이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나의 리틀 포레스트, 나의 이수정, 나의 함안.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지치고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나의 비타민을 건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