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마음은 콩밭 

ep.62 추억의 공간

영화 좋아하세요? 저는 꽤 좋아해요. 영상 자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영화, TV 프로그램, 유튜브까지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영화관은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이제 집에서도 정말 빠르고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방 안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런 제가 영화관을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계기는 배우 이제훈 님의 유튜브. ‘🎞제훈씨네’ 라는 영화 유튜브인데, 좀 달라요. 전국을 다니며 그 지역의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로컬 영화관 여행이거든요. (백종원 님의 ‘님아, 그 시장을 가오’의 영화 버전이랄까요? 영화 이야기인 만큼 영상미도 최고예요. ദ്ദി‪ ˙꒳˙ᐢ )) 1달밖에 되지 않은 채널이라 원주, 인천, 제주, 서울, 광주, 총 5개의 에피소드만이 있는데(일주일에 한 편씩 업로드되고 있어요.), 영상에 나온 모든 영화관에 꼭 가고 싶더라고요. 대여섯 석뿐인 영화관, 아지트 같은 영화관, 90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관… 하고 싶은 로컬여행이 또 하나 늘어난 것 같아요!

📼 서울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문화공간

올봄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학전’이 33년만에 문을 닫았어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황정민, 설경구, 이정은 배우를 포함해 수백 명의 예술인들이 거쳐 간 공간이죠. 젊은 예술인에게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었던 이 공간도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되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충무로 영화의 상징인 '대한극장*'도 9월 30일 영업 종료를 발표했죠. 1958년 첫 상영을 시작한 지 66년만이라고 해요. 문화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중소도시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시설들도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결국, 인구 감소보다 시대 변화가 주요한 원인인 것 같아요.

* 대한극장은 1958년 당시, 미국 영화제작사인 20세기 폭스가 설계에 참여하여 국내 최대 규모 영화관으로 건립되었어요.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 <벤허> 등 할리우드 영화 개봉에 큰 역할을 했어요. 

1962년 대한극장 ⓒe영상역사관 

📽 보존과 철거, 누가 결정할 수 있겠어 

원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되었어요. 한국전쟁 이후 건립된 5개의 단관극장 중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극장이라 의미가 깊어요. 폐관 이유는 경영 악화. 대부분의 단관극장은 19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관람객들이 더 크고 새로운 시설을 선호하게 되면서 경쟁력을 잃어 간 것이죠. (충무로의 대한극장 폐관도 경영 악화가 그 원인이었고요.) 한편, 일부 원주시민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극장 철거를 반대하고 보존을 요구했지만 원주시는 건축물의 안전 문제를 근거로 철거를 진행했죠. 양측의 갈등은 철거가 완료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๑•́o•̀๑) 역시, 문화공간은 소유자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향유한 지역민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었던 거죠.

🐠 ㄱ나니, 63빌딩에서의 추억

영화관만이 아니에요. 1985년 7월 문을 열었던 ‘아쿠아플라넷 63(A.K.A. 63씨월드)’가 이번 달 말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어요. 개장한 39년 만인데요. 80, 90년대 청소년들에게 아쿠아플라넷 63은 부모님을 졸라 꼭 가야만 했던 명소였어요.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아쿠아리움 중 가장 오래된 아쿠아플라넷 63이 폐장하면, 2000년 개장한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그 타이틀을 이어받게 되죠. 아쿠아리움에 가득했던 250여 종 3만여 마리의 해양생물, 귀여운 펭귄은 어떻게 되냐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일산, 광교, 여수, 제주의 아쿠아리움으로 이사 간다고 하니 다른 장소에서 또 만날 수 있을 거예요.(Ü)ﾉ 아쿠아리움이 있던 자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의 한국 분관이 들어설 예정이에요.

💬 탐방 | VR로 여행도 떠나는 세상이니, 어쩌면 영화관, 공연장, 아쿠아리움 … 문화시설이 사라지는 건 세상이 변해가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아쉽기만 한 이 마음은 뭘까요? (๑◕︵◕๑) 마치 우리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만 같고, 정말 모든 게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건지, 그게 맞는 건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탐방러라면 모두 알고 있잖아요.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과 힘! 그래서 오늘은 아직 건재한 로컬 문화시설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탐방러의 추억이 가득한 그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로컬 영화 여행, 로컬 공연 여행, 로컬 수족관 여행, 로컬 미술관 여행, 수많은 여행을 탄생시켜 보자고요.

✅ 아직 남아있는 전국의 매력적인 문화공간을 탐방러들에게 추천받았는데요. 탐방러들의 추억이 가득한 곳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

• 모두의살롱 후평이요! 빈집을 고쳐서 조성한 춘천에 있는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에요~
  ㄴ 취미, 취향, 모임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이라니~ 역시 문화도시 춘천이네요! (⸝⸝◜~◝⸝⸝)

• 전주의 홍지서림이요! 요즘 트렌디한 독립책방이 많지만 유년시절의 추억이 담긴 것은 00문고, 00서림과 같은 이름을 가진 오래된 지역서점들이거든요. 홍지서림은 지역서점인데도 규모가 꽤 커서 전주에만 지점이 4개가 있는데요. 삼천동 홍지서림은 어렸을 때 참고서를 사고 동화책을 읽던 공간이고, 지금은 회사가 경원동 본점 근처라 본점을 자주 갑니다. 본점에는 전주 관련 책을 큐레이션 한 서가도 따로 있어요. 그리고 전주 사람은 '책쿵'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지역서점에서 책을 사면 20퍼센트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홍지서림 본점 바로 옆에는 6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극단 '창작극회'의 창작소극장도 있어요. 마침, 지금 연극 <제로 쉴드 제로>(6.27~30)가 공연 중이니 전주에 계신 분들은 서점에서 책 구경하다가 연극 보러 가는 코스 추천해 드립니다. 이 거리에서 한옥마을 쪽으로 걸어가면 교동미술관, 최명희문학관 같은 문화공간들도 있고요.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도 있어요. 7월 6일에는 지역 영화커뮤니티인 무명씨네 독립영화관에서 박석영 감독님 <샤인> 프리미어 상영회를 하니 요것도 참고... :)
  ㄴ 저도 지역서점 가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날로그가 주는 편안함, 오래된 서점에서 나는 책 냄새에 힐링 되는 기분이 들어요~🍃 책의 도시 전주 투어! 탐방러의 추천 코스 놓칠 수 죠!! 지도 저장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