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여주│이근이 (우보농장)
인터뷰 ep.70

108주모 프로젝트? 자료를 검색하다 흥미로운 이름을 발견했어요. “주모~ 여기 막걸리 한 사발 주이소!” 설마 그 주모인가 싶었는데, 정말 그 주모가 맞대요. 108가지의 토종쌀을 108명에 나누어 술을 빚게 하는, 정말 108주모를 만드는 프로젝트죠. 이런 재미있는 기획은 누가하는 걸까요. 사라져 가는 토종벼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고, 땅에서 나는 이야기를 술로, 사람으로, 이야기로 이어가는 농부. 천천히 걷는 소처럼 깊고 단단하게 삶을 쌓아가는 우보농장의 이근이 농부를 만났어요.

소처럼 느긋하게 걷고 싶다는 마음 ⓒ우보농장
가장 창의적인 일을 찾았어요.
문화기획자였어요. 공연을 기획하고, 잡지를 만들고,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죠. 창의적인 일이었지만, 반복되는 업무와 결과 중심의 생활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다 농사를 시작했어요.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모든 과정이 신기했죠. 해마다 같은 일을 하는 듯하지만, 계절과 날씨 작물에 따라 풍경이 달라져요. 매일 아침이 다르게 시작되는 삶이었어요.
“이렇게 창의적일 줄 몰랐어요. 땅에서 나온 것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식탁으로 돌아오는 완벽한 순환이잖아요. 정말 놀랍고 매력적이지 않나요?”
특히 직접 키운 쌀로 막걸리를 빚을 때, 전에 없던 성취감을 느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를 모두 온전히 내 손으로 만들고 책임지는 일. 감동이었죠.

문화기획자에서 농부로, 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이근이 농부 ⓒ탐방
한 톨이 천 개의 쌀이 되는 기적
처음에는 그저 밥상 위 음식을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상추나 콩을 키우기 시작해 점점 종류가 늘어나다 보니, 어느새 자급자족 비율이 90%까지 올라갔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진짜 핵심은 '쌀'이라는 걸요. 그때부터 벼에 빠졌죠.
까투리찰, 자광도, 흑갱... 토종벼 이름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에요. 까투리찰은 암컷 꿩의 깃털처럼 붉고 단아한 벼예요. 이름만 들어도 그 벼가 자란 지역, 색감, 생김새가 눈앞에 그려지죠. 옛 농부들의 섬세한 언어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1910년대만 해도 전국 1,500여 개에 달했던 토종벼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대부분 사라졌어요. 생산량 증대를 위한 품종이 보급되면서요. 그 이름들을 다시 불러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복원한 토종벼만 450여 종이에요. 기록조차 없이 사라졌던 품종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만든 농업 자료 속에서 흔적을 찾아냈어요. 다행히도 우리가 불렀던 이름들이 한자로 남아 있었죠.
햇살 아래, 용달이찰벼 ⓒ탐방
처음엔 5평 남짓한 논에 토종벼 30종을 심었고, 5kg 정도의 나락이 나왔어요. 밥으로는 일주일이면 다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이지만, 씨앗으로 사용하면 5천 평의 논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에요. 한 톨이 천 배로 늘어나는 거죠.
씨앗을 심는다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어요. 하나하나 복원하고, 확인하는 그 과정에서 맛, 형태, 색깔 하나하나 고유성을 가진 토종벼의 다양성에 빠져 들었어요. 한번 뿌린 씨앗이, 다시 씨앗으로 나오는 순환. 벼는 그 자체로 기적이 담긴 씨앗이에요.
108개 토종벼, 108명 주모, 108가지 막걸리 🍶
수백 가지 토종벼를 키우다 보니, 대량 생산은 어렵고, 각 품종의 개성도 알려지지 않으니 판매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작게 남은 쌀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 사람에게 한 품종의 쌀로 술을 빚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SNS에서 108 주모를 모집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무려 400명이 지원했죠. 그중 108명을 선정해 각기 다른 품종의 쌀 4kg과 누룩 400g, 그리고 동일한 단양주* 레시피를 전달했어요. 주모들은 쌀과 누룩을 받아 각자의 방식대로 막걸리를 빚었고, 결과는 정말 제각각이었어요.
