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빈칸을 함께 채워요.

2025-04-07

용인│이세연 (빈칸놀이터)

인터뷰 ep.68



탐방러는 영감이 필요할 때 무엇을 찾나요? 사람, 자연, 음악,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죠. 그중 책과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 설렘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해요. 봄을 맞아 영감 충전 여행을 앞두고 용인으로 향했어요. 여행자들이 거쳐 가고, 도시의 문화로 가득 차는 공간. 겁없는 책방지기 세연 님을 만났어요.



걸어서 만나는 문화플랫폼


도시를 설계하는 일을 해왔어요.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공간을 계획하는 작업이었죠. 이상과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계획과 현장의 목소리가 엇갈리거나, 길고 복잡한 절차 끝에 치열한 논의의 결과가 문서로만 남아버리는 경우가 많았죠. ‘지역에서 문화를 만들어갈 방법은 없을까?’ 자연스럽게 고민이 시작됐어요.

여행을 떠났을 때, 인포메이션 센터에 찾아가잖아요. 거기서 얻은 정보 하나로 지역이 새롭게 보이곤 하고요. 해외에서는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만나거나, 작은 문화공간이 도시의 일부처럼 녹아있어요. 서울도 그런 경험이 가능한 동네들이 있지만, 용인에서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누구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빈칸()에 새로운 요소를 더할 수 있는 ‘빈칸놀이터’ ⓒ탐방


3년 전만 해도 용인에 독립서점이 없었어요. 독립출판물을 사려면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했죠. 이제는 동네에서 바로 책을 만날 수 있다고 젊은 분들이 특히 좋아하시고, 주민들도 “이런 공간이 생겨서 좋다”며 반겨주셨어요. 찾아오시는 분들은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반반이에요. 단골손님도 많지만, 여행 중 서점을 찾는 분들도 많아요.

용인 여행 패스를 활용해 방문하는 분들도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서울이나 경기 남부에서 일부러 오는 분들도 많아요.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이 있는 공간을 넘어, 작가와의 만남이나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곳이 되다 보니, 1시간 내외의 거리는 큰 장벽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오시는 작가님들도 계시고, 버스를 타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결국,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거죠.(웃음)

빈칸놀이터라는 이름도 누구나 와서 함께 놀 수 있는 ‘비어 있는 놀이터’라는 의미에서 지었어요. 같이 놀면서 빈칸을 함께 채워나가길 바라면서요. 빈칸은 이 공간이 될 수도, 우리 동네의 문화일 수도,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일 수도 있죠. 그 어떤 것도 다 담을 수 있고, 함께 채워나갈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제가 꿈꾸는 빈칸놀이터예요.


 

빈칸놀이터의 겁없는 책방지기 세연 님 ⓒ탐방



다양한 실험으로 함께 채워가요.


빈칸놀이터에서는 항상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있어요. 서점이지만 연극과 음악회, 전시를 열기도 하죠. 작은 공간이지만 매년 클래식 공연도 열고 있어요. 또, 누구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죠.

‘릴레이 북토크’가 대표적이에요. 기존의 북토크가 서점이 기획하고 작가에게 의뢰하는 방식이라면, 빈칸놀이터에서는 참여자가 직접 주제와 일정을 정해 북토크를 열 수 있어요. 서점은 공간을 제공하고 운영을 돕는 방식이고요. 책이 단순한 판매 상품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매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저도 새로운 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건축과 도시를 주제로 하는 ‘건도독’(건축·도시·독서 모임)이에요. 처음에는 “건축 관련 독서 모임을 하면 아무도 안 오겠지, 그럼 진행자 둘이서 하면 되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열었죠. 그런데 아홉 분이나 신청하셨더라고요. 그 경험을 통해 확신이 생겼죠.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함께 나눌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한 사람이 주도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책을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돼요. 마치 TF팀을 꾸리듯, 자발적인 협업이 이루어지는 거죠. 책이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실험을 이어가고 있어요.


