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우리의 로컬살이는 [ 진짜 세상 ] 이다.

2025-11-25

전남 여수│현서솔 가족

인터뷰 ep.76



자연에서 펼쳐지는 삶, 도시를 떠나 살아본다면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요? 산과 하늘, 바다의 수많은 얼굴. 계절마다 달라지는 빛과 온도 속에서 우리는 진짜 세상을 만날지도 몰라요. 

여기 도시를 떠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골로 향한 가족이 있어요. 해외가 아닌, 농촌 유학 2년 차 현서솔 가족이에요. ‘아이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유학 생활은,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의 연속이었죠. 

유휴와 함께하는 "나의 로컬살이는  [         ] 이다" 마지막 이야기. 평소 여행으로 자주 찾았던 여수에서, 현서솔 가족은 어떤 일주일을 보냈을까요?

🏡 현서솔 가족의 구성원을 소개합니다! 최상연&이민경 부부와 아이 셋 이현·이서·이솔. 아이들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현서솔 가족이라 불러요. 현서솔 가족은 전남 곡성에서 농촌유학 중에, 유휴하우스 여수 당머리로 일주일살이를 왔어요.


현서솔 가족을 만난 가을의 여수 ⓒ탐방 



시골로 떠난 유학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놀아야 한다.’저희 부부의 육아 원칙이에요. 첫째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충북 괴산 시골 학교 한달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후 아이의 얼굴이 달라졌어요.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던져놓고 나가 놀던 그 표정, 그때 처음 봤던 아이의 웃음을 잊을 수 없었어요.

그 시간은 가족에겐 큰 전환점이었어요. ‘시골살이가 아이의 행복지수를 올려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고민할 틈도 없이 농촌유학을 결심했어요. 아이들도 모두 찬성했고요. 열심히 찾아, 유학 온 가족끼리 공동체 마을이 이뤄진 도담도담 농촌유학마을로 내려와 살기 시작했어요.

곡성살이도 벌써 2년 차, 연고 하나 없던 곳이 어느새 우리 동네가 되었어요. 주변에서 “농촌 유학 추천하시나요?” 물으면, 저희는 주저 없이 “추천해요.”라고 말해요.


최상연, 이민경 부부가 들려주는 농촌 유학 ⓒ탐방


물론 머물다 보면 생각지 못한 현실에 부딪히기도 하죠. 시골살이에 대해 흔히들 말하는 텃세, 그건 사실 이곳의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파트 단지나 동네만 달라져도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시골은 더 작은 규모의 공동체다 보니 서로 밀접하게 지내고, 자연스레 사적인 부분을 나누게 되는 거죠.

자연에 둘러싸여 보내는 하루,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하지만 불편한 점도 분명 있어요. 수도권처럼 새벽배송이 안 된다는 거?(웃음) 그래도 웬만하면 익일배송은 된답니다. 소아청소년과부터 마트 같은 생활 편의시설까지, 도시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밤늦게 우유가 필요해도 편의점이 문을 닫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도 농촌에서 얻은 행복은 그 모든 불편함을 충분히 덮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최상연&이민경 부부 함께 사는 걸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잘 맞을 거예요. 여러 고민에도 ‘그래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너무 많은 기대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와보세요. 직접 살아봐야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신나게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농촌 생활


곡성에서 보낸 여덟 번의 계절, 아이들은 계절마다 자라요. 봄에는 진달래를 따다 화전을 부쳐 먹고, 달래와 고사리를 캐러 가요. 달래를 캐러 갈 때는 “가기 싫어.” 하다가도, 막상 놀다 보면 “집에 가기 싫어.”로 바뀌죠.(웃음)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요.

올여름 정말 더웠잖아요. 무더워서 지칠 수 있지만, 즐거움이 더 많아요. 여름에 달콤한 복숭아를 따고,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봉선화를 따다 손톱에 물을 들였어요. 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다채로운 추억들이 쌓여갔죠.


신나게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농촌 생활 ⓒ이민경


우리 마을은 농촌 유학 가정들이 함께 모여 살아서 서로 돕는 일이 자연스러워요. 아이들 학원 픽업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엄마끼리 모여 아이들과 함께 텃밭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해요. 가끔은 다 같이 식사하며 하루를 나누고요.