*단양주(가양주)는 한 번 빚는 전통술을 말해요. 전통주는 술을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등으로 나뉘어요.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술을 처음 빚는 분이었어요. 과거에 주막이 많았던 건, 자신이 키운 쌀로 각자의 집에서 술을 빚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죠. 토종벼의 다품종을 알리고 싶어 시작했지만, 술을 빚고 함께 나누었다는 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어요.
108가지의 막걸리는 시음회와 농부시장 마르쉐와 같은 자리에서 함께 나누었어요. 그리고 주모들은 자신이 맡은 벼 품종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었죠. 술까지 만든 품종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요. 사람과 씨앗이 서로 기억 속에 스며드는 방식. 그렇게 쌀이, 술이,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언젠가 모든 토종벼의 이름이 다시 불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까투리찰, 용달이찰벼 같은 이름을 기억해 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 언젠가 누군가 그 품종을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108명의 주모에게서 탄생한 108개의 막걸리 ⓒ우보농장
다시 태어난 조동지 🌾
여주로 농사터를 옮기게 된 계기는 아주 특별했어요. 바로 '조동지'라는 벼 품종 때문이었죠. 토종벼 가운데 유일하게 육종자와 시기, 지역이 정확하게 기록된 품종이 조동지예요. 바로 여주 전북리였죠.
조동지를 육종한 인물은 ‘조중식’이라는 분인데, 농업 자료에 ‘전북리 442번지’라는 구체적인 주소도 남아 있어요. 호기심으로 내비게이션에 찍고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그 땅에 ‘한양조씨’ 문중이 살고 계셨죠. 그 댁을 찾아 문중 어르신이 직접 족보를 가져와 확인했는데, 정말 그 안에 ‘조중식’이라는 이름이 있는 거예요. 그 순간, 모두가 놀랐죠. “이런 분이 있었구나!” 잊혔던 이름이 다시 불렸던 순간이에요.

경기도 여주에 처음 뿌리내린 품종, 조동지 ⓒ우보농장
전성기엔 여주 논의 55%, 서울 15%, 심지어 북한 지역까지 보급됐던 명품 벼예요. 일제가 강제한 개량종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자랑스러운 품종이죠. 하지만 농업기술센터나 공공기관에서도 이 기록을 알지 못했고, 문중에서도 잊혔던 거예요. 족보를 처음 같이 확인했던 어르신이 본인의 논을 우보농장에 기꺼이 맡기셨고, 지금은 그 논에 직접 하우스를 짓고 조동지를 포함한 다양한 토종벼를 재배하고 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총 2만 평 규모로 토종벼를 함께 짓고 있어요. 마을 청년들과 손모내기와 논 체험을 하며, 전북리 442번지에서 시작된 이 벼의 역사가 다시 이어지는 셈이죠. 땅과 사람, 이야기로 연결된 농사. 지금 이곳에서 아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농사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우보농장은 농사의 전 과정을 함께 나누는 문화를 지향해요. 손모내기, 벼꽃 투어, 벼베기와 탈곡까지. 매해 여름이면 논에 모여 함께 흙을 밟고, 노래를 부르고, 밥을 짓는 시간을 만들어요.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정서죠. 농사를 짓는다는 건 단순한 노동을 넘어서 관계를 맺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거예요.
“농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에요. 특히 손모내기 같은 전통 방식은 더더욱 그래요.”
많은 분이 한 번쯤 직접 농사를 경험해보셨으면 해요. 씨앗을 심고 싹이 트는 감동, 벼꽃이 피는 아름다움, 그리고 수확할 때의 기쁨까지, 모든 순간이 특별해요. 농사는 직접 해봐야 진짜 가치를 느낄 수 있어요. 천천히, 깊게, 함께하면 인생이 달라질 거예요.

농사는 결국 관계를 맺는 일이기도 해요. ⓒ탐방

이근이 농부의 꿈은 분명했어요. 단순히 오래된 품종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먹거리와 농부,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유산으로 남기기. 지금은 여주의 논과 조동지 쌀을 중심으로 ‘국가농업문화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에요. 나아가 일본, 인도,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의 토종벼를 지키는 이들과 함께 식문화까지 엮어내는 ‘세계토종벼대회’도 구상 중이죠. “밭은 많이 갈아놨으니, 이제 수확만 남았죠.”라는 말에, 농부의 뚝심과 기대가 함께 느껴졌어요.