클래식 공연, 북토크 등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문화플랫폼 ⓒ빈칸놀이터



‘오늘 어디 가지?’ 할 때 생각나는 공간


한 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찾는 공간이 있나요? 음식점이나 카페 말고, 정기적으로 찾는 장소는 생각보다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빈칸놀이터는 늘 찾는 분들이 있어요. “집을 나서서 ‘오늘 어디 가지?’ 했을 때, 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다”는 말을 듣고, 그 한마디가 책방을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됐죠.

책에 둘러싸여 있는 편안함 덕분인지, 책을 읽지 않아도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서가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빈칸서재도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개인 책을 가져와서 읽거나, 독서 모임을 하거나, 책을 읽지 않아도 개인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책방지기 운영시간엔 차와 커피도 내어드리고, 빈칸놀이터 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들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죠. 그냥 잠깐 들러도 좋은 동네 서점, 정말 빈칸놀이터 같지 않나요?(웃음)


책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간 / 빈칸서재 이용 시 열람할 수 있는 책들 ⓒ탐방


올해부터는 (반)무인 운영을 시작했어요. 원래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운영했는데, 직장인은 방문하기 어려운 시간이더군요. 특히, 용인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아서,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도 책방을 이용하고 싶어 하셨죠. 그래서 운영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조정하고, 일부 시간을 무인으로 열기로 했어요. 앞으로도 조금씩 보완해 더 많은 분이 들를 수 있는 동네 서점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그러니 언제든 ‘오늘 어디 가지?’ 할 때, 빈칸놀이터를 떠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나둘 쌓인 기록, 책방이 될 수 있죠.


“책방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해요. “먼저 기록부터 시작해 보세요.” 책방을 열기 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먼저 운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별다른 홍보 없이도 서점을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겼고, 쌓인 기록들이 비슷한 길을 걷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경험을 쌓고 방향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기록하지 않으면 한 달 동안의 경험이 금방 사라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글로 남겨두면, “내가 이렇게 많은 걸 했구나” 하고 새삼 놀랄 때가 많아요. 그렇게 쌓인 기록들은 서점 운영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도 이어졌어요. 인터뷰 제안을 받거나, 블로그나 인스타를 보고 책방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났죠.

완판이나 흥행보다 더 중요한 건, 공간이 만들어내는 경험이에요. 북토크도 최소 인원만 채워지면 충분해요. 숫자가 아니라, 작은 공간에서 깊이 있는 만남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가치 있더라고요. 책방 운영은 기록을 채워가는 과정 같아요. 처음엔 빈 공간이지만, 한 권의 책이 놓이고, 한 사람이 머물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그렇게 책과 사람이 연결되는 순간들이 모여 책방이 만들어지는 거죠. 기록을 시작해 보세요. 그 과정 속에서 방향은 자연스럽게 보일 거예요.


2년 간의 책방 운영 기록을 담은 ‘겁책모음zip’과 겁없는 책방지기 세연 님 ⓒ탐방



책방지기 세연 님의 블로그 게시글이 1,900개가 넘는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어요. 그러자 ‘언젠가 올려야지’하고 쌓아둔 메모와 사진들이 떠올랐죠. 돌아와 밀린 기록을 시작하는데, 사진을 한참 들여다봐도 그때의 감정들이 희미해져 결국 쓰지 못했어요. 이제부터 결심했어요. 작은 것부터 기록해 보기로요! 하루하루 쌓이는 기록의 힘, 세연 님을 만나고 다시 믿게 되었어요. 탐방러님도 놓친 순간들이 있다면, 오늘부터 하나씩 기록을 시작해 보세요. 혹시 모르죠? 작은 순간들이 모여, 언젠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지도요.


💡빈칸놀이터의 활동 소식이 궁금하다면? @blankplayground.b_l_and에서 확인해 보세요. (클릭하면 계정으로 연결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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