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마음은 콩밭 

ep.43 삼척시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오랜 시간 이어져 왔어요. ☕라떼시절 드라마인 ‘모래시계’의 정동진과 ‘올인’의 섭지코지가 그렇고, 최근에는 좋아하는 아이돌로 장식한 ‘생일카페’, 아이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순례’까지 다양해요. 더군다나 K-POP과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의 숫자도 크게 늘었죠. 그 중심에는 역시 BTS가 있어요. 202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BTS 콘서트 1회당 경제 효과가 최대 1.2조 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는데요. 부산 콘서트 당시 호텔 가격이 1박에 300~400만 원까지 뛰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죠. (우리나라는 스위프트노믹스가 아니라 방탄노믹스?!)

🌊 BTS로 성장한 국내 관광

BTS의 발자취를 떠나는 여행을 ‘방탄투어’라고 불러요. 관련 지자체들은 방탄투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서울’에선 숭례문, 경복궁, 을지로, 한강공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고, ‘삼척’의 맹방해변, ‘강릉’ 주문진, ‘양평’ 서호리숲 등등 전국에 분포해 있어요. (작년, 서울시는 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방탄투어 지도 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어요) 저는 무엇보다 BTS가 연습생 시절 자주 갔었던 서울 논현동에 유정식당이 끌리더라고요.(흑돼지 전문점...🥘) 그런데, 방탄투어 장소에 BTS 흔적이 사라지고 있대요.

방탄투어 상품 홍보이미지 ⒸKlook

🔒 관광객 절대 지켜 vs 지식재산권 절대 지켜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은 BTS의 ‘버터’ 앨범 재킷 사진의 배경이 된 곳이에요.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삼척시는 관광객을 위해 BTS 조형물을 세워두었죠. 그런데, 이 시설이 문제가 되었어요. BTS의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정부 부처, 지자체 등이 추진하는 거리 조성 사업, 조형물·벽화 제작 등에 당사 소속 아티스트의 초상과 성명 등을 쓰겠다는 요청은 허가하지 않고 있다" 며 "그럼에도 당사 허락 없이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것은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삼척시에 전달했다고 해요. 관리가 어려워지거나 훼손이 되면 아티스트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힘들게 쌓아온 아티스트의 IP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실제로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여러 장소가 시간이 지나자 방치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년, 미국 경제지 포춘에서 BTS는 1년에 5조 원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 낸다며 슈퍼 IP임을 강조할 정도였으니, BTS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소속사의 방침도 이해가 되네요.

아뿔사😳 삼척시는 지난해 10월, 5천만 원을 들여 BTS 포토존을 재정비했어요.(지금까지 보수‧유지 비용만 1억 원 가량이 사용되었어요) 그런데, 지식재산권이 허가되지 않은 시설이니 철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삼척시는 포토존을 촬영한 영상과 BTS를 상징하는 서체를 활용한 홍보 콘텐츠도 삭제하기로 했답니다. 일부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작한 것이고 관리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분명, 삼척시에서 소속사의 허락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은 잘못이나 협상이나 합의를 할 수 있지 않냐는 거죠. 결과적으로, 맹방해변의 BTS 조형물은 올 1월 15일 철거되었어요.

현재의 삼척 맹방해변 Ⓒ연합뉴스 / 강릉 주문진 Ⓒ강릉시청

🤷 애매하거나 예외이거나

강릉의 사정은 또 달라요. 강릉 주문진에는 BTS가 2017년 발매한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의 커버를 촬영한 버스정류장이 있어요. 촬영을 위해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가 철거하였죠. 그런데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강릉시가 2018년에 새로운 버스정류장을 설치했어요. 그럼, 삼척과 똑같지 않냐고요?!  아니요. 아무래도 이 정류장은 계속 유지될 것 같아요. 단순한 버스 정류장이기도 하고, BTS를 상징하는 서체를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한편,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벽화에는 부산 출신 멤버인 지민과 정국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 벽화는 지자체나 기관이 아닌 팬들이 직접 만든 공간이기 때문에 철거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한편, 부산 남구의 BTS 포토존도 소속사의 요청에, 오륙도 관련 내용으로 새롭게 칠을 했어요)

💬 탐방 | 어떤 것을 떠올릴 수 있도록 상징물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그 장소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죠. 맹방해변에 BTS라 크게 적힌 조형물이 없더라도 팬들은 해변을 찾을 거예요. 앨범 자켓 속에는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탐방러 탐방러는 팬심 가득한 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나요? 저도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본 하동군 평사리 들판을 최참판댁 앞에 걸터 앉아 한참 바라본 적이 있거든요.(20권이나 된 토지를 다 읽었고, 신세경부터 김현주까지 이어지는 토지 드라마도 한 회도 빠짐없이 봤죠 ⸝⸝• ̫•⸝⸝) 여러분의 팬심 가득한 여행을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