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김주율님 가족
인터뷰 ep.73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보기, 이제 낯설거나 특별한 선택만은 아니에요. 누군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마당을 꿈꾸고, 누군가는 조금 더 여유로운 일상을 찾아 ‘지역살이’를 선택하죠. 이유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 ✨
“나의 로컬살이는 [ ] 이다” 빈집 큐레이션 플랫폼, 유휴와 함께한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로컬살이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는 기록이에요. 한달살이로 가볍게 시작한 가족도 있고, 1년 정착을 결심한 분, 또 시골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한 분도 있었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골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흥미로운 경험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놀이터 같기도 하고, 새로운 취향과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 생활 실험실 같기도 해요.
이번 시리즈는 단순한 ‘귀촌 성공기’를 넘어, 도시와 시골 사이를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단서와 영감을 전하고자 해요. 앞으로 이어질 네 편의 이야기가 “나도 언젠가 해볼까?” 하는 용기를 건네길 바라며, 탐방 에디터가 느낀 설렘을 여러분과 나눌게요. 🤗
웃음소리로 여는 하루
아침에 가장 먼저 들려오는 건 두 아이의 웃음소리예요. 서울에서는 조금만 뛰어도 “조용히 해, 아랫집에서 올라와.”라는 말을 수없이 했는데, 이제는 그럴 걱정이 없어요. 마음껏 뛰고 소리쳐도 괜찮으니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죠. 어린이집에 가는 길도 즐겁고, 집에 돌아오면 마당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아요. 덕분에 저와 아내도 웃는 날이 많아졌어요.
사람만 달라진 게 아니에요. 영주로 오기 전에는 아이의 알레르기 때문에 방 안에 따로 두었던 고양이 두 마리도, 이제는 마당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어요. 풀 냄새 맡고 햇볕을 쬐면서 훨씬 건강해졌죠. 반려묘를 포함해 가족 모두 행복해진 게, 이곳에서 만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예요.

고양이와 아이들 웃음이 머무는 집 ⓒ탐방
하루, 한 달, 1년. 가족의 삶을 바꾼 선택
올해 4월 영주로 내려왔어요. 고향이지만, 단순한 귀향은 아니었죠. 오래 품어온 ‘시골살이’라는 꿈을 마침내 현실로 옮겨온 순간이었으니까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런 선택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아내와 저는 서울에서 만나 가정을 꾸렸고, 그곳에서 앞으로도 살 거라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2020년 무렵, 집 문제로 고민하던 즈음부터 도시 생활이 점점 버겁게 느껴졌어요. 붐비는 지하철, 빽빽한 아파트, 쉴 새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마음 한편이 비어 있는 듯했거든요.
바로 떠날 순 없었어요. 대신 주말마다 자연 속 펜션이나 캠핑장으로 찾으며 조금씩 준비했어요. 그렇게 4~5년을 이어가다 결심했죠. “일단 1년, 시험 삼아 살아보자.” 충남 공주에서 한달살이를 먼저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가장 걱정은 아내였어요. 서울 토박이인 아내의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있으니까요.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지 않을까 마음이 쓰였죠. 그런데 아내가 먼저 제 손을 잡아주었어요. “같이 해보자.” 그 한마디가 우리의 방향을 정해줬어요.

퇴근 후, 탐방을 초대한 주율 님 ⓒ탐방
아이들과 고양이가 있으니, 먼저 모든 시설이 갖춰진 풀옵션 집에서 살아보기로 했어요. 자칫 불편함에 지쳐 시골살이에 대한 마음이 꺾이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말했어요. “당신,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밝고 부지런해진 것 같아.” 그 말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도시에서는 게으른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웃음),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하루를 채우다 보니 분명한 깨달음이 찾아왔죠. ‘아,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삶이다.’
그 순간부터 다음 단계로 나아갔어요. 바로, ‘영주의 1년살이’죠. 한 달, 1년처럼 단계를 둔 건 본격적인 귀촌에 앞서 반드시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꿈꿔온 일이라 해도 현실은 다를 수 있고, 반대로 훨씬 잘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새로 정하는 일이잖아요. 가끔 시골살이를 망설이는 분들이 조언을 구하곤 하시는데요. 항상 이렇게 말하죠. ‘짧게라도 먼저 체험해 보세요.’
시골살이, 불편함이 일상일까?
