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로컬덕' 주지은님
인터뷰 ep.75

‘여행’과 ‘살아보기’. 두 단어의 차이는 뭘까요? 단순히 머무는 기간의 문제일까요? “휴식이 필요한 창업자” 이자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지은 님은, ‘살아보기’라는 이름표 하나가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꾼다고 말해요.
유휴와 함께하는 "나의 로컬살이는 [ ] 이다" 세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일(Work)과 쉼(Vacation)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컬덕 창업자 지은 님의 로컬살이를 소개합니다. 여행 중 한 번쯤 궁금했던, 내 주변에 있는 로컬 이벤트 소식을 알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자 전주로 향한 지은 님.
여행객의 마음을 버리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그리고 익숙한 서울을 완전히 로그아웃 했을 때 찾아온 놀라운 집중력까지. 지은 님이 전주에서 보낸 일주일의 틈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

탐방x유휴 기획 인터뷰,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주지은 님 ⓒ탐방
여행이 아닌, 전주에서 살아보기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살아보기’를 해본 건 처음이에요. 5~6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때문에 2박 3일간 여행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영화만 보고 돌아갔거든요. 하지만 이번 전주살이는 같은 도시여도 여행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난 일주일 동안 이곳에 사는 거야’라고 생각하니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죠. 그냥 동네를 걷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 들어갔어요. 여행이었다면 시간에 쫓겼겠죠. 조금이라도 더 보고, 더 먹고, 더 찍어야 하니까요.
막상 살아보니 발걸음이 느려졌어요. 지도에 없는 길을 발견하고, 새롭게 발견한 하천으로 러닝 코스를 바꾸기도 했죠. 그때 처음 느꼈어요. “아, 내가 진짜 여기서 살고 있구나.”

계획하고 온 여행이었다면, 이런 장면은 마주치지 못했을 거예요.” ⓒ탐방
밖에서 숙소로 들어올 때마다 "이제 집에 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탐방 에디터님들이 오신 날도, 정말 손님을 맞는 기분이었죠. 원래 여행 중엔 숙소 청소는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괜히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하고, 카페 가서 커피도 포장해 왔어요.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이상하게 들뜨더라고요.
멈추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 일과 쉼의 틈
프로그램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12월에 앱 출시를 앞두고 있었어요. 쉴 틈 없이 달리던 중이라 ‘이건 나한테 필요한 시간이다’ 싶었죠. 물론 일을 완전히 놓을 순 없었어요. 결국 노트북과 함께 왔고요.(웃음)
그런데 신기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쉬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서울에서는 늘 분주했는데, 여기선 혼자라 집중이 잘 됐어요. 낯선 동네,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좋은 리듬을 만들어줬달까요.
전주살이를 하면서 하루의 속도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아침이면 하천을 따라 달리고, 숙소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사 와 햇살이 드는 자리에서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죠. 일을 하다가도 창밖의 바람, 길 건너 풍경에 시선이 머물곤 했어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집중과 휴식을 자연스럽게 오가게 만들더라고요.

일과 쉼 사이의 여유로운 하루 ⓒ탐방
로컬을 '덕질'하는 청개구리 여행 가이드
스스로 ‘휴식이 필요한 창업자이자 행복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라고 소개해요. 어릴 때부터 좀 청개구리였죠. 부모님이 "위험하다, 하지 마라" 하시면 "이게 왜 위험하지?"하면서 꼭 다 해봤거든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게요. 원래도 긍정적인 편인데, 가끔은 너무 낙관적이라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니까요.(웃음)
유학도 가보고, 여행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는 게 즐거웠어요. 아마 지금 준비 중인 ‘로컬덕’도 그런 성향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이름 그대로 ‘로컬을 덕질한다’는 뜻이거든요. 쉽게 말하면 지역 곳곳에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 앱이죠. 위치 기반으로 주변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플리마켓, 축제, 전시와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지도 위에 보여주는 서비스예요.
잘 보면 정말 좋은 지역 행사가 많은데, 정작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도 전주에 와서 길거리 현수막을 보고서야 ‘지구별 페스타’라는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았어요. 또, 지역 사람들만 찾는 작은 플리마켓이 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이런 진짜 로컬 소식은 평소에 잘 닿지 않잖아요. 막상 가보면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행사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여행이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이 아니라, 단 하루를 보내더라도 오래 남는 여행이요. 지역의 행사나 일상의 풍경처럼, 여행 속에서도 그런 리듬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나만의 리듬으로 보낸 시간 ⓒ주지은
행복을 전하는 여행 가이드로서 탐방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전주의 풍경을 소개하고 싶어요. 전주 한옥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북적임이 잦아들고 햇살 좋은 주택과 작은 미술관이 이어져요. 걷다가 우연히 빈집을 관리하던 분을 만나 안으로 들어가 본 적도 있어요. 시간이 머문듯한 공기, 오래된 흔적이 주는 묘한 고요함이 남았죠.
