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능선 위에서 로컬을 만나요.

2025-02-25

원주│황인정, 유선후 (로컬그로서란트 능선)

인터뷰 ep.66



봄이 다가오면서 마음 한켠에 설렘이 가득해져요. 뭐든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계절, 봄이죠. 곧 따뜻한 날씨가 찾아올 거란 기대감에, 아직 매서운 추위도 조금은 견딜만 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여기서 그냥 기다릴 순 없죠. 봄의 맛과 이야기를 가득 담은 곳을 찾아 떠나요. 치악산 능선 아래 작은 가게, 이곳에서는 지역 제철 농산물과 생산자의 이야기를 음식에 담아 전하고 있어요. 치악산 능선이 아름다운 원주에서 인정님과 선후님을 만났어요.



좋아하는 관심사가 모여 능선이 되기까지


농업이 늘 곁에 있었던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둘 다 농사일을 많이 도왔거든요. 농부들이 처한 현실을 가까이에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죠. 농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 보니 대화가 신기할 만큼 잘 통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각자 꿈꾸던 카페와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하나로 엮으면 어떨까?”하는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원주 토박이(선후)와 n년차(인정)가 모여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 능선’이 탄생했죠.

마을 입구에서 ‘능선’을 바라보면, 그 뒤로 치악산이 보여요. 그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지었어요. 능선은 켜켜이 쌓여있는 곡선들이 모여 만들어지잖아요. 능선이 쌓여 하나의 산을 이루기도 하고요. 원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 공간을 함께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어요. 바다나 파도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을 가진 카페는 많은데, 지형을 담은 이름은 드물더라고요. 마침, 원주엔 치악산도 있고요.(웃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간을 함께 채워갔으면 해요. ©탐방



로컬을 즐기는 카페와 그로서리


원주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만 사용해요. 직접 농장에서 구매하거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가져오죠.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괜찮다 싶으면, 그 농산물을 재배한 농부님께 직접 연락드려요. 한번은 저희가 쓰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님이 몰래 온 손님으로 방문하신 적이 있어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거 내가 키운 딸기야” 하시는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처음엔 어색했지만, 직접 기른 농산물을 맛보러 와 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겨울엔 딸기, 여름엔 멜론을 키운다며 “한번 써보라”며 가져다주시기도 해요. 그렇게 농부들과의 인연도 쌓이고 있어요.

흔히 디저트 하면 과일을 떠올리지만, 저희는 채소도 활용해요. ‘농사’하면 떠오르는 재료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봄 제철 나물인 ‘달래’로 만든 토마토달래밀푀유, 강원도 ‘감자’를 활용한 감자크림파이&감자미트파이, ‘아스파라거스’를 활용한 아스파라거스감자파이까지. 이렇게 매달 제철 농산물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요. 상시 판매하는 디저트는 한정적이지만, 더 다양한 지역 농산물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거든요. 다음에 다시 오셨을 때 “계절이 바뀌었구나”, “이번엔 또 뭐가 나왔지?” 하는 재미도 느끼셨으면 했고요.

시중에 판매되지 못하는 농산물을 능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기도 해요. 생산자의 이야기를 담아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일상 속에서 가치를 전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디저트를 맛보고 행복해하는 손님들을 보면 참 뿌듯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지역 농산물 소비 측면에서 카페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의 종류와 양에 한계가 있거든요.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못난이 고구마가 더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럼 우리가 이걸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 끝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토마토달래밀푀유와 못난이 토마토 ©능선


능선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풀어내는 공간 한편에 작은 그로서리(식료품점)를 운영해요. 단순히 식료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하는 곳이죠. 오대서주양조 감자술(평창), 주룩주룩양조장 막걸리(강릉), 감자유원지 포파칩(강릉), 감자아일랜드 구황작물 맥주(춘천) 등 강원도에서 탄생한 F&B 상품을 20여 종을 소개하고 있어요. 제품을 고를 때 ‘로컬’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정하지 않아요. 브랜드가 가진 철학,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고, 경험한 뒤에야 선반에 올려요. 많은 브랜드를 한번에 소개하지 못하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고르려 해요.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다만, HACCP 인증 제품만 판매하다 보니 실제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생산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요.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로컬과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곳이 되기를 바라거든요. 능선을 찾은 분들이 “이런 브랜드가 있었네?” 하고 흥미를 느끼고, 로컬을 소비하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경험하셨으면 해요. 언젠가 농산물 쇼룸처럼, 디저트를 맛보고 디저트에 들어간 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꿔요. 올해부터 좋은 소식들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해 주세요!(웃음)


강원도에서 탄생한 로컬브랜드를 소개하는 그로서리 ©탐방



마트에서 사랑방으로, 능선 위로 흐르는 이야기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가 기억나요. 원주 원도심 봉산동은 우물시장(동부시장), 원주천 그리고 중앙선 철도가 지나가는 정겹고 편안한 동네였어요. 그로서란트를 하기로 마음먹고 공간을 찾아 이곳저곳 다녔지만, 딱 이거다 싶은 곳을 만나진 못했죠. 그러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사장님이 문득 “마트라도 한번 보실래요?” 물어보셨어요. 멀리서 ‘하이퍼마트’라는 간판이 눈에 띄더라고요.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부동산 사장님을 뒤따라 들어가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동네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마치 저희가 꿈꾸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죠.

알고 보니, 50년이 넘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온 공간이었어요. 주민들이 모여 밥도 먹고, 삶을 공유하며 이어온 장소였던 거죠.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기존 간판도 그대로 남겨 두었어요. 마트는 문을 닫았지만, 주민분들은 여전히 모여 담소를 나누고, 때로는 능선에서 커피를 주문해 가세요. 여름이면 단체로 놀러 오시기도 하시고요.(웃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찾아지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능선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과도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지역에서 자신만의 고유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분들과 협업하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고 있죠. 오늘 탐방과의 대화처럼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로컬푸드와 지역을 매개로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람 간의 이야기가 오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으로 자리 잡길 바라면서요.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도착한, 로컬그로서란트 ‘능선’ ©탐방



💬 로컬그로서란트 능선의 인정님과 선후님이 추천하는 “원주의 맛”

🙋‍♀️ 인정님ㅣ샛별맛짜장(현재 영업 종료) & 여지원  원주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한자리를 오래 지킨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오랜 세월을 품은 노포에 애정이 가더라고요. ‘샛별맛짜장’도 그런 곳이었어요. 원주의 오래된 중식당으로 유명했는데, 현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운영이 종료됐어요. 그래도 가끔 그 맛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아쉽지만, 원주엔 다른 숨은 맛집이 많아요. 중식집 ‘여지원’에서는 숙주탕수육을 파는데, 새콤달콤한 유린기 같은 맛이 매력적이에요. 평범함이 아닌 색다른 맛을 원하신다면 추천해요.👍

🙋‍♂️ 선후님ㅣ찰로원  원주 토박이지만 늘 익숙한 곳만 찾았는데, 능선을 운영하면서 노포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중에서도 중식집 ‘찰로원’에 자주 가요. 행정안전부 선정 착한가격업소로 짜장면은 5천 원!(작년에는 한 그릇에 3천 원이었어요.) 거기에 탕수육도 정말 맛있어요.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가게 일로 외식을 자주 하진 않지만, 쉬는 날엔 꼭 탕수육을 먹어요. 탕수육이 당기는 날이라면 한번 들러보세요.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뛰어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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