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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쓰레기봉투

여행 중, 종량제 봉투을 가격을 보고 “이게 맞나?😳” 고개를 갸웃한 적 있나요? 같은 2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동네에 따라 가격이 달라요. 2025년 기준,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과 가장 저렴한 곳의 차이는 무려 750원! 혹시… 비닐이 더 두껍거나 튼튼한 걸까요…?

📊 전국 쓰레기 봉투 가격 TOP 5 (20L 기준)

• 🥇 경남 양산시: 950원
• 🥈 부산광역시: 776원
• 🥉 인천광역시: 758원
• 4위 광주광역시: 740원
• 5위 제주특별자치도: 700원

경남 양산시의 20L 쓰레기 봉투 가격은 950원. 두 번째로 비싼 부산보다도 무려 174원이 비싸요. 반면, 경북 영양군이나 전북 진안군에선 단돈 200원에 같은 용량의 봉투를 살 수 있어요. 같은 나라, 같은 규격. 그런데 가격은 4~5배 차이? 이 작은 물건에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요? 오늘은 우리가 매일 쓰면서도 잘 몰랐던 ‘쓰레기 봉투 가격’의 비밀을 파헤쳐봅니다.🕵️‍♀️

서울 노원구의 새로운 종량제 봉투 ⓒ노원구청 / 대구 수성구의 지역 캐릭터 종량제 봉투 ⓒ수성구청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

봉투 제작비는 전국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봉투 가격을 결정짓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죠. 바로, ‘쓰레기 처리 비용’이에요. 쓰레기 봉투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해요. ‘처리 비용’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기에 봉투 가격이 다른 거예요. 그럼, 처리 비용은 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그 뒤에는 세 가지 이유가 숨어 있어요.

1️⃣ 지역마다 다른 쓰레기 ‘처리 방식’

쓰레기를 ‘어디에 버리느냐’만큼 중요한 건, ‘어떻게 처리하느냐’. 각 지자체는 상황에 따라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을 선택해 운영하고 있어요.

소각 방식은 고온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시설을 돌려야 하다 보니, 설비 구축부터 연료비, 장비 유지·보수까지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아요. 특히 최근에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추가 설비 투자도 필수가 되었죠.

매립 방식은 넓은 땅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요. 토지 매입, 침출수 처리, 토양 감시, 복토 작업 등 장기적으로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게다가 매립 가능한 부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새 매립지를 구하는 일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답니다. 이처럼 ‘태우느냐, 묻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예산이 다르다 보니, 쓰레기봉투 한 장에도 그 차이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거죠.

2️⃣ 생각보다 큰 변수인 ‘수거 거리’

쓰레기 수거, 그냥 ‘걷어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나요? Nope! 어디에서, 어떻게 걷어가느냐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랍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처럼 섬 지역은 자체 해소가 어려운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육지로 보내야 해서 해상 운송비가 추가돼요. 반면 서울 같은 대도시는 좁은 골목, 복잡한 도로, 교통체증 때문에 수거 차량이 이리저리 돌아야 하죠. 그러니 인력, 연료, 시간, 모든 비용이 더 들어가요. 농어촌 지역이 수월한 것도 아니에요. 인구가 적어 수거 차량이 넓은 구역을 돌아다녀야 하니, 효율이 떨어지고 단가가 올라가요.

이런 지역별 ‘수거 여건’은 결국 봉투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쓰레기 봉투 가격, 알고 보면 물류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

3️⃣ 저마다 다른 사정이 있어요.

종량제 봉투 가격은 단순히 봉투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만으로 정해지지 않아요. 그 지역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정책 방향을 갖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죠. 예산 여유가 있는 지자체는 주민 부담을 덜기 위해 봉툿값을 낮추고, 부족한 비용은 세금 등 다른 방식으로 메우기도 해요. 반면, 재정이 빠듯하거나 ‘쓰레기를 줄이자!’는 정책을 밀고 있는 지역은 가격을 조금 높게 설정해 배출량 자체를 줄이려는 유도책을 쓰기도 하죠.

또 하나 눈여겨볼 요소는 ‘계약 방식’이에요. 대부분의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를 민간 업체에 맡기는데, 2024년 기준으로 77%가 ‘수의계약’을 선택하고 있어요. 경쟁입찰이 아니면 가격 조율이 어렵지 않냐는 지적도 있지만, 현실은 조금 달라요. 특히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은 업체 수가 적어 경쟁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양산 자원회수시설 위에 우뚝 솟아있는 양산타워 ⓒ양산시청

🧾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비용과 딜레마

종량제 봉투값이 유독 비싼 지역, 그 중심에는 ‘친환경 쓰레기 처리 방식’이라는 고민이 자리 잡고 있어요. 경남 양산시는 2025년 기준 20L 봉투가 950원,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데요. 그 배경엔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와 그로 인한 고비용이 함께 있어요.

양산시는 국내 최초로 ‘열분해 용융방식’이라는 첨단 친환경 소각 기술을 도입했어요.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소각 후 남은 재도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여버리는 방식이라 매립 자체를 줄일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 친환경 시스템을 ‘지속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점이에요. 1톤당 운영비가 약 49만 원, 일반 스토커* 방식의 3배에 달하는 비용이에요. 😓

*스토커는 폐기물을 소각로에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 태우는 방식이에요. 설치와 운영이 쉽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소각 과정에서 오염물질과 재가 많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어요.

양산시가 매년 쓰레기 처리에 쓰는 예산은 약 327억 원. 하지만, 종량제 봉투 판매로 걷히는 수입은 83억 원 정도에 그쳐요. 결국, 부족한 약 75% 비용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채우고 있는 셈이죠. (물론, 양산시의 넓은 면적, 낮은 인구밀도도 쓰레기 처리 비용에 큰 변수예요.)

전국에서도 드물게 친환경 방식을 고수해 온 양산의 선택. 묵묵히 함께해온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결국 양산시는 2031년까지 기존의 친환경 열분해 소각시설을, 운영 효율이 더 높은 ‘스토커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사업을 추진 중이에요. 환경에 더 좋은 방식을 잠시 내려놓는 건 아쉽지만, 지금으로선 필요한 결정이기도 하죠.

친환경은 분명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방향이에요. 하지만 한 지자체만의 힘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길이기도 해요. 기술과 예산, 그리고 시민의 관심, 이 세 가지가 나란히 갈 때, 비로소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