처음 떠날 땐 아무 고민이 없었는데, 2년쯤 되니 오히려 고민이 생겨요. 남아서 더 머물까, 다시 이제 돌아갈까. 저희는 경쟁 속에서 발전한다고 믿으며 자라온 세대라, ‘아이들이 마냥 뛰놀기만 해도 괜찮을까, 조금은 자극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그래도 확신하는 게 하나 있어요. “아이가 행복하면, 그게 정답이다.”



여수에서 보낸 하루 같은 일주일


저희 부부도, 아이도 모두 다 좋아하는 도시라, 처음엔 새로운 게 없을 줄 알았어요. 1박 2일로 가족여행을 올 땐 늘 정해진 코스가 있거든요. 정현횟집 → 여수서시장 ‘주부떡집’ 그리고 바다 구경. 매년 향일암에도 들러 아이들과 시그니처 포즈로 가족사진을 남기곤 했거든요.

짧은 여행에서 그거면 충분했는데, 이번엔 일주일이라는 여유가 생기니 조금 달랐어요. 책 한 권 들고 바닷가에 앉아 읽고, 집 근처 산책로를 따라 걷고, 주말처럼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봤죠. 여행이라면 ‘시간이 아까워서’ 못 했을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농촌 유학 생활과 닮은 듯하지만, 여수에서는 또 다른 새로움이 있었어요.

이현&이서&이솔 바닷가에서 책 읽었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책 보는 걸 좋아하는데, 바다 앞에서 같이 앉아 읽으니까 더 좋았어요.

이민경 여수밤바다 불꽃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너무 기대돼요. 바로 앞에 돌산대교가 있는데, 집에서 보는 불꽃놀이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옥상도 있어서, 내일이면 옥상에서 불꽃놀이와 돌산대교 야경을 함께 볼 수 있겠네요.

하루는 아이들과 여수 서시장에 갔어요. 여행 때 자주 찾던 곳인데, 이번엔 사는 사람처럼 천천히 둘러봤어요. 또 어느 날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상하게, 그런 날이 제일 좋더라고요. 아이들과 산책하다가 붕어빵을 사 먹고, 저녁에 파도 소리 들으며 밥을 먹었어요.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그저 하루가 느린 속도로 흘러가는 게 좋았죠.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도 그 시간만큼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소소한 여수 일상들 ⓒ이민경



우리의 로컬살이는 [ 진짜 세상 ]이다.


여수살이 중,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왜 바다 앞에서 책 읽는 게 좋았어?” 대답은 짧고 단순했죠. “좋으니까 좋았지!”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곡성에서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논과 밭을 보고, 여수에서는 시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바다를 봤어요. 아이들은 그 안에서 놀며 날씨와 계절을 몸으로 배웠죠.

비 오는 날은 논두렁을 미끄럼틀 삼아 놀고, 해가 쨍한 날엔 볕에 잘 마른 빨래 냄새를 맡아요. 아이들에게 가장 솔직한 자연 수업이에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부부도 함께 배우고 있어요.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가는 동안, 우리는 삶의 속도를 다시 배우고 있죠.

괴산, 곡성, 남해, 여수···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지역에 머무는 이유요?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훗날 아이들이 컸을 때, ”바다는 어떤 색이야?”라고 누군가 물으면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니라 직접 본 바다의 색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더 편리하고 좋은 도구들이 많아지겠지만, 진짜 세상을 경험한다면 아이들은 조금 더 단단하고 행복하게 자라지 않을까요.

*해당 기사는 여수 일주일살이 4일 차 현장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에디터’s 노트 from. 서기

현서솔 가족의 인터뷰 당시 ”여수살이를 떠올리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묻자 이현이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하루 같은 일주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습니다. 

영주·전주·여수 총 네 편의 인터뷰를 마치며, 8월부터 매달 한 팀씩 만나온 ‘나의 로컬살이는  [         ] 이다’ 시리즈를 돌아보니 저도 그렇더라고요. 순식간에 지나간 듯하지만, 각자의 하루가 모여 한 계절을 만든 것 같아요. 

다음 탐방 인터뷰에서는 또 어떤 ‘로컬살이’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탐방은 로컬에서 살아가는 탐방러들의 일상과 마음을 꾸준히 기록해 나갈게요. 그럼, 곧 다시 만나요. ( ˶'ᵕ'˶)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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