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마음은 콩밭 

ep.12 유바리시

다마수의 동료 a.k.a 숭늉님이 링크를 보내왔어요.

 숭늉🍚 : 다음주 마음은 콩밭 여기 어때요?
 다마수🚙 : 일본이요???

링크를 열어보니 #파산 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어요. 개인도 아니고, 회사도 아니고 도시가 망한 건가? 그만큼 어려운 상황을 표하는 비유로 쓰였거니 했는데, 정말 파산했더라고요. 일본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인 삿포로❄️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인구 6,697명(23년 3월 기준)의 도시, 유바리시의 전성기부터 파산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함께 알아봐요!

탄광에서 관광으로, 유바리(夕張)시

1892년, 유바리 탄광이 개장하고 철도가 개설되며 일본의 대표 탄광도시로 떠올랐어요. 하지만 1960-70년대, 석유로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며 석탄의 수요가 점차 줄고📉 급기야 90년대에 들어서는 폐광되며 위기에 맞닥뜨렸죠. 더 이상 석탄은 유바리시를 먹여 살릴 수 없었어요. 인구 역시 꾸준히 감소했고요. 탄광 산업의 영광을 뒤로 하고 유바리시가 꺼내든 카드는 ‘관광’. 폐광 부지를 비롯해 지역 특산물 등의 자원을 활용해 관광도시로 거듭나고자 했어요. 대표적으로는,

• 석탄박물관 | 유바리시는 직접 주체가 되어 주요 관광 시설을 건립하고 투자했어요. 탄광의 역사를 전시 및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박물관을 비롯해 대규모 스키장, 호텔 등을 지으며 관광 코스를 만들었어요.
• 멜론 | 유바리의 특산품 멜론🍈은 높은 당도와 녹는 듯한 식감, 풍부한 향으로 일본 전역에서 고급 과일로 취급돼요. 1년에 한 번만 생산하기 때문에 5월 하순~8월 상순에만 맛볼 수 있는 데다가 오직 일본 내에서만 유통돼요. 가격은 일반 멜론보다 훨씬 비싼데 1통에 4,000~6,000엔 정도.(20년 기준) 이를 활용한 아이스크림과 젤리 등 가공식품도 함께 인기를 얻었어요. 유바리시의 지역 캐릭터 ‘멜론 곰’도 여기서 유래했고요.
• 영화제 |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SF,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개해요. 올해로 33회를 맞아 6월 29일~7월 2일 열릴 예정이에요. 작년, 우리나라 정하용 감독의 ‘아네모네’가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유바리시의 재정난으로 17회를 마지막으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2007년 재개했어요)

빚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다시금 영광의 시대를 맞는 듯했던 유바리시는 지역 혁신 성공 사례로 여럿 소개되고, 우리나라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를 보였어요. 하지만 2006년, 결국 300억 엔(당시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의 44배에 달하는 규모)이 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 전국 유일의 재정재생단체*로 지정됐어요. 문제는 과정에 있었는데요, 주된 이유로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해 무리한 지역 개발 및 방만한 사업 운영이라고 봐요. 적자를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까지 저질렀고요. 똑딱똑딱- 빚더미에 앉은 유바리시의 빚 시계⏰는 오늘도 달리는 중. 공무원의 수와 급여를 줄이고, 주민들의 세금을 올리는 등으로 2027년쯤 다 갚을 것을 예상해요.

*자주적인 재정 건전화가 어려운 지방공공단체에 의무적으로 재정계획을 세우도록 해요.
**재정 상태나 경영 실적을 실제보다 좋아 보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등 장부를 조작하는 것을 말해요.

지금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대표 탄광도시 하면 정선, 태백, 문경 등이 있죠? 이중 태백 역시 유바리시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97년, 태백 석탄박물관이 개관하고 이외에도 용연동굴 개장, 고생대 자연사박물관, 안전체험테마파크(365세이프타운) 등 다양한 관광시설을 조성했어요. 하지만 일부 저조한 방문객 수로 인한 재정 압박에 정부 운영 혹은, 예산 지원을 건의하는 등 부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죠. 앞선 사례를 통해 낮은 💰‘재정자립도’ 문제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이미 관광시설 조성에도 상당한 국비가 투입되었거든요) 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빚으로 논란을 산 지자체 역시 꽤 있어요. 비교적 최근에는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 사례*도 있었고요. 물론 지역에 인구를 유입시킬 만한 새로운 자원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등 지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무궁무진해요.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강원도와 레고랜드 운영사가 함께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만들었어요. GJC는 공사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썼고(강원도는 보증을 섰어요), 지자체가 보증한 만큼 여기저기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2,05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갚아야 할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강원도가 GJC의 기업 회생을 신청한 거예요. 한마디로 ‘나 돈 못 갚겠어!’

💬 다마수 | 지자체도 파산할 수 있다는 사실. 탐방러도 신기했나요? 오늘의 질문! 만약 5년 후, 내가 거주하는 도시가 파산한다면 탐방러의 선택은?

A 일단 피하고 보자. 인근 도시로 이사한다
B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 멀어도 잘 사는 도시로 간다
C 뭉쳐야 산다. 머리를 맞댈 지역 모임에 참여한다
D 망할지언정 떠날소냐. 일단 머문다
E 내가 나서야 할 때인가? 출마를 선언한다

✅ 일본 유바리시의 파산 소식을 전하며 만약 5년 후, 탐방러님이 거주하는 도시가 파산한다면 어떻게 할 건지 물었어요. 다섯 개 보기 중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건 ‘뭉쳐야 산다! 머리를 맞댈 지역 모임에 참여한다’ 였어요. 이외 인근 도시 혹은, 멀어도 재정 상태가 괜찮은 도시로 이동한다/일단 머문다/ 가 골고루 나타났고요. (출마를 선언한 탐방러는 없었어요.😂) 탐방러가 선택한 이유도 함께 공유해요.

•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 변화와 혁신은 처음 누군가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믿기에 :) 
• 늘 혁신하고 공동체 만들고 갈등 다루는 것 지쳤어요. 전 다른 도시에서 좀 쉴게요
• 물론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서울이지만 언젠가 지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사는 지방이 파산했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이 불안하다고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자산을 잃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궁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 뭉쳐야죠~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죠