그리고 역시 전주니까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하숙영가마솥비빔밥’에서는 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한 직원분이 다가와 “비벼드려요?”하시더라고요. 특제 양념으로 다시 비벼주시는데, 그 맛이 잊히질 않아요.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가게를 물려 받는 분이 그 비밀 양념장을 들고 와서 비벼 주는 거래요. 진짜인진 몰라도, 그런 이야기가 깊은 맛을 더해줬어요.
전주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어요. 조용하고, 조금은 느리게. 일과 쉼 사이, 그 틈에서 나다운 리듬이 만들어지는 도시였죠.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곳이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로컬살이는 [ 드디어 내 집 ]이다.
전주역에 내리자마자 공기부터 다르단 걸 느꼈어요. 냄새도, 바람도 도시에서와는 전혀 달랐죠. 도시의 속도에서 멀어지니, 완전히 로그아웃되는 기분이었어요. 이상하게 전주에서는 뭔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서울에서의 긴 여행을 마치고, 진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서울에 있을 땐 ‘결혼하면 무조건 서울에서 살아야지’ 그런 말을 자주 했어요. 그런데 이번 전주 일주일 살아보기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서울이나 그 근교보단, 아예 전주나 제주처럼 전혀 다른 도시가 훨씬 낫겠다 싶었어요.
혹시 '살아보기'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너무 큰 결심이나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날 필요도, 완전히 쉬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요. 저처럼 일을 그대로 가져와도 되고, 일상을 잠시 옮겨도 괜찮아요. 그저 잠깐의 틈을 만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환기되죠.
‘여기라면 살아도 좋겠다’는 마음, 그게 제가 전주에서 찾은 로컬살이의 의미예요.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곳. 그 짧은 일주일이 제게는 오랜 여행보다 더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전북 전주│'로컬덕' 주지은님
인터뷰 ep.75
‘여행’과 ‘살아보기’. 두 단어의 차이는 뭘까요? 단순히 머무는 기간의 문제일까요? “휴식이 필요한 창업자” 이자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지은 님은, ‘살아보기’라는 이름표 하나가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꾼다고 말해요.
유휴와 함께하는 "나의 로컬살이는 [ ] 이다" 세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일(Work)과 쉼(Vacation)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컬덕 창업자 지은 님의 로컬살이를 소개합니다. 여행 중 한 번쯤 궁금했던, 내 주변에 있는 로컬 이벤트 소식을 알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자 전주로 향한 지은 님.
여행객의 마음을 버리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그리고 익숙한 서울을 완전히 로그아웃 했을 때 찾아온 놀라운 집중력까지. 지은 님이 전주에서 보낸 일주일의 틈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
탐방x유휴 기획 인터뷰,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주지은 님 ⓒ탐방
여행이 아닌, 전주에서 살아보기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살아보기’를 해본 건 처음이에요. 5~6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때문에 2박 3일간 여행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영화만 보고 돌아갔거든요. 하지만 이번 전주살이는 같은 도시여도 여행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난 일주일 동안 이곳에 사는 거야’라고 생각하니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죠. 그냥 동네를 걷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 들어갔어요. 여행이었다면 시간에 쫓겼겠죠. 조금이라도 더 보고, 더 먹고, 더 찍어야 하니까요.
막상 살아보니 발걸음이 느려졌어요. 지도에 없는 길을 발견하고, 새롭게 발견한 하천으로 러닝 코스를 바꾸기도 했죠. 그때 처음 느꼈어요. “아, 내가 진짜 여기서 살고 있구나.”
계획하고 온 여행이었다면, 이런 장면은 마주치지 못했을 거예요.” ⓒ탐방
밖에서 숙소로 들어올 때마다 "이제 집에 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탐방 에디터님들이 오신 날도, 정말 손님을 맞는 기분이었죠. 원래 여행 중엔 숙소 청소는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괜히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하고, 카페 가서 커피도 포장해 왔어요.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이상하게 들뜨더라고요.