영주에서의 생활은 의외로 편리해요. 대형마트, 병원, 문화시설이 가까이 있고, 택배도 하루이틀이면 도착하죠. 물론 서울에서 자주 이용하던 새벽배송이 안 되는 건 아쉽지만, 대신 얻은 장점이 많아요. 저렴한 수영장, 키즈카페, 체험형 박물관 같은 공공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엔 훨씬 만족스러워요. 주말마다 문화생활에 큰돈을 쓰던 서울과 비교하면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흔히들 텃세가 없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실제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어요. 필요할 땐 은근히 챙겨주고, 그 외에는 간섭하지 않는 ‘시크한 환대’에 가까워요. 저희도 처음엔 떡이라도 돌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가볍게 인사 나누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아내가 더 만족해요. 친구들이 자주 집에 놀러 오고, 교통도 좋아 서울 오가는 일이 어렵지 않으니까요.(KTX로 2시간) 서울에서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과 영주에서 더 자주 만나며 훨씬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한적한 농촌 마을, 집 너머로 펼쳐진 산과 노을 ⓒ탐방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피어난 꿈
시골집을 지키려면 잡초를 뽑고 마당을 손보는 일이 끊이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들기보다 오히려 기운이 나더군요. 몸을 움직이며 얻는 이런 작은 즐거움이, 시골살이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어요.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할까?’ 동시에 귀촌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접했어요. 직접 만나 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경험을 통해 꼭 농사만이 아니라, 시골에도 다양한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민박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요. 지금도 그 날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배우고 있고요. 아내 역시 손재주를 살려, 언젠가 작은 목공방을 열어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죠.
사실, 저희 부부는 원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번잡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직접 가꾼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즐겁게 해주는 일이 성향에서 딱 맞죠. 지금은 회사 일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민박집을 운영할 거예요. 주말마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그때마다 작은 민박을 미리 연습하는 기분이 들어요. 민박집 리뷰는 이미 별 다섯 개랍니다.(웃음)

영주살이 네 달째, 오늘도 쌓여가는 이야기 ⓒ김주율
우리의 로컬살이는 [ 진짜 인생 ]이에요.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도시에서의 삶보다 훨씬 충만하고 깊죠. 아이들, 아내, 고양이까지 모두 행복해졌어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 삶을 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언젠가 우리 민박집이 문을 열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하루를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어요.
경북 영주│김주율님 가족
인터뷰 ep.73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보기, 이제 낯설거나 특별한 선택만은 아니에요. 누군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마당을 꿈꾸고, 누군가는 조금 더 여유로운 일상을 찾아 ‘지역살이’를 선택하죠. 이유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 ✨
“나의 로컬살이는 [ ] 이다” 빈집 큐레이션 플랫폼, 유휴와 함께한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로컬살이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는 기록이에요. 한달살이로 가볍게 시작한 가족도 있고, 1년 정착을 결심한 분, 또 시골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한 분도 있었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골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흥미로운 경험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놀이터 같기도 하고, 새로운 취향과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 생활 실험실 같기도 해요.
이번 시리즈는 단순한 ‘귀촌 성공기’를 넘어, 도시와 시골 사이를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단서와 영감을 전하고자 해요. 앞으로 이어질 네 편의 이야기가 “나도 언젠가 해볼까?” 하는 용기를 건네길 바라며, 탐방 에디터가 느낀 설렘을 여러분과 나눌게요. 🤗
웃음소리로 여는 하루
아침에 가장 먼저 들려오는 건 두 아이의 웃음소리예요. 서울에서는 조금만 뛰어도 “조용히 해, 아랫집에서 올라와.”라는 말을 수없이 했는데, 이제는 그럴 걱정이 없어요. 마음껏 뛰고 소리쳐도 괜찮으니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죠. 어린이집에 가는 길도 즐겁고, 집에 돌아오면 마당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아요. 덕분에 저와 아내도 웃는 날이 많아졌어요.
사람만 달라진 게 아니에요. 영주로 오기 전에는 아이의 알레르기 때문에 방 안에 따로 두었던 고양이 두 마리도, 이제는 마당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어요. 풀 냄새 맡고 햇볕을 쬐면서 훨씬 건강해졌죠. 반려묘를 포함해 가족 모두 행복해진 게, 이곳에서 만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예요.