작은 변화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죠. 흙을 직접 만지지 않아도, 누군가의 삶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무언가가 움트는 법. 저도 언젠가 나만의 작은 논 한 자락을 꿈꾸게 되었어요. 아주 천천히, 소걸음처럼요. 🌾
고양, 여주│이근이 (우보농장)
인터뷰 ep.70
108주모 프로젝트? 자료를 검색하다 흥미로운 이름을 발견했어요. “주모~ 여기 막걸리 한 사발 주이소!” 설마 그 주모인가 싶었는데, 정말 그 주모가 맞대요. 108가지의 토종쌀을 108명에 나누어 술을 빚게 하는, 정말 108주모를 만드는 프로젝트죠. 이런 재미있는 기획은 누가하는 걸까요. 사라져 가는 토종벼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고, 땅에서 나는 이야기를 술로, 사람으로, 이야기로 이어가는 농부. 천천히 걷는 소처럼 깊고 단단하게 삶을 쌓아가는 우보농장의 이근이 농부를 만났어요.
소처럼 느긋하게 걷고 싶다는 마음 ⓒ우보농장
가장 창의적인 일을 찾았어요.
문화기획자였어요. 공연을 기획하고, 잡지를 만들고,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죠. 창의적인 일이었지만, 반복되는 업무와 결과 중심의 생활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다 농사를 시작했어요.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모든 과정이 신기했죠. 해마다 같은 일을 하는 듯하지만, 계절과 날씨 작물에 따라 풍경이 달라져요. 매일 아침이 다르게 시작되는 삶이었어요.
특히 직접 키운 쌀로 막걸리를 빚을 때, 전에 없던 성취감을 느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를 모두 온전히 내 손으로 만들고 책임지는 일. 감동이었죠.
문화기획자에서 농부로, 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이근이 농부 ⓒ탐방
한 톨이 천 개의 쌀이 되는 기적
처음에는 그저 밥상 위 음식을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상추나 콩을 키우기 시작해 점점 종류가 늘어나다 보니, 어느새 자급자족 비율이 90%까지 올라갔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진짜 핵심은 '쌀'이라는 걸요. 그때부터 벼에 빠졌죠.
까투리찰, 자광도, 흑갱... 토종벼 이름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에요. 까투리찰은 암컷 꿩의 깃털처럼 붉고 단아한 벼예요. 이름만 들어도 그 벼가 자란 지역, 색감, 생김새가 눈앞에 그려지죠. 옛 농부들의 섬세한 언어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1910년대만 해도 전국 1,500여 개에 달했던 토종벼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대부분 사라졌어요. 생산량 증대를 위한 품종이 보급되면서요. 그 이름들을 다시 불러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복원한 토종벼만 450여 종이에요. 기록조차 없이 사라졌던 품종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만든 농업 자료 속에서 흔적을 찾아냈어요. 다행히도 우리가 불렀던 이름들이 한자로 남아 있었죠.
처음엔 5평 남짓한 논에 토종벼 30종을 심었고, 5kg 정도의 나락이 나왔어요. 밥으로는 일주일이면 다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이지만, 씨앗으로 사용하면 5천 평의 논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에요. 한 톨이 천 배로 늘어나는 거죠.
씨앗을 심는다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어요. 하나하나 복원하고, 확인하는 그 과정에서 맛, 형태, 색깔 하나하나 고유성을 가진 토종벼의 다양성에 빠져 들었어요. 한번 뿌린 씨앗이, 다시 씨앗으로 나오는 순환. 벼는 그 자체로 기적이 담긴 씨앗이에요.
108개 토종벼, 108명 주모, 108가지 막걸리 🍶
수백 가지 토종벼를 키우다 보니, 대량 생산은 어렵고, 각 품종의 개성도 알려지지 않으니 판매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작게 남은 쌀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 사람에게 한 품종의 쌀로 술을 빚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SNS에서 108 주모를 모집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무려 400명이 지원했죠. 그중 108명을 선정해 각기 다른 품종의 쌀 4kg과 누룩 400g, 그리고 동일한 단양주* 레시피를 전달했어요. 주모들은 쌀과 누룩을 받아 각자의 방식대로 막걸리를 빚었고, 결과는 정말 제각각이었어요.