멈추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 일과 쉼의 틈
프로그램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12월에 앱 출시를 앞두고 있었어요. 쉴 틈 없이 달리던 중이라 ‘이건 나한테 필요한 시간이다’ 싶었죠. 물론 일을 완전히 놓을 순 없었어요. 결국 노트북과 함께 왔고요.(웃음)
그런데 신기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쉬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서울에서는 늘 분주했는데, 여기선 혼자라 집중이 잘 됐어요. 낯선 동네,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좋은 리듬을 만들어줬달까요.
전주살이를 하면서 하루의 속도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아침이면 하천을 따라 달리고, 숙소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사 와 햇살이 드는 자리에서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죠. 일을 하다가도 창밖의 바람, 길 건너 풍경에 시선이 머물곤 했어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집중과 휴식을 자연스럽게 오가게 만들더라고요.
일과 쉼 사이의 여유로운 하루 ⓒ탐방
로컬을 '덕질'하는 청개구리 여행 가이드
스스로 ‘휴식이 필요한 창업자이자 행복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라고 소개해요. 어릴 때부터 좀 청개구리였죠. 부모님이 "위험하다, 하지 마라" 하시면 "이게 왜 위험하지?"하면서 꼭 다 해봤거든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게요. 원래도 긍정적인 편인데, 가끔은 너무 낙관적이라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니까요.(웃음)
유학도 가보고, 여행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는 게 즐거웠어요. 아마 지금 준비 중인 ‘로컬덕’도 그런 성향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이름 그대로 ‘로컬을 덕질한다’는 뜻이거든요. 쉽게 말하면 지역 곳곳에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 앱이죠. 위치 기반으로 주변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플리마켓, 축제, 전시와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지도 위에 보여주는 서비스예요.
잘 보면 정말 좋은 지역 행사가 많은데, 정작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도 전주에 와서 길거리 현수막을 보고서야 ‘지구별 페스타’라는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았어요. 또, 지역 사람들만 찾는 작은 플리마켓이 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이런 진짜 로컬 소식은 평소에 잘 닿지 않잖아요. 막상 가보면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행사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여행이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이 아니라, 단 하루를 보내더라도 오래 남는 여행이요. 지역의 행사나 일상의 풍경처럼, 여행 속에서도 그런 리듬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나만의 리듬으로 보낸 시간 ⓒ주지은
행복을 전하는 여행 가이드로서 탐방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전주의 풍경을 소개하고 싶어요. 전주 한옥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북적임이 잦아들고 햇살 좋은 주택과 작은 미술관이 이어져요. 걷다가 우연히 빈집을 관리하던 분을 만나 안으로 들어가 본 적도 있어요. 시간이 머문듯한 공기, 오래된 흔적이 주는 묘한 고요함이 남았죠.
그리고 역시 전주니까 음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하숙영가마솥비빔밥’에서는 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한 직원분이 다가와 “비벼드려요?”하시더라고요. 특제 양념으로 다시 비벼주시는데, 그 맛이 잊히질 않아요.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가게를 물려 받는 분이 그 비밀 양념장을 들고 와서 비벼 주는 거래요. 진짜인진 몰라도, 그런 이야기가 깊은 맛을 더해줬어요.
전주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어요. 조용하고, 조금은 느리게. 일과 쉼 사이, 그 틈에서 나다운 리듬이 만들어지는 도시였죠.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곳이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로컬살이는 [ 드디어 내 집 ]이다.
전주역에 내리자마자 공기부터 다르단 걸 느꼈어요. 냄새도, 바람도 도시에서와는 전혀 달랐죠. 도시의 속도에서 멀어지니, 완전히 로그아웃되는 기분이었어요. 이상하게 전주에서는 뭔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서울에서의 긴 여행을 마치고, 진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서울에 있을 땐 ‘결혼하면 무조건 서울에서 살아야지’ 그런 말을 자주 했어요. 그런데 이번 전주 일주일 살아보기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서울이나 그 근교보단, 아예 전주나 제주처럼 전혀 다른 도시가 훨씬 낫겠다 싶었어요.
혹시 '살아보기'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너무 큰 결심이나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날 필요도, 완전히 쉬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요. 저처럼 일을 그대로 가져와도 되고, 일상을 잠시 옮겨도 괜찮아요. 그저 잠깐의 틈을 만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환기되죠.
‘여기라면 살아도 좋겠다’는 마음, 그게 제가 전주에서 찾은 로컬살이의 의미예요.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곳. 그 짧은 일주일이 제게는 오랜 여행보다 더 오래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