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마음은 콩밭

ep.110 밍글링

혼자는 외롭고, 너무 친한 건 또 피곤하고- 이 미묘한 마음, 왠지 공감되지 않나요? 요즘 뜨는 관계 트렌드, 바로 밍글링(Mingling)이에요. 낯선 용어 같지만, 사실 우리도 이미 해봤어요. 친구의 친구와 함께 밥 먹기, 클래스 끝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술 한잔, 동네 슈퍼에서 단골손님끼리 스몰 토크. 이 모든 게 ‘가볍지만 유효한 연결’, 밍글링의 핵심이죠. 지금은 완전한 혼자도,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도 아닌 ‘적당한 연결’이 대세! 밍글링의 바람은 이제 여행지부터 직장, 창업 생태계, 동네 커뮤니티까지 쓱쓱 스며들고 있어요. 어울려야 할 이유도, 방식도 전과는 사뭇 달라진 거죠. 😉

🌱 밍글링, 그 시작은 어디서?

밍글링. 요즘 생긴 말 같지만, 뿌리는 꽤 깊어요. 15세기 중엽 중세 영어 menglen, 그보다 앞선 게르만 조어 mangjan에는 ‘함께 반죽하다’는 뜻이 있었어요. 독일어 mengen, 네덜란드어 mengelen처럼 유럽의 여러 언어에서도 ‘섞이다’, ‘어우러지다’는 비슷한 개념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죠.

지금 우리가 말하는 ‘밍글링’은 이 오래된 ‘섞임’의 의미에,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계를 살짝 얹은 느낌이에요. 공식적인 모임도, 깊은 관계도 아니지만 취향과 관심사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슨한 만남. 단순히 파티에 모여 있는 걸 넘어서, “지금, 이 순간 함께할 사람들”과 편안한 어울림을 뜻하죠.

부담 없이 만나고, 깊이 기대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스쳐 지나가진 않는! 가볍지만 유의미한 연결. 그게 바로 밍글링이 사랑받는 이유예요. 💬

밍글링 투어 ⓒ하나투어

🧳 밍글링 투어: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

혼자 떠나는 여행은 좀 외롭고, 단체 여행은 너무 피곤해! 요즘 2030세대가 딱 좋아할 ‘그 중간 어딘가’를 겨냥한 여행 상품이 등장했어요. ‘밍글링 투어(Mingling Tour)’.

이 여행에선 목적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취향으로 어울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죠. 위스키 테이스팅(대만), 요가&웰니스(베트남), 프리다이빙(보홀), 로드트립(몽골)처럼 특정한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서, 취향이 맞는 또래끼리 억지로 친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돼요. 여행이라기보다는, 관심사 기반의 ‘모임 같은 여행’에 더 가까운 셈이죠. 몇 분 만에 완판될 정도의 인기라니, 관계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말이 실감 나요. 👀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요즘은 더더욱 가벼워진, ‘밍글링 투어 Light’도 나왔거든요. ‘취향’도, ‘테마’도 내려놨어요. 목적은 딱 하나, 또래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여행. ‘호스트’ 대신 인솔자가 함께하니 분위기는 한층 부드럽고, 프로그램도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내향인도 환영합니다”라고 말해주는 여행이랄까요?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요즘. ‘밍글링’은 점점 더 유연하고 가벼운 방식으로 진화 중이에요.

