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마음은 콩밭

ep.45 용인시

용인 에버라인🟢을 아시나요? 경기도 용인의 기흥역과 에버랜드역을 이어주는 용인경전철이에요. 민자사업으로 2013년에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언제 가도 여유로워요. 이용객이 거의 없거든요.(°ヘ°;) 실제로 용인시는 지금까지의 손해액을 4,29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첫해부터 큰 적자를 내자, 용인시민들을 개통 6개월만에 주민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주 드디어, 판결이 나왔어요.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총 214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공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퇴임 후에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례로 평가되고 있어요.

용인경전철 ©️용인시

🔮 잘못된 예측, 13만 9천명이 탈지어다

앞서 말한 대로, 용인경전철은 민간사업으로, 용인시(지자체)와 용인경량전철(주)(민간사업자)가 공동으로 추진하였어요. 수익형민자투자사업(BTO, Build → Transfer → Operate)으로,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설하고 정부·지자체에 소유권을 양도한 뒤, 일정 기간 사업을 직접 운영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죠. 언뜻 보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재판부는 2004년 용인시와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용인경량전철(주)의 전신) 간의 사업 협약 과정에서 전 용인시장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어요. ‘수입이 예측치의 90%에 못 미치면 부족한 부분은 지자체가 메꾼다.’ 라는 내용이 문제였죠. 자그마치 무려 30년동안이요😢 여기서 예측치는, 용인시가 교통연구원에 수요 분석을 의뢰해 받은 결과인 ‘1일 이용객 13만 9천명’ 이었는데, 결과는? 하루 평균 승객수는 1만명 안팎, 예상치의 5~13%를 하회했죠.( l|l⚆ᗝ⚆) 어쩔 수 없이 용인시는 부족한 80%의 금액을 민간사업자에게 전달했는데,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지불액은 약 4,293억원이에요. 그런데 30년동안 지불하기로 약속했으니, 만기시에는 1조 4천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요. 법원은 바로 이 예측치가 가장 문제였다고 판단해, 타당성 검토와 과도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사업을 결정한 전 용인시장의 책임뿐만 아니라 잘못된 수요를 예측한 교통연구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죠.

🥱 소송 시간만 10년 4개월, 길다 길어

이번 판결은 2013년 용인시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뒤 10년 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에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고요? 1·2심을 거쳐, 대법원에 갔다가 다시 파기환송심(기존의 판결이 없던 것이 되고 다시 재판을 하는 것)까지 이어졌거든요. 주민들은 총 1조2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지만, 1심에서는 전 용인시장과 박모 정책보좌관이 연대해 5억5천만 원을 용인시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2심에서는 박모 정책보좌관의 책임만이 인정되어 10억2천500만 원을 용인시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어요. 그러나 2020년 대법원에서 잘못된 수요예측 조사로 실시되었다면 주민들은 이에 따라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며 윈심 판결을 환송하였고 바로 이번에, 당시 용인시장과 교통연구원의 책임을 인정하게 되었죠. 

이번 재판 결과 주요한 점은 (1)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았고 (2)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약을 맺었으며 (3) 실제 운영수입이 추정치 현저히 밑돌 경우에 부족한 수입을 보전하지 않아도 되는 ‘저지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즉, 기본적인 절차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용인시가 피해를 보았다는 거죠. 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판결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다툼은 이어질 것 같아요.

🌀 블랙홀보다 더 무서운 MRG의 굴레

도대체 왜 용인시는 그런 이상한 협약을 했던 걸까요? 사실, 용인시만의 특수한 협약은 아니에요. 부족한 수입을 보전해 주는 제도는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MRG)이라고 하는데, 2000년대 초반에 시행된 민간투자사업에서 많이 적용되었죠. 당시는 1998년 IMF 직후라 정부 재정만으로는 인프라 확충이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민간투자 사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MRG를 도입하였죠. MRG 제도는 투자를 활성화하여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용인시처럼 수요 측정이 잘못되었을 때 정부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부산-김해 경전철🚆은 민간사업자와 20년 동안 수입이 부족할 시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MRG 특약을 체결했고, 2011년 개통 후 예측치의 20%만이 이용되면서 5년간 약 2천억원의 지방재정이 사용되었어요. 과도한 보전 방식을 개선하고자 부산시와 김해시는 민간사업자와의 긴 협의 끝에 2017년, MRG를 폐지하고 비용보전 방식으로 전환하여 2041년까지 약 3천억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처럼 경전철과 도로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MRG 제도는 2009년 완전 폐지되었어요.

💬 탐방 | 용인경전철🚆은 작년에, 개통 10년을 맞았어요. 오래된 시간만큼 경전철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용인 주민들도 많죠. 또 귀여운 경전철을 타고 더 귀여운 팬더들이 사는 에버랜드에도 갈 수도 있게 되었고요. 아마, 지자체와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 잘못되고 섣부른 판단으로 그 모든 노력과 결실이 가려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참 안타까워요. 오늘 용인시의 사례처럼, 탐진이님의 지역에도 아쉬움이 남는 지역 이슈가 있나요? 탐방러들과 터놓고 이야기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