고양이와 아이들 웃음이 머무는 집 ⓒ탐방
하루, 한 달, 1년. 가족의 삶을 바꾼 선택
올해 4월 영주로 내려왔어요. 고향이지만, 단순한 귀향은 아니었죠. 오래 품어온 ‘시골살이’라는 꿈을 마침내 현실로 옮겨온 순간이었으니까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런 선택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아내와 저는 서울에서 만나 가정을 꾸렸고, 그곳에서 앞으로도 살 거라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2020년 무렵, 집 문제로 고민하던 즈음부터 도시 생활이 점점 버겁게 느껴졌어요. 붐비는 지하철, 빽빽한 아파트, 쉴 새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마음 한편이 비어 있는 듯했거든요.
바로 떠날 순 없었어요. 대신 주말마다 자연 속 펜션이나 캠핑장으로 찾으며 조금씩 준비했어요. 그렇게 4~5년을 이어가다 결심했죠. “일단 1년, 시험 삼아 살아보자.” 충남 공주에서 한달살이를 먼저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가장 걱정은 아내였어요. 서울 토박이인 아내의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있으니까요.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지 않을까 마음이 쓰였죠. 그런데 아내가 먼저 제 손을 잡아주었어요. “같이 해보자.” 그 한마디가 우리의 방향을 정해줬어요.
퇴근 후, 탐방을 초대한 주율 님 ⓒ탐방
아이들과 고양이가 있으니, 먼저 모든 시설이 갖춰진 풀옵션 집에서 살아보기로 했어요. 자칫 불편함에 지쳐 시골살이에 대한 마음이 꺾이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말했어요. “당신,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밝고 부지런해진 것 같아.” 그 말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도시에서는 게으른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웃음),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하루를 채우다 보니 분명한 깨달음이 찾아왔죠. ‘아,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삶이다.’
그 순간부터 다음 단계로 나아갔어요. 바로, ‘영주의 1년살이’죠. 한 달, 1년처럼 단계를 둔 건 본격적인 귀촌에 앞서 반드시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꿈꿔온 일이라 해도 현실은 다를 수 있고, 반대로 훨씬 잘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새로 정하는 일이잖아요. 가끔 시골살이를 망설이는 분들이 조언을 구하곤 하시는데요. 항상 이렇게 말하죠. ‘짧게라도 먼저 체험해 보세요.’
시골살이, 불편함이 일상일까?
영주에서의 생활은 의외로 편리해요. 대형마트, 병원, 문화시설이 가까이 있고, 택배도 하루이틀이면 도착하죠. 물론 서울에서 자주 이용하던 새벽배송이 안 되는 건 아쉽지만, 대신 얻은 장점이 많아요. 저렴한 수영장, 키즈카페, 체험형 박물관 같은 공공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엔 훨씬 만족스러워요. 주말마다 문화생활에 큰돈을 쓰던 서울과 비교하면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흔히들 텃세가 없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실제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어요. 필요할 땐 은근히 챙겨주고, 그 외에는 간섭하지 않는 ‘시크한 환대’에 가까워요. 저희도 처음엔 떡이라도 돌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가볍게 인사 나누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아내가 더 만족해요. 친구들이 자주 집에 놀러 오고, 교통도 좋아 서울 오가는 일이 어렵지 않으니까요.(KTX로 2시간) 서울에서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과 영주에서 더 자주 만나며 훨씬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한적한 농촌 마을, 집 너머로 펼쳐진 산과 노을 ⓒ탐방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피어난 꿈
시골집을 지키려면 잡초를 뽑고 마당을 손보는 일이 끊이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들기보다 오히려 기운이 나더군요. 몸을 움직이며 얻는 이런 작은 즐거움이, 시골살이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어요.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할까?’ 동시에 귀촌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접했어요. 직접 만나 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경험을 통해 꼭 농사만이 아니라, 시골에도 다양한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민박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요. 지금도 그 날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배우고 있고요. 아내 역시 손재주를 살려, 언젠가 작은 목공방을 열어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죠.
사실, 저희 부부는 원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번잡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직접 가꾼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즐겁게 해주는 일이 성향에서 딱 맞죠. 지금은 회사 일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민박집을 운영할 거예요. 주말마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그때마다 작은 민박을 미리 연습하는 기분이 들어요. 민박집 리뷰는 이미 별 다섯 개랍니다.(웃음)
영주살이 네 달째, 오늘도 쌓여가는 이야기 ⓒ김주율
우리의 로컬살이는 [ 진짜 인생 ]이에요.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도시에서의 삶보다 훨씬 충만하고 깊죠. 아이들, 아내, 고양이까지 모두 행복해졌어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 삶을 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언젠가 우리 민박집이 문을 열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하루를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