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동쪽의 밥상 - 엄경선

음식 이야기는 대개 맛집 지도나 레시피처럼 ‘무엇을 먹을까?’ 에 집중해요. 어느 식당이 유명한지, 어떤 조합이 인기인지, 평가 점수는 몇 점인지. 하지만 책 『동쪽의 밥상』은 그런 질문을 살짝 비껴가요. 강원과 동해안의 밥상이 어떻게 차려지고, 그 안에 어떤 바람과 시간이 스며들었는지를 묻죠. 이 책은 요리책도, 여행 안내서도 아니에요. 저자가 동해안 곳곳을 다니며 만난 어부와 장인, 시장과 골목을 기록한 생활 미식기에 가깝죠. 새벽 어판장의 손짓, 바람에 말린 명태의 질감, 장칼국수 국물에 밴 장맛 같은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져요.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장칼국수와 동치미 막국수 등 지역 별미가 보강되면서 ‘지금 이곳의 맛’이 과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더 선명히 드러납니다.

5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온 ‘동쪽의 밥상’ ⓒ탐방
“들큰새콤 삭은 식해 맛에는 함경도 아바이들의 그리움이 묻어 있고 푸른 바닷가 마을에 실려오는 바다 내음새가 배어 있다” - p.115
이 책의 힘은 ‘맛있다’는 감탄을 넘어, 맛을 둘러싼 문화를 기록하는 데 있어요. 계절 따라 달라지는 풍경, 시장의 변화를 견디는 작은 가게, 삶의 리듬을 지켜내는 노동이 한 그릇마다 겹겹이 담겨 있거든요.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지도보다 시장의 동선이, 관광명소보다 식탁 위의 손길이 먼저 그려져요.
탐방에게 이 책은 참 각별해요. 고성의 작은 출판사 온다프레스에서 만들어졌고, 여러 로컬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곁에 두었죠. 책은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어요. 멀리 팔기보다 가까이 묶고, 빠른 유행보다 느린 생활을 편드는 태도가 문장마다 묻어나거든요.

책을 펼치니 쏟아지는 동해바다의 맛과 사연들 / 다양한 영동 지역의 향토음식 이야기 ⓒ탐방

결국 『동쪽의 밥상』은 초대장이에요. 바다 냄새 가득한 시장으로, 계절을 기억하는 식탁으로, 한 지역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자리로 독자를 불러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는 이런 질문이 남아요. “앞으로 나는 음식을 ‘맛’으로만 기억할까, 아니면 ‘사람과 계절의 이야기’로 기억하게 될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마 탐방러도 이렇게 될 거예요. 주말이면 시장부터 들러보고 싶고, 건어물 가게 주인에게 계절을 묻고 싶고, 한 그릇을 먹더라도 그 바깥의 풍경까지 곁들이고 싶어지죠. 그게 『동쪽의 밥상』이 건네는 가장 소박하고도 큰 변화거든요. (◠⤙◠)
문화│책
동쪽의 밥상 - 엄경선
음식 이야기는 대개 맛집 지도나 레시피처럼 ‘무엇을 먹을까?’ 에 집중해요. 어느 식당이 유명한지, 어떤 조합이 인기인지, 평가 점수는 몇 점인지. 하지만 책 『동쪽의 밥상』은 그런 질문을 살짝 비껴가요. 강원과 동해안의 밥상이 어떻게 차려지고, 그 안에 어떤 바람과 시간이 스며들었는지를 묻죠. 이 책은 요리책도, 여행 안내서도 아니에요. 저자가 동해안 곳곳을 다니며 만난 어부와 장인, 시장과 골목을 기록한 생활 미식기에 가깝죠. 새벽 어판장의 손짓, 바람에 말린 명태의 질감, 장칼국수 국물에 밴 장맛 같은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져요.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장칼국수와 동치미 막국수 등 지역 별미가 보강되면서 ‘지금 이곳의 맛’이 과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더 선명히 드러납니다.
5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온 ‘동쪽의 밥상’ ⓒ탐방
이 책의 힘은 ‘맛있다’는 감탄을 넘어, 맛을 둘러싼 문화를 기록하는 데 있어요. 계절 따라 달라지는 풍경, 시장의 변화를 견디는 작은 가게, 삶의 리듬을 지켜내는 노동이 한 그릇마다 겹겹이 담겨 있거든요.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지도보다 시장의 동선이, 관광명소보다 식탁 위의 손길이 먼저 그려져요.
탐방에게 이 책은 참 각별해요. 고성의 작은 출판사 온다프레스에서 만들어졌고, 여러 로컬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곁에 두었죠. 책은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어요. 멀리 팔기보다 가까이 묶고, 빠른 유행보다 느린 생활을 편드는 태도가 문장마다 묻어나거든요.
책을 펼치니 쏟아지는 동해바다의 맛과 사연들 / 다양한 영동 지역의 향토음식 이야기 ⓒ탐방
결국 『동쪽의 밥상』은 초대장이에요. 바다 냄새 가득한 시장으로, 계절을 기억하는 식탁으로, 한 지역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자리로 독자를 불러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는 이런 질문이 남아요. “앞으로 나는 음식을 ‘맛’으로만 기억할까, 아니면 ‘사람과 계절의 이야기’로 기억하게 될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아마 탐방러도 이렇게 될 거예요. 주말이면 시장부터 들러보고 싶고, 건어물 가게 주인에게 계절을 묻고 싶고, 한 그릇을 먹더라도 그 바깥의 풍경까지 곁들이고 싶어지죠. 그게 『동쪽의 밥상』이 건네는 가장 소박하고도 큰 변화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