이 감성은 로컬 여행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어요.✨ 제주의 공방 클래스, 강릉의 워케이션 라운지, 남해의 마을 산책 프로그램처럼 현지인과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소규모 연결의 장이 많아지고 있죠. 관광버스 대신 마을 밥상에 둘러앉고, 랜드마크 대신 동네 플리마켓을 기웃거리는 식의 밍글링 여행. 여행자에겐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기회, 지역엔 반가운 손님을 맞는 즐거움. 서로 윈윈이에요. 얼마 전 탐방이 소개한 ‘고마워, 할매’도 대표적인 밍글링 투어 프로그램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깊이 기대지 않아도 편안한 거리감이에요. 팜파티에서 농부와 함께 밥을 먹고, 동네 걷기에서 같이 땀 흘리고, 크리에이터의 작업실을 구경하며 눈빛 한 번 주고받는 순간들. 그 짧은 만남에서도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얘기를 살짝 꺼내게 되죠. 여행의 진짜 추억은 결국 ‘장소’보다 ‘사람’으로 남는 법. 지금 로컬에 밍글링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

 지역살이 프로그램 ‘고마워, 할매’ ⓒ고마워 할매

🛠️ 로컬 밍글링, 이렇게 기획하면 분위기 띄운다!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밍글링은 취향 기반 + 관계 설계가 필수예요. 다섯 가지 팁만 기억하면, 누구나 의미 있고 즐거운 로컬 밍글링을 기획할 수 있어요.

1️⃣ 테마는 명확하게, 취향은 디테일하게
와인 테이스팅, 산악자전거, 전통 공예… 좋아하는 게 같으면,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대화가 터져요. 모임의 목적과 재미가 또렷할수록 좋아요. "그냥 모였는데 잘 통했어요"는, 사실 기획자의 치밀한 설계 덕이랍니다.

2️⃣ 호스트는 진행자이자 분위기 메이커
현지 크리에이터, 농부, 공예가, 청년 리더까지. 지역의 감각을 가진 호스트가 있다면, 자연스러운 흐름과 따뜻한 분위기가 저절로 생겨나요. 말을 잘하는 능력보다 진정성과 로컬에 대한 애정, 그게 더 중요해요.

3️⃣ 시작은 온라인, 본게임은 오프라인
오픈채팅방이나 SNS 그룹은 사전 밍글링의 핵심 공간이에요. 일정과 준비물을 공유하면서 “우리 곧 만나요~” 한 줄만 보내도 첫 만남의 어색함은 반쯤 사리지거든요.

4️⃣ 같이 해보는 체험이 가장 빠른 친해짐 포인트
농작물 수확, 쿠킹 클래스, 공예 워크숍… 손이 바빠야 마음이 열리는 법.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웃고, 땀 흘리면 그 경험이 곧 관계의 기억으로 남아요. 이게 바로 ‘경험의 공유’ 효과! ‘함께 반죽하다’는 밍글리의 어원을 잊지 마세요.

5️⃣ 장소도 분위기의 절반
모닥불 피우는 마당, 동네 카페, 해 지는 야외 테라스처럼 말이 필요 없는 공간이 바로, 밍글링 스팟. 포멀한 회의실 대신 말이 술술 나올 수 있는 장소를 고르는 게 우선이에요. ☕

🌟 가볍게 연결되고, 깊게 남는 관계를 위하여

월요일 아침, 목요일 아침. 매주 두 번, 꾸준히 탐방레터를 열어보는 당신. 출근길 버스 안에서, 커피를 내리며, 책상 앞에 앉아- 우린 참 조용하고도 끈기 있게 만나고 있어요.*ᴗ ᴗ)⁾⁾♡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로컬’이라는 공통 관심사 하나로 느슨하게 이어진 사이. 크게 약속하지 않아도, 한두 줄에 웃고, 함께 고개 끄덕이게 되는 이 반복이야말로, 탐방식 밍글링 아닐까요? 오늘도 ‘탐방러’라는 이름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이미 우리 사이, 꽤 괜찮은 것 같아요. ✨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스쳐 가는 연결만으로 충분할까?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할까? 밍글링은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관계의 시작점’일지도 몰라요. 탐방레터도 마찬가지예요. 지역 이야기로 살짝 말을 걸고, 때로는 질문 하나 던지며,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관계의 시작. 다음 레터에서도 우리,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또 만나요. 그렇게 가볍게 쌓인 사이, 은근히 오래 가더라고요. oᴗO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