*단양주(가양주)는 한 번 빚는 전통술을 말해요. 전통주는 술을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등으로 나뉘어요.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술을 처음 빚는 분이었어요. 과거에 주막이 많았던 건, 자신이 키운 쌀로 각자의 집에서 술을 빚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죠. 토종벼의 다품종을 알리고 싶어 시작했지만, 술을 빚고 함께 나누었다는 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어요.
108가지의 막걸리는 시음회와 농부시장 마르쉐와 같은 자리에서 함께 나누었어요. 그리고 주모들은 자신이 맡은 벼 품종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었죠. 술까지 만든 품종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요. 사람과 씨앗이 서로 기억 속에 스며드는 방식. 그렇게 쌀이, 술이,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언젠가 모든 토종벼의 이름이 다시 불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108명의 주모에게서 탄생한 108개의 막걸리 ⓒ우보농장
다시 태어난 조동지 🌾
여주로 농사터를 옮기게 된 계기는 아주 특별했어요. 바로 '조동지'라는 벼 품종 때문이었죠. 토종벼 가운데 유일하게 육종자와 시기, 지역이 정확하게 기록된 품종이 조동지예요. 바로 여주 전북리였죠.
조동지를 육종한 인물은 ‘조중식’이라는 분인데, 농업 자료에 ‘전북리 442번지’라는 구체적인 주소도 남아 있어요. 호기심으로 내비게이션에 찍고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그 땅에 ‘한양조씨’ 문중이 살고 계셨죠. 그 댁을 찾아 문중 어르신이 직접 족보를 가져와 확인했는데, 정말 그 안에 ‘조중식’이라는 이름이 있는 거예요. 그 순간, 모두가 놀랐죠. “이런 분이 있었구나!” 잊혔던 이름이 다시 불렸던 순간이에요.
경기도 여주에 처음 뿌리내린 품종, 조동지 ⓒ우보농장
전성기엔 여주 논의 55%, 서울 15%, 심지어 북한 지역까지 보급됐던 명품 벼예요. 일제가 강제한 개량종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자랑스러운 품종이죠. 하지만 농업기술센터나 공공기관에서도 이 기록을 알지 못했고, 문중에서도 잊혔던 거예요. 족보를 처음 같이 확인했던 어르신이 본인의 논을 우보농장에 기꺼이 맡기셨고, 지금은 그 논에 직접 하우스를 짓고 조동지를 포함한 다양한 토종벼를 재배하고 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총 2만 평 규모로 토종벼를 함께 짓고 있어요. 마을 청년들과 손모내기와 논 체험을 하며, 전북리 442번지에서 시작된 이 벼의 역사가 다시 이어지는 셈이죠. 땅과 사람, 이야기로 연결된 농사. 지금 이곳에서 아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농사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우보농장은 농사의 전 과정을 함께 나누는 문화를 지향해요. 손모내기, 벼꽃 투어, 벼베기와 탈곡까지. 매해 여름이면 논에 모여 함께 흙을 밟고, 노래를 부르고, 밥을 짓는 시간을 만들어요.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정서죠. 농사를 짓는다는 건 단순한 노동을 넘어서 관계를 맺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거예요.
많은 분이 한 번쯤 직접 농사를 경험해보셨으면 해요. 씨앗을 심고 싹이 트는 감동, 벼꽃이 피는 아름다움, 그리고 수확할 때의 기쁨까지, 모든 순간이 특별해요. 농사는 직접 해봐야 진짜 가치를 느낄 수 있어요. 천천히, 깊게, 함께하면 인생이 달라질 거예요.
농사는 결국 관계를 맺는 일이기도 해요. ⓒ탐방
이근이 농부의 꿈은 분명했어요. 단순히 오래된 품종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먹거리와 농부,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유산으로 남기기. 지금은 여주의 논과 조동지 쌀을 중심으로 ‘국가농업문화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에요. 나아가 일본, 인도,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의 토종벼를 지키는 이들과 함께 식문화까지 엮어내는 ‘세계토종벼대회’도 구상 중이죠. “밭은 많이 갈아놨으니, 이제 수확만 남았죠.”라는 말에, 농부의 뚝심과 기대가 함께 느껴졌어요.
작은 변화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죠. 흙을 직접 만지지 않아도, 누군가의 삶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무언가가 움트는 법. 저도 언젠가 나만의 작은 논 한 자락을 꿈꾸게 되었어요. 아주 천천히, 소